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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안철수, 플랫폼으로서의 정치를 실현하라”민주당과 안철수의 약점을 찌르는 불만 많은 3인의 방담 (하)
한윤형, 윤다정 기자 | 승인 2012.09.30 05:36

편집자 주: 엊그제부터 이 방담을 기획했을 때는 예측하지 못했던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이 어느 정도 수위의 비윤리적인 사건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이후 일 년 간의 준비시간이 있었는데, 그간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뿐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 때 반대파가 공격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었을 땐 별 문제가 없었던 사회적인 약점은 뭐가 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선 별로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담은 다운계약서 파문이 일어나기 전에 진행되었다. 이번 대선이 3자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 상황에도 성립될 수 있다. 그것은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스는 민주당과 안철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세 명을 불렀다. 야권에 많은 조언을 했던 SNS 컨설턴트 유승찬, 민주당내에서 일하다가 정치평론가로 나선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야권과 진보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문화평론가 이택광이 그들이다. 대담은 9월 26일 오전 10시 미디어스 사무실 근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방담 상편

   
▲ 대담에 참여한 유승찬 SNS 컨설턴트(왼쪽)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중간)과 이택광 경희대 교수(오른쪽)

이택광(이하 '택'):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안철수는 혁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민주당도 혁신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민주당의 쇄신은 결국 인적쇄신이어야 합니다. 측근 쳐낸다는 과격한 표현 썼지만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라는 거죠. 문재인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잘했기에 그 정부로 돌아가기만 하면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려야죠. 그런 식이라 지금껏 박근혜를 당하지 못했습니다. 박근혜는 자신이 이기는게 정권교체가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었죠. 그러다가 안철수에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사과도 하고, 예전이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죠. 이제 민주당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자기들이 못하는 걸 안이 해줬다고 봐야 해요. 민주당의 쇄신은 결국 안의 이미지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쇄신이 되어야 합니다. 착각하면 안 되는게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란 겁니다. 민주당이 먼저 안에게 필사적으로 구애하고 매달린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합니다.

미디어스(이하 '미'): 어떤 측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가시적으로 혁신한 것처럼 보일까요.

이철희(이하 '이'): 올드보이를 뒤로 물려야죠. 이해찬과 박지원, 그리고 친노 중간급 되는 사람들을 묶어서요. 친노세력이라 말하지만 친노 중심을 뒤로 빼는 정도면 됩니다. 결국 이 두 가지 과제죠. 의외로 간명합니다.

유승찬(이하 '유'): 민주당 당료들의 자세도 변해야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당이 너무 과거의 방식에 의존해 있다. 총선 때 민주당이 계파 나눠먹기 하다가 들켰는데 총선 뒤에도 반성을 안 한 상황 아니에요? 총선 평가도 제대로 안 됐다는 생각입니다. 민주당의 경우 그간 너무 안 변했기 때문에 가시적인 몇 가지 조치만 취해도 사람들이 변화를 체감할 겁니다. 그러니 변화의 캠페인을 잘 조직하면 됩니다. 국민들이 더 많이 변화했다고 느끼게 하면 되죠. 그게 총선 때 박의 한나라에서 새누리로의 변화 전략이었죠.

: 문재인이 이걸 해내면 자연스럽게 리더십 문제가 해결되죠. 대선 주자가 이 정도는 해내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리더십이란 게 좋게 포장하면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한단 겁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문재인은 ‘친노의 기획상품’일 뿐 아니냐는 얘기도 들은 적 있어요. 후보가 후보로 보이지 않는 거에요. 여기 머물러있으면 안 되는 거죠. 총선 때에도 이 과제는 못 풀었고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자기 손으로 허물고 새 질서를 만들어 내면 사람들은 그걸 문재인이 주도한 쇄신이라 볼 겁니다. 그래야 문재인 본인의 고유한 브랜드가 생깁니다.

: 문재인은 실제로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언제나 뭔가를 받아들일 수 있고 열려 있는 사람이죠. 그런 사람이 정체되어 있다면 지금 주변 사람들이 고만고만하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인적 쇄신이야말로 그가 대선주자로 행보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 지점입니다. 넘어야 할 마지막 고비가 리더십인 거에요.

   
▲ 경제자문단과 인사하는 문재인 후보. '친노의 기획상품'처럼 보인다는 인상비평은 그에게 가장 아픈 것이다. 이제 스스로 그것을 떨쳐내야 할 시간이 왔다. ⓒ연합뉴스

: 또 앞에서 유대표도 말씀하셨지만 이젠 안철수 측도 쇄신의 내용을 잡아야 합니다. 안이 계속해서 정치쇄신만 고집해도 문제가 됩니다. 막말로 민주당이 쇄신을 안 하면 어쩔 겁니까. 물론 문재인이 쇄신을 해야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지만, 안하더라도 안철수에겐 답이 없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시점이 되었을 때 정권교체 담론이 나올 겁니다. 그러면 휩쓸려 가는 겁니다.

