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MBC 사회1부 부장이 MBC가 직접 검찰에 고발한 '한겨레 도청 의혹'과 관련한 취재·보도를 일선 기자에게 강요하고 이에 취재기자가 불응하자 직접 리포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 4일에 보도된 '면담 직전 한겨레 기자와 통화'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4일 오전 오정환 사회1부장은 검찰 출입 기자에게 '검찰이 한겨레신문 기자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니 리포트를 하라'며 '정수장학회 도청의혹 수사속보' 리포트 제작을 지시했다.

이에, 해당 취재기자는 전날 조선일보가 기사화한 '최필립 이사장과 한겨레 기자의 장시간 전화통화'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1차장, 형사2부장에게 취재를 했으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리포트를 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오정환 부장은 리포트 작성을 계속 요구했으며, 해당 기자가 입장을 바꾸지 않자 직접 리포트 제작에까지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정환 부장은 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면담 직전 한겨레 기자와 통화'라는 제목으로 "MBC 취재 결과 최 이사장은 사건 당일 MBC 관계자들과 만나기 직전 한겨레 최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고 손님이 왔으니 끊자는 대화로 통화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직접 보도했다. 지시를 불응한 기자에게는 '벌 내근' 지시를 내리고,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MBC노조는 성명을 통해 "검찰의 소환 통보는 고소, 고발 사건의 '통상적인 절차'였고 이런 '통상적 절차'가 보도의 가치를 지니려면, 대체로 혐의가 확실하거나 보도로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때로 한정된다"며 "거대 권력형 비리 사범에 대한 소환 통보가 아닌 다음에야 '단순 소환 통보'자체가 리포트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노조는 "당사자로서 보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시원찮을 판에, 기자에게 추측으로만 기사를 작성하라고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 조선일보 3일자 기사 - 조선일보 화면 캡쳐

또, MBC노조는 "특검수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기에 검찰청사와 특검 사무실을 부지런히 오갔던 기자가 이제 엉뚱한 이유로 회사에 발이 묶였다"며 "이번 소동도 여론의 물줄기를 정수장학회 문제의 본질에서 곁가지에 불과한 도청 의혹으로 돌리기 위한 김재철 일당의 집요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사자인 오정환 부장은 6일 <미디어스>와의 취재요청에 "나는 취재하는 사람이지 취재를 받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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