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방통위는 오는 6월 1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일인 6월 29일에 맞춰 공포·시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이창형)가 지난 28일 '디지털전환 특별법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측과 방송사, 유통사, 소비자 및 시민단체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눈 가운데 "국민의 재산권, 선택권, 문화향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디지털타임즈 29일자 4면
디지털타임즈는 이와 관련 오늘(29일)자 4면 기사 <"디지털방송전환특별법 헌법소원 제기하겠다">를 실고 디지털전환특별법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다뤘다.

해당 기사는 토론자로 참석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의 발언을 인용, "현재 법 체계에서는 디지털방송의 비전환자에 대한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 재산권, 문화향유권 등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소원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어 전응휘 위원은 "특별법 및 최근 입법 예고된 시행령을 보면 시청자들에게 디지털전환에 대한 충분한 동기를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 강상현 연세대 신방과 교수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강 교수는 "저소득층 지원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날로그 수상기 계속 이용자 등 전환 거부자에 대한 지원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에는 '무조건 디지털 전환'을 전제로 해놓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은 29일자 인터넷판 기사 <시행 D-30, 디지털전환 과제는?>에서 참석자들의 디지털전환특별법과 시행령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김성근 MBC 기술기획부장은 "왜 진작에 이런 노력들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있다"며 "여건은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일반국민에게 '2012년에 아날로그 종료되니까 수상기를 새로 구입하십시오'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장은 "거의 모든 공동수신설비(MATV)망이 유료사업자에 넘어가 있는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이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갖고 일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의 특별법안에는 포함됐던 난시청 해소와 수신환경 개선방안 공동마련 조항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각종 사업자들이 목메고 있는 IPTV의 경우는 유료방송이다. 보고 싶지 않으면 구입 안하면 그만인 서비스이다. 그러나 디지털전환 특별법으로 도입되는 지상파의 디지털방송은 다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는 2013년부터 KBS 등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일인 2012년 12월 31일이 지나면 고가의 디지털 텔레비젼 수상기나 셋톱박스를 새로 구매해야만 방송을 볼 수 있다. 고화질의 HD 디지털 방송을 안보고 싶다고, 아날로그로 보겠다고 항변해도 현재 제도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니까 몇년 후에는 현재 보유한 텔레비전 기계를 몽땅 바꿔야만 기본적으로 케이블과 위성을 달든 안달든 나오는 방송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전환특별법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그러니 일각에서는 디지털전환특별법을 놓고 '과소비 조장법'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저소득층 지원을 넘어선 시청자 일반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방통위는 그동안의 홍보 미흡과 소비자지원책 미비, 난시청 지역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대책없는 아날로그 종료'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아날로그방송 종료일은 2012년 12월 31일 이내에서 국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디지털TV 보급률, 방송사의 디지털전환 추세 등을 검토한 후 추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가하기로 했다"며 종료일을 못박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애초 아날로그방송 종료일은 2010년이었다가 2012년으로 미뤄진 것이다. 기간이 늘어난만큼 체계적인 대책도 나와야하는데, 일단 법부터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속앓이 중이다. 예전 정부의 2010년 종료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디지털전환 기기들로 바꾸어놓았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정부에 의해 과대투자를 강요당한 셈이다.

자칫 대혼란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는 디지털전환 특별법의 허와 실, 사회적인 공론화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2006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민 60% 이상이 아날로그 방송 종료시 아날로그 텔레비전으로 디지털방송 시청이 불가능한 것을 모르는 실정이다. 정책당국이 시청자와 소통하지 못하고 있으면 언론이 나서서 낱낱이 따져보아야 한다. 정부주도 국책사업에 대해 정작 돈을 내는 주체인 국민들의 입장에 서서 보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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