: 그런데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들의 심정도 사실 정권교체를 해야 한단 것이죠. 안이 그 유력한 대안으로서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고요.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결국 정권교체가 되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상식vs비상식이나 새로운 것vs낡은 것도 좋은데 그런 구도도 결국은 정권교체란 틀 안에 넣을 수 있어야 게임이 됩니다. 안 그러면 지리멸렬하게 끝날 거에요.

: 대신 정권교체 프레임을 잘 가져가야죠. 안철수가 정치쇄신을 하라고 했더니 민주당에선 그날 정권교체를 해야 정치쇄신이 된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일동 웃음).

: 정권 주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안 되죠. 어떤 정권교체를 할 것인가를 말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참여정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자세로는 무리에요. 십년을 집권한 세력이 정권교체의 이유를 밝혀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 없이 MB정부 5년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다음 5년을 가져가려 하면 한국의 상황이 심각해지겠죠.

: 민주당 경선 초기에 이철희 소장이 글에서 이런 얘기를 하셨죠. 정권교체하면 뭐 하겠다,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안 믿는다고. 대신에 지금 할 수 있다는 리더십을 보이라고.

: 그랬었지요. 참여정부 때 본인들이 추진했던 제주 해군기지 현장에 가서 ‘정권교체하면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강정마을 사람들은 ‘도대체 왜?’라고 반응할 거 아니에요? 이상한 겁니다. 생각을 바꾸었으면 이유를 설명해야죠. 5년 전에 한 일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합니까? 새로 만들어낼 정권에 ‘민주정부 3기’ 이런 타이틀을 거는 정신상태로는 망한다고 봅니다.

: 장하준 교수가 민주당 사람들 앞에 두고 그런 얘기를 했다더군요. ‘박근혜에겐 아버지가 한 일을 가지고 시비를 걸면서 자기들이 5년 전에 한 일도 책임을 안 지려 들려 그러면 어쩌느냐’라고요. 그런데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간단한 거 같은데 왜 해결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다 부정할 필요도 없고 금융위기 이후 세상이 변했으니 다른 방법론을 찾게 되었다고 얘기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 그 정도 수위론 다소 부족하죠. 계속 강조하지만 몇몇 얼굴들은 바뀌어야 합니다. 실무진들은 그대로 가더라도 추진하는 얼굴들은 바뀌어야 반성도 했고 새 정치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정권교체 담론이 안철수에게 이득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했지만 민주당이 안 바뀌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러면 안에게도 민주당과 손잡을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걸 만드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막연하게 새정치하겠단 얘기만으로는 안 되죠. 합류할 수 있는 중간다리를 개념적으로 계속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단일화를 하고 야권 전체가 민주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될 때 힘을 받을 거 아닙니까? 지금까지 안이 손해는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밍기적 대면 역효과가 나겠죠. 오바마의 경우 거의 경선이 끝나갈 때 자신의 변화의 이미지를 경험의 측면에서 보강해줄 수 있는 바이든을 잡았죠. 경선 중간중간에 뭔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변화 이미지는 일단 가져가면서 중간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 이헌재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 SNS 보면 이헌재에 대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게 부정적인 여론이 있습니다. 출마선언 이후 일주일째 지속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새누리 쪽에서 얘기하다가 이제는 조국이나 장하준 등 야권 지식인들이 워딩을 세게 하거든요. 어느 수준이냐 하면 이헌재 안고 가면 안철수 지지 못한다는 정도입니다. 이헌재에 대한 버즈가 유지되고 있어요. 이 상태로 끌고 갈 수는 없고 어떻게든 해소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 9일 대선출마 선언을 하는 안철수 후보의 기자회견장에 이헌재가 와서 안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이제 민주당의 입장으로 돌아가 정치혁신의 방법론을 제시해보면, 저는 민주당이 SNS를 활용한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민주당 주요 지지층인 이삼사십대를 데리고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플랫폼 정당을 만들고 플랫폼으로서의 선거를 해야 한다는 거지요. 이 정도 혁신을 해야 안철수와 만날 수 있습니다. 안철수도 더 이상 수사적으로만 말할 게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해서 정책을 만드는 어떤 틀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아닙니까? 그 역시 결국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플랫폼을 말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러면 민주당과 안철수가 이런 걸 같이 만들자고 하면 됩니다. 각자 시작해서 나중에 중간에서 만나는 방식이 좋겠죠.

