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간사를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14일 오후 방송 3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방송 3사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만 편파적 보도로 일관한다는 이유로 항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BC 방문 상황이 눈에 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이 MBC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청원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 5명이 방송 3사를 잇따라 항의 방문했다.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 들어서고 있는 조해진(가운데), 이우현(왼쪽)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 ⓒMBC노조

이는 지난 5월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5월 9일 민주통합당 언론정상화특별위원회 소속 김재윤, 김현, 노웅래, 배재정, 진선미, 유은혜, 임수경, 신경민, 최민희 당선인은 서울 여의도MBC 본사 10층 사장실을 찾아 김재철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전관리부 직원들은 김 사장의 부재 사실을 알리며 사장실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들어가고자 하는 쪽과 막고자 하는 쪽의 몸싸움이 이어지는 등 1시간 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진 바 있다.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정영하) 홍보국장은 "그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방문했을 때는 청경들을 동원해서 막았는데, 이번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왔을 때는 주변을 통제하고 길을 열어줘서 여유있게 올라갔다"면서 "새누리당은 편파보도 항의를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MBC 편파보도를 격려하기 위해 온 것 같다. 민주당 방문시 정치적 중립 운운했었는데, 이같은 행태를 보니 회사측의 본심이 드러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방송3사 방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문방위 야당 간사인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권영세 상황실장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새누리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박 후보 캠프의 유세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후보의 언론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공영방송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서 SBS까지 대선 홍보단으로 편입시키려고 언론사를 대놓고 협박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민주통합당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각 방송사에게 균형있는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철훈 SBS 보도국장은 14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누리당 측이 찾아와 (자신들의) 모니터단에서 발표한 내용을 전달하면서 균형있는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요구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양철훈 보도국장은 "없었다"며 "구체적으로 내용을 언급한 것은 아니었고 짧게 10분 정도 만났다. '우리는 공정하게 보도를 해왔고 앞으로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SBS의 입장을 그분들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KBS, SBS, MBC가 박근혜 후보에게만 유독 편파적'이라며 대선 보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 권영세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9일과 12일 "박 후보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는 솜방망이 잣대" "대선 후보 3명의 보도 비중이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등 방송의 편파 및 불공정 보도가 심각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언론이 새누리당 입 속의 혀라도 돼야 하는가?' 보도량이 마음에 안 든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라면서 '이것이 문제다, 이렇게 보도해달라'라고 윽박지르는 행태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대의 보도지침과 다르지 않으며 새누리당은 박근혜판 '新보도지침'을 하달해 언론사와 언론인을 협박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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