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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여론시장 진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인터뷰]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안현우 기자 | 승인 2008.05.27 17:21

   
  ▲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부소장 ⓒ안현우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종합편성, 보도전문PP 등 대기업의 IPTV 콘텐츠사업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방통위가 여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 설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IPTV 시행령 제정 공청회에서 방통위 서병조 융합정책관은 “대기업 진출 기준을 자산규모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변화된 환경을 고려하면 대기업이 종합편성이라는 길에 들어오는 걸 열어줘도 우리 사회가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성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10조원보다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대기업의 종합편성 보도전문 PP 진출에 대한 빗장을 사실상 풀겠다는 것으로 상당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업의 정보 장악과 이것이 미디어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에 IPTV 사업자가 직사채널을 갖지 못하게 했다”며 “방통위가 할 일은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있는 대기업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부소장은 “종편이나 보도PP에 진출한 대기업이 거대 종이신문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교차소유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준상 부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방통위가 IPTV 시행령 관련 대기업의 종편 보도PP 진출 기준을 자산규모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더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 풀어주는 것 아닌가.

“사실상 다 풀어주겠다는 것으로밖에 풀이가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미디어 분야에까지 전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종합편성PP나 보도전문PP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애초 자산 규모 3조원 이하의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한정한 과정을 보면 2002년 홈쇼핑 채널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3조원으로 설정된 것이었다.

종편, 보도PP는 홈쇼핑 채널보다 미디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훨씬 더 크다. 이에 비춰보면 진출 가능한 대기업 기준을 10조원으로 급격히 완화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그런데 10조원 기준을 더 낮추겠다고 하는 것은 여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 설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방통위가 봉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10조원에서 20조원으로,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아무리 높여도 대기업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방통위에 묻고 싶다. 현대자동차가 볼멘소리를 하면 80조원 이상으로 기준을 높일 생각인가.”  

- 대대적인 대기업의 종합편성PP 진출 문제점은 무엇인가.

“올 들어 IPTV법이 제정됐고 IPTV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있다. IPTV 사업자는 케이티, 에스케이텔레콤, 엘지텔레콤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다. 모두 자산규모가 수 십 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자는 IPTV 사업을 하면서 자신들이 소유해 사용하는 방송채널(이른바 직사채널)을 갖지 못한다. 방통위는 왜 이들 사업자가 직사채널을 갖지 못하게 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대기업의 정보 장악과 이것이 미디어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종편PP나 보도전문PP에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완화하고 거대한 대기업들이 종편PP와 보도전문PP에 진출하게 하겠다는 것은, 방통위의 직사채널 금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종편PP나 보도전문PP는 직사채널 수십 개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 부소장 ⓒ안현우  
 

- 공정위가 출자총액,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는 움직임이 있는데.

“결국 방통위는 공정거래당국이 폐지하겠다는 기준을 가지고, 이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식의 허깨비 놀음을 하고 있는 꼴이다. 봉숭아 학당으로 비난받던 3기 방송위원회의 난맥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통위가 할 일은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있는 대기업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이다.”

- 대기업의 종편, 보도PP 진출은 신문방송교차소유의 첫 번째 시나리오라는 의혹이 제기되는데.

“첫 번째 시나리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문-방송 교차소유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종편이나 보도전문PP 진출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 완화는 방통위가 상대적으로 행정권을 남용해 장난칠 수 있는 고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종편이나 보도PP에 진출한 대기업이 거대 종이신문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교차소유를 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지상파방송사 민영화와 신문방송교차소유가 ‘5공 청산’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런 식이라면, 5공 때부터 한국통신을 민영화하기 시작했으니까 통신 분야에서 5공 청산을 하려면 다 합쳐서 한국통신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소리와 뭐가 다른가. 그럼 그린벨트를 몽땅 해제하는 게 박정희 정권(3공, 4공) 청산이라는 말인가. 한 나라의 정부 차관이라는 관료가 그런 유치한 말장난을 하고, 그게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한 방향으로까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씁쓸하기만 하다.”

- 최근 미국 상원의 신문방송교차소유와 관련한 결정은 무엇인가.

“미국은 1975년 이후 지난 32년 동안 동일한 지역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금지해 왔다. 미국의 땅덩어리를 생각해 보면, 여기서 말하는 미국의 지역은 땅 넓이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크기와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여론 다양성과 미디어 집중 방지를 위해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FCC가 이 교차소유 금지를 완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상위 20개 지역에 한정한다는 등 엄격한 조건을 달아 완화했다고 FCC는 설명하지만, 미국의 미디어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전면 완화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해 왔다. 실제로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FCC는 상위 20개 지역으로 한정한다고 하지만, 이것 자체만으로 미국 가구의 43% 이상, 인구수로는 1억 2천만 명에 해당한다. 이런 FCC의 결정에 대해 지난 5월16일 미국 상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불승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FCC의 교차소유 완화 조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만간 미국 하원도 비슷한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하원이 결의안을 채택할 경우, 부시 대통령은 상하 양원의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내비친 상태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 된다. 향후 계획은.

“가방끈도 그리 길지 않은데 부소장을 한다는 게 좀 계면쩍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가방끈을 좀 늘려볼 생각이다. 1987년 이후 언론운동과 언론 공공성 강화 진영에서 소홀했던 문제가 '세대 간 재생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소의 인큐베이터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당분간 제일 중요한 것은, 연구소의 '발언'이 아닐까 싶다. 주간마다 발행하는 정책브리핑, 토론회 등을 통해 사안들에 대해 적극 개입해 논쟁할 생각이다.”

안현우 기자  adspp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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