민주당이 SNS에서 핵심지지층 백만명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런 플랫폼이 생기면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연결된 백만 명의 조직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집권을 한다 해도 새누리당이 바로 권력 아웃되는 게 아닙니다. 검찰 언론 모든 걸 갖고 있어요. 백만이 있어야 그들의 전방위 공격에서 방어가 가능합니다. 이 논의를 시작할 때에요. 대선 전에 완성하기 어렵다 해도 이 방향으로 끌고 가며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해요. 이 기획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단일화가 되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 핵심적인 지적입니다. 저는 지금 민주당 상황에선 이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할 거라 보지만 민주당이 생각해야 하는 게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민주당으로 안이 들어가면 안철수 효과는 그냥 까먹는 거에요. 왜 안이 나왔는지 몰라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만일 민주당이 플랫폼을 잘 짜게 된다면 거기 그냥 안이 착륙할 수 있습니다. 근데 왜 굳이 안철수를 민주당에 내리라고 합니까. 자신들이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지를 민주당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안은 출마선언에서 민주당의 개혁을 전제했습니다. 안 그러면 단일화 않는다고 했죠. 또 내가 지더라도 정치인으로 남아 있겠다 했죠?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이제 안철수는 선거에 지더라도 야당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아웃되는 게 안철수가 아니라 민주당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안은 선거에 패배하더라도 남은 역량을 가지고 야당을 만들겠다 말한 겁니다. 오년 뒤도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민주당은 지금 상황을 훨씬 더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긴장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 플랫폼이라는 대안을 세부적으로 말해보죠. 최근 시민사회에서 요구되는 개혁 방안인 건 맞지만 최장집 교수를 포함한 일군의 정치학자들의 경우는 모바일이나 웹에서 특정 계층이 과잉 대의 되는 문제가 있고 이것들을 반영하는 것이 정당을 튼튼히 하는 데도 안 좋다고 보지 않습니까?

: 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 봅니다.

: 최장집 교수의 말은 이론적인 측면의 것이지만 최근 실정을 보면 선진국들도 정당이 굉장히 유연해져 있어요. 독일의 경우도 요즘은 당이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정당 체제가 약화되는게 원래 정당 체제가 허약한 한국만의 특수성이 아니라 어떤 변화의 조류가 있는 거죠.

   
▲ 19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국회민생포럼 창립기념 특별강연을 하고 있는 최장집 교수의 모습.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그는 모바일 투표와 오픈프라이머리 등의 움직임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정당을 중심에 두면서도 소통은 넓게 가져가는 플랫폼은 만들 수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연합뉴스

: 우리는 튼튼한 진성당원제 정당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미처 그 과업을 이루어 내기도 전에 진성당원제 정당의 개념도 흐물흐물해지는 시국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연한 지지자층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도 정당이 제대로 운용이 될 수 있을까요? 이게 핵심적인 문제일 거 같은데요.

: 핵심적인 문제가 맞습니다. 그러면 오바마 캠페인에서 보이는 양상을 말해 보죠. 예전에 무브온 같은 기획들은 외부에서 시작되었고 선거 말미엔 골치도 썩이고 그랬어요. 나중엔 그들이 오바마에 대해 ‘너 왜 이렇게 보수적이냐’라고 공격하는 거죠. 근데 오바마 입장에선 정권을 잡기 위해선 좀 보수적인 부분도 보여주고 그래야 하는 부분도 아니겠어요? 지지자 운동이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죠.

그런데 그래서 이번 오바마 캠페인은 미국 민주당을 주축으로 트위터 조직을 만들었어요. 트루스팀이라고, 200만명을 조직하는게 목표였는데 어느덧 250만명을 조직했습니다. 이렇게 조직된 250만명을 당원과 똑같이 대우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 사람들이 캠페인에서 엄청난 물리력을 갖게 됩니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는 안철수도 민주당도 부정을 못 합니다. 이 대의로 조직을 구성할 수가 있다는 거죠. 둘이 따로 시작한다 해도 결국 나중엔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당을 약화시킨다고 보지 않아요. 지지자들의 의견을 들을 통로를 만들어야죠. 민주당이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민주당의 국회의원 수가 127명인데요, 적지 않습니다. 탄핵 직후 열린우리당 상황 빼고 이렇게 큰 정당을 가진 적이 없어요. 정치적으로 세력도 없고 근본도 없는 제3후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면 안 되는 그런 규모의 정당입니다. 근데 지금 헤매고 있는 겁니다. 이 플랫폼으로서의 정치를 이해하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주도권 행사하면서 단일화해서 이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쇄신의 방향이고 미래죠. 안철수도 국민이 동의할 만한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그도 이젠 주문만 하고 있으면 안 되고 같이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같이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고 그 플랫폼이 만나야 시너지 있는 단일화가 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쟤들이 달라지는구나, 뭘 하는구나, 그런 믿음을 갖게 될 겁니다.

