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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KBS 상대로 장기전…타협은 없다"[인터뷰] '촬영거부 4일째' 한국방송연기자노조
곽상아 기자 | 승인 2012.11.15 13:16

"KBS의 논리는 마치 일제시대의 제국주의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국내에 허수아비 정부를 세워놓고, 그들에게 전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KBS 촬영거부'를 선언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의 문제갑 정책위의장은 KBS가 "이미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전액 지급했으며, 출연료가 지급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외주사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이 따끔하게 지적했다.

   
▲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촬영거부투쟁 출정식 참가자들이 출정식을 마치고 KBS본관 앞으로 이동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1988년 설립된 한연노는 KBS, MBC, SBS, EBS와 종편 케이블 TV 등에서 활약하는 탤런트, 성우, 개그맨, 무술연기자, 연극인 5000여 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의 방송연기자 노동조합이다.

한연노가 12일부터 KBS를 상대로 '전면 출연거부'를 선언한 주된 이유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 때문. 10월 10일을 기준으로 KBS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 <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2>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약 13억원의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공주가 돌아왔다>(방송일 2009년 9월 24일~11월 3일) <국가가 부른다>(2010년 5월 10일~6월 29일) 미지급액 약 2억 5천만원은 2년 전 한연노가 방송3사 촬영거부를 선언한 이유였으며, 당시 'KBS가 미지급 출연료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급 보증을 한다'고 KBS와 합의했으나 아직까지도 이들 드라마에 대한 출연료는 지급되지 않았다.

<미디어스>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연노 사무실에서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의장과 하해진 한연노 팀장을 만나 출연거부 투쟁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한연노 측은 "연기자들이 듣도 보도 못한 외주사들을 믿고 출연을 결심하겠느냐. 다 방송사를 믿고 하는 것"이라며 "사실 외주사가 촬영 후 잠적해 버리면 연기자들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외주사들 역시 이런 형식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발생한 '단디 미디어'(공주가 돌아왔다), 'JH 프로덕션'(국가가 부른다), '도망자 에스원'(도망자), '필름이지'(프레지던트), '스카이 룩'(정글피쉬2) 등 외주사 5곳도 드라마 촬영 이후 '잠적'해 버려 연기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호소다.

   
▲ 서울 여의도 한연노 사무실에 걸린 플래카드 ⓒ곽상아

특히, <개그콘서트>의 경우 KBS와 한연노가 체결한 단체협약 상에 명시된 최저 출연료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등 대외적 인기와 달리 내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나 개콘만의 특수성으로 인해 개그맨들이 나서서 '출연거부'를 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연노 측은 "KBS가 항복하고,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싸우겠다"며 "중간에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고,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대응책을 다 마련해 놨다"고 밝혔다.

한연노가 KBS를 상대로 요구하는 것은 △출연료 지급보증 약속 즉각 이행 △단체협약 준수 △출연료와 수당 현실화 △미지급 출연료 13억원 지불 등 총 4가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왜 KBS만을 상대로 출연거부를 선언한 것인가?

하해진 팀장(이하, 하) "방송3사 모두 외주를 주고 있지만 유독 KBS에서만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왜 KBS만?'이라는 의문이 당연히 들게 마련이다. MBC의 경우, 외주사를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인지 미지급된 경우가 전혀 없다.

정말 화나는 게 뭐냐면, 촬영할 당시에는 출연료에 대해 (KBS가) '괜찮다' '문제없을 거다'라고 해놓고서는 이제와서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연기자들이 듣도 보도 못한 외주사들을 믿고 연기를 하겠나? 다 방송사를 믿고 하는 것이다.

방송사가 외주사를 선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으면 한다. 연기자들이 경영상태가 건전한 외주사가 선정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 그런데도 선정 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뒤에 뭔가 커넥션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외주 자체를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외주제작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가 체계화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외주제작이 드라마에만 쏠리는 구조 등에 대해 함께 점검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답답하다. 사실 외주사가 촬영 후 잠적해 버리면 우리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어디가서 돈 받을 데도 없고, 사라져버리니까. 이번 미지급 문제가 발생한 외주사들 역시 이런 형식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 연기자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 KBS는 "이미 외주사에 출연료를 지급했으니, 외주사 책임이다"라고 하는데. 

문제갑 정책위의장(이하, 문) "방송사의 논리는 마치 일제시대의 제국주의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국내에 허수아비 정부를 세워놓고 그들에게 전부 다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실한 외주사들을 선정한 책임은 1차적으로 방송사에게 있지 않나? 괴뢰정부를 만들어놓고 뒤에서 사주하는 것처럼, 방송사들은 CP나 PD들을 파견해서 제작과정을 컨트롤하고 있다.

KBS가 항복할 때까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울 것이다.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이번 싸움을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10일, 20일만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KBS가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중간에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고, 장기전으로 가기 위한 대응책을 다 마련해 놨다."

하 "불량한 외주사를 양산해 내는 장본인이 KBS다. 저희 내부에서는 'KBS가 사기꾼과 공모해서 우리 돈 떼먹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KBS는 "(그동안) 출연료 문제를 야기하는 외주사와의 계약은 배제하고, 외주사의 재정능력을 검증하는 한편, 지난해 5월부터는 외주 드라마 계약시 '출연료 지급보증보험증권'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하는 등 출연료 미지급을 막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었다"라고 하던데?

