노동자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현재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김종백 공공운수노조 전 사무국장은 20일 오후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과의 전화 연결을 통해 고공농성에 돌입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청춘을 바치고 엄마 품과도 같던 공장, 그 민낯을 보니 탐욕의 소굴 같아"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경기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20일 새벽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한 전 지부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올라 왔다"며 "잘 아시겠지만 현재 쌍용자동차는 국정조사를 통해 정리해고의 부당성이 드러났음에도 사측은 해고자 문제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이 죽든지 말든지, 우리 책임 아니니까 너희들이 지쳐서 나가 떨어져라' 이런 정도로 조롱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전 지부장은 "현재 어렵게 판을 올렸지만 공간을 고정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셋이서 약 한평 정도에 엉덩이를 맞대고, 한명은 서서 지탱하고 있다"며 "바람이 너무 세서 안전벨트를 기둥에 묶고 있다. 아래 쪽에는 경찰들이 굉장히 많이 왔었는데 현재는 소강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전 지부장은 "대통령 선거라고 해서 밝혀진 잘못을 묵과한다면 노동자들이 설 땅이 사라진다"며 "해고자의 문제에 대해 사측이 어떤 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단기적인 국정조사와 장기적인 해고자 복직의 문제에 대한 사측과 정치권의 입장을 반드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사는 했느냐'는 질문에, 한 전 지부장은 "아침과 점심을 못 먹다가 올라와서 좀 전에 김밥 한 줄을 맛있게 먹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전 지부장은 "발 밑에 평택 공장이 보인다"며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데 내가 청춘을 바쳤던 공장이 엄마의 품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민낯을 보니 탐욕의 소굴로 보이기도 한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 ▲쌍용차지부 노조원 3명이 20일 새벽 4시경 평택 쌍용차 공장 정문 앞 도로 건너편 600 미터 지점에 있는 고압 송전탑에 올라가 지상 30 미터 지점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침낭과 개인 옷, 물, 핸드폰 등을 가지고 올라간 이들은 가로세로 2미터*1.3미터 나무 합판 2개에 의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하니까 관심을 갖는다"

지난 2월 대법원으로부터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정규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은 21일 기준으로 36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병승 조합원 현재 상황에 대해 "이래저래 시간이 지나다보니 요령이 생겨서 잘지내고 있다"며 "그래도 저희는 침낭도 있고 바람 피할 때도 있는데 다른 동지들은 엄청 추우실 것 같다. 그게 더 걱정이다"고 밝혔다.

최병승 조합원은 "노동자들이 잘못을 저질러서 올라온 게 아니다"며 "쌍용차 문제와 마산의 유성기업 문제 등에서 회사가 법을 어기고 조작을 해 노동자들이 심각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다. 불법적 사실 자체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 우리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이러한 극한 방식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조합원은 "극한 방식이 아니면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쌍용자동차에서도 23명의 노동자들이 돌아가셨고 유성기업도 창조컨설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깨지고 여러명이 해고를 당했다. 현대자동차도 대법원에서 불법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측의 반응은 어떠한가'라고 묻자, 최 조합원은 "회사가 얘기하는 신규채용은 합법적인 도급을 인정한 상태에서 회사가 선택적으로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는 이미 노동부가 현대자동차 생산 하도급에 대해서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고, 대법원이 그것을 두 차례나 인정했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신규채용이라는 형태로 희석시키려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조합원은 "회사가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오늘 쌍용차 동지들뿐만 아니라 안성지역 '광원목재'라고 하는 곳에서도 노동자들이 굴뚝으로 올라갔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하늘로 올라가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배차간격이 짧아 발생하는 문제들, 버스노동자들이 전부 짊어져야 하는 상황"

현재 동두천 시청 옥상에서 복직을 요구하며 일주일 째 농성 중인 김종백 공공운수노조 전 사무국장은 "저희들은 무탈하게 잘 있다. 아래 동지들이 헌신적으로 온수며 끼니 등을 잘 올려주기 때문에 무탈하게 잘 있다"며 "1주일 정도 됐더니 추위는 적응한 것 같고 비닐로 단도리 좀 했다. 온수 담긴 페트병을 꼭 끌어안고 침낭 덮고 있으면 있을 만하고 웬만한 겨울 추위는 문제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종백 전 사무국장외 간부 1명은 시내버스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경기 동두천시 대양운수 버스노조 분회장의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동두천시청 옥상 철탑에 올라갔다.

김 전 사무국장은 "배차간격이 지연됐다고 해서 해고된 사례는 흔하지 않은데 현재 공공운수 부문에서 징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저희들은 일차적으로 대양운수 분회장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에서는 회사가 문 닫으면 문 닫았지 들어주지 않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사무국장은 "배차간격이 너무 짧다보니까 회사의 요구에 의해서 업무를 하게 되면 신호위반과 무정차 통과 등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고 운행하게 되기도 한다"며 "그렇게 되면 민원이 발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버스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무국장은 "지금 4차례 교섭이 진행됐고 일차·이차 교섭에서 저희가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했다"며 "56명 중에서 23명은 회사 측의 회유로 취하를 한 것 같고 회사 측은 '통상임금 관련해서 퇴직자 등 33인이 취하를 해야지만 복직을 시켜주겠다' 이렇게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를 부리고 있어 교섭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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