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간 타이밍도 그렇고, 방송이 나온 게 절묘했는데 어떻게 방송을 준비하게 됐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MBC <PD수첩>의 김보슬 PD는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시기적으로 좋았던 게 맞다(웃음). 사실 협상 타결됐다는 것은 미국에서 취재하다가 들었다. 엄청나게 계획적인 걸 기대하는 사람한테는 죄송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 MBC 'PD수첩' 김보슬 PD ⓒ공공미디어연구소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전규찬)가 운영하는 미디어마을의 제1차 강좌 'MBC <PD수첩> 김보슬 PD와의 만남'에 나온 김 PD가 한 말이다.

29일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진행된 이날 강좌에서 김 PD는 청와대의 법적 고소 방침을 의식한듯 "내가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사적인 거니까 법적 효력이 없는 거죠"라며 취재 뒤이야기, 정부에 대한 생각 등을 자유롭게 풀어냈다.

직장인, 학생,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0여 명의 참석자들은 김 PD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참석자들은 미 쇠고기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기도 했다.

"농림부의 중재 요청, 진짜 유치해"

김보슬 PD는 "처음에 광우병을 아이템으로 잡고 방송하겠다고 작심하고 공부를 시작할 때 그동안 각 언론들에서 기사화됐던 것들을 많이 봤다. 그랬는데 일부 신문이 갑자기 다른 보도태도를 취하니 이들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주에 이에 대해 방송했었던 것"이라며 조중동의 이중적 보도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중재들어온 것은 좀 유치했다. 정정요청의 경우 우리가 방송에서 '도대체 이 정부가 미 쇠고기가 안전한지 현지에서 직접 보고 들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멘트한 것에 대해서 '우리 현지에 갔었다'고 한 건데 진짜 유치하다"며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취재 뒷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김 PD는 "미국에서 취재하는데 땅 덩어리가 너무 넓었다. 미국 스케줄은 정말 타이트했다. 뉴욕에서 인터뷰하고 바로 다시 버지니아까지 가는데 8시간 걸린다. 미국에서는 이게 가까운 것"이라고 밝혔다.

김 PD는 이어 "섭외를 못하고 간 상황이라 거기서 계속 섭외하면서 나머지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상하원 의원들이 너무 바쁘더라"면서 "미 국회의사당을 가서 의원 비슷하게 생긴 이들한테 달려가 '혹시 의원이세요? '라고 물어보니 '나는 텍사스에서 온 군인이다'라고 하더라. 몇 번하다가 그냥 접었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1편(4월 29일)을 보고 있는 10여 명의 참석자와 김보슬 PD. ⓒ공공미디어연구소

"불도저식 이명박 정부 너무해"…동조와 탄식 이어져

이날은 정부 고시 발표가 이뤄진 날이기도 했다. 강좌에서는 이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정부의 고시발표에 대해 김 PD는 "여기에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 있어도 되나 싶다"며 "나가고 싶었으나 <PD수첩>이 나와서 또 선동한다고 할까봐 촛불문화제에 못 나갔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정부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끌고가려는 것들에 대해 너무나 화가 난다"고 밝힌 김 PD는 "이명박 정부가 너무 실망스럽다. 기왕에 된 거 잘하지는 지금 이꼴이 뭐냐. 머리를 깎을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뿐인 것 같다"며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기도 했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은 "국민이 이렇게 반대를 해도 고시를 강행하는 정부를 보면 앞으로도 이러한 불도저식 행태를 5년이나 감당해야 할 것 같다. 굉장히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았다.

김 PD 역시 "불도저도 저런 불도저는 처음 봤다. 정부가 백일 잔치를 아주 화려하게 하게 생겼다"며 "도대체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려고 국민의 건강권을 뺏어가나. 전국민이 지금 거의 한달째 모여서 촛불들고 외치는데 어쩜 이렇게 꿈쩍도 안하냐"고 말했다.

"지금 많은 이들이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것은 미 쇠고기에 대한 반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한 김 PD는 "신자유주의적 재벌위주 정책의 대표적 케이스로 한미 FTA가 있다. 농민들은 어떻게 할건가. 알아서 특화하라고 할건가. 대책도 제대로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FTA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BC 민영화되면 사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 MBC 'PD수첩' 김보슬 PD가 발언하고 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이날 강좌에서는 취재 뒷이야기, 정부 고시 발표 외에도 PD저널리즘 등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PD저널리즘과 기자 저널리즘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PD저널리즘은 좀더 주관적인 것 같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대해 김 PD는 "PD저널리즘에 대해 가장 많이 공격을 받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결론을 정해놓고 간다' '감정적'이라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먼저 결론을 낸다고 하는 것은 결론에 짜맞춘다는 건데 매우 악의적인 표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닌 거를 맞다고 할 순 없다. (취재)하다가 사실관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접는다"며 "사실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건 기자저널리즘이나 PD저널리즘이나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만드는 기법에 있어서 좀더 감정을 자극할 줄 알고, 논리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쫓아갈 수 있게 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MBC 민영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김 PD는 "이번 쇠고기 보도로 공영방송의 위상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MBC 내부 평가도 좋다"며 "그런데 만약 MBC가 민영화되면 광고주, 사주, 경영진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수 있을까. 이 부분은 굉장히 큰 문제다. 황우석 사태 당시 광고 거의 안 팔렸다"고 말했다.

김 PD는 "경영진으로부터 자유로운게 현재의 시스템이다. 아무도 우리가 취재한 것을 방송에 못 나가게 할 권한이 없다"며 "정부에선 우리를 보고 '진작에 민영화시켜야 하는데 살판났네' 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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