하 "노력을 해왔는데 왜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신들이 선정한 외주사가 연기자들에게 출연료도 주지 않고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왜 '모르는 문제'라고만 하는가? 저희는 준법투쟁을 하고 있을 뿐인데, KBS가 청원경찰까지 동원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해서 좀 당황스럽다."

- "겉으로는 정상계약을 하고 뒤로는 협박해서 출연료를 깎고 있다"고 했는데.

하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부당한 계약내용이 있으니까 저렇게 공개 안하는 것 아니겠느냐. 건설업 분야를 보라. 불법으로 하도급을 줬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도 연대책임을 물지 않나. 방송사 외주사 문제도 결국 제조업의 하청업과 다를 바 없다."

- 출연료가 미지급되어 받는 고통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하 "조합원의 70% 이상이 연 1000만원 미만의 돈을 벌고 있다. 그래서 배역이 없을 때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12일 출정식 할 때 한 기자가 '왜 고작 600명 밖에 오지 않았느냐'고 했는데, 생계형 연기자들이 다른 거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나. 숙박비, 밥값도 자기 돈으로 쓰고 있다. 상위 몇 프로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생계형이다.

연기자들 역시 (방송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에 대해) 압박감을 다들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조합원들이 기본적으로 이번 투쟁에 대해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도 출연료 미지급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톱스타 최수종씨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 아니냐."

- 단체협약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안지켰다는 말인가?

하 "우리가 지난 7월 김인규 사장을 고소했던 이유는 단협위반 때문이었다. 우리가 KBS와 맺은 단협에 따르면, KBS가 출연료를 방송 후 10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돼 있으나 매번 지연해서 지급하고 있고, 촬영분량이 방송사 사정으로 방영 안될 경우에도 출연료 전액을 지급하도록 돼 있으나 <개그콘서트>는 (편집으로) 방송이 되지 않을 경우 50%만 지급하는 등 위반 사례가 총 11가지에 이른다. 우리의 촬영거부 투쟁은 단협위반건에 대해서 촬영거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의 틀 안에 있다." 
 

   
▲ ⓒ뉴스1

- 개그콘서트의 경우, 단체협약상 명시된 최저 출연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연료가 지급되고 있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하 "연예인들에게는 출연료 등급이 있다. 6등급에서 시작하는데, 탤런트들은 계속 등급이 올라가지만 개그맨들은 최대 8등급까지밖에 못 올라간다. 특히, 개콘은 (개그맨들에게) 등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주고 있다. '너는 신인이니까 30만원 받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는 규정에 명시된 금액도 아니다. 개콘 멤버들도 거의 한연노에 가입돼 있다."

- 그런데 KBS에 따르면, 개그콘서트 출연자들 가운데 촬영거부를 한 한연노 조합원은 없다고 하던데?

"개콘 같은 경우에는 개콘만의 특수성이 있다고 보면 된다. 개콘만의 특수한 문화가 있고, 개콘 같은 프로그램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그맨 조합원들이 나서서 '출연거부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콘이 초기에 60분 편성이지 않았나. 이게 나중에 100분으로 늘어났음에도 여전히 60분을 기준으로 출연료를 지급받고 있다. 5분이라도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추가 지급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개콘이 매우 인기있는 개그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출연자 처우에 있어서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그맨들이 나서서 발언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개콘은 1주일에 4번 정도 모여서 프로그램 아이디어 회의, 연습 등을 철저하게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비용지급이 안되고 있다."

- 현재 협상은 잘되고 있나?

하 "건설적인 이야기는 하지 못하고 있다."

- 500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촬영거부에 나선 정확한 숫자는 얼마인가? 

하 "출정식 참석 인원이 600명인데, 현재 몇명이 촬영거부에 참여하고 있는지 정확한 추산은 힘들다. 연좌농성하는 연기자들은 게릴라 형식으로 싸우고 있다. 조합원, 대의원들이 40명 정도씩 팀을 짜서 KBS 수원드라마센터, 별관 등으로 매일 연좌농성을 나가고 있다.

- KBS 별관 앞 농성은 계속 진행하는 건가?

하 "상시적으로 계속 농성하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게릴라식으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끝장을 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즐겁게 싸우려 한다. 그런데 KBS가 청경까지 동원해서 저렇게 강경하게 대응할 줄은 몰랐다."

- 드라마 산업은 겉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이면에는 극심한 불평등이 있다. 연기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문 "일단은 출연료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게 제일 시급하다. 그리고 연기자들에 대한 전반적 처우가 열악해지는 근본 원인은 '과당경쟁'이다. 예전처럼 공채를 통해서만 이 세계에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라 걸림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연기자 숫자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 세계에 들어오는 게 가능해지는 등 이쪽 질서가 모두 망가져 있다. 이 체계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또, 이쪽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신분이 굉장히 애매하다. 예술가일까, 노동자일까, 아니면 공인일까? 이야기들은 많지만 우리는 '노동자'가 분명하다고 본다. 지휘를 받고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출연료를 받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노동자임을 인정받지만 완벽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 4대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연기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돼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안 됐으니 다음 정부에서는 꼭 이뤘으면 한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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