: 얘기가 정교해져야 하니까 제가 편의상 계속 반론의 포지션을 잡아 보겠습니다. 이번에 프랑스 사회당에서도 보면 후보 선출 과정에서 ‘1유로 당원’이라고 해서 1유로 내면 투표권을 주는 일종의 오픈프라이머리를 했죠. 근데 이런 얘기를 하면 한국에서 나오는 반론은 유럽이나 미국은 지지층이 분명해서 밖으로 열어놔도 지지자만 들어오는데, 한국은 스윙보터가 많은 나라라 제대로 된 경쟁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말하면 민주당 경선에 새누리당 지지자가 들어와서 역선택하지 않느냐는 거죠. 가령 이번 민주당 국민경선에 대해서도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선 민주당을 지지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문재인에게 표를 주고 있다고 불만이 많았던 것 아닙니까? 

: 그런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양당제가 오래되어서 달라 보이지만 미국이라고 전통적 지지층만 있는게 아니에요. 트위터 조직 만드는데 민주당 싫은데 롬니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죠. 민주당이 싫지만 박이 더 싫어서 들어올 수도 있는 거구요. 중요한 것은 당이 이 사람들을 표라는 도구로 보지 않고 의견 존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같이 구성해서 선거 이후에도 오픈 거버넌스에 준하는 정책 플랫폼으로 계속 열어둘 수 있느냐, 그리고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정치에 정말로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오히려 이렇게 민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민주당 열망하는 지지자들이 진성당원이 될 수 있겠죠. 그래서 그런 우려는 지금 민주당에는 부적절하다 봅니다.

: 어떤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요?

: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로 수혈된 송호창과 은수미 정도 인물들이 민주당 전면에 나서야죠. 나머지는 일단 뒤로 빠지고요. 이런 이들이 플랫폼 정치를 애기하면 그럴듯합니다. 이해찬이 그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요. 이제는 사람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서 정치인의 속살을 제법 잘 압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문재인이 실제로 힘을 실어주면서 정치의 모양을 잘 디자인해야 합니다 .

: 백낙청 교수 등 야권 외곽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지식인이나 명사들의 정치 개입에 대해서는 어떤 평을 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활동도 플랫폼으로 수렴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예.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과 그런 분들이 정당 안쪽과 바깥 쪽으로 명확하게 구별이 되지요. 하지만 플랫폼은 그런 분들이 내부로 들어와서 활동하고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하는 기획이 됩니다. 그건 민주당이 기득권 내려놔야 가능한 것이지요. 플랫폼을 통해 공동의 논의의 장이 형성되게 하는 겁니다.

: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게 정치를 강화하는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시사하셨듯 그래야 정권교체 후에도 집권이 용이해집니다. 지금 민주세력이 전반적으로 위기인 상황에서 당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에만 신경을 쓰고 정치개혁을 소 닭보듯이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제를 한국 사회의 판을 바꾸는 문제라고 심각하게 바라 봐야 합니다. 내 이권 지키기의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정치적 이슈를 강화할수록 야권에 유리합니다. 보수세력은 근본적으로 정치에 적대적이에요. 투표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가지고 있단 게 드러난 상황 아닙니까? 특히 한국 보수, 박근혜 정도 수준이면 정치를 죽이려 한다고 말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 저는 야권딘일화를 그간 통상적으로 그랬던 것처럼 시민사회가 주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합니다. 양 진영이 과정을 밟아서 연대의 묘수를 찾아야지 두 사람 갖다놓고 시민단체가 담판짓는 식으로는 안 될 겁니다. 시민단체엔 시민단체의 역할이 있어요. 시민단체는 정당에 훈수하려고 있는 조직이 아니고 이런 선거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유권자를 만나면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아젠다를 발굴해야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만 헤맸다고 보지 않습니다. 시민단체도 같이 헤맨 거에요. 정당과 시민단체가 양날개로 가야 합니다. 양쪽 다 정신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 그 부분은 시민사회단체 역량의 공백 문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시민단체 역량의 상당수가 들어왔잖아요. ‘혁신과 통합’이란 단체를 만들더니 이것이 ‘시민통합당’이란 정당을 매개로 하여 민주당으로 들어왔습니다. 결국 밖에서 일하던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민주당으로 들어온 상황입니다. 그러자 지난 총선 때는 과거 2010년 지방선거에 백낙청 교수 등이 그랬던 것처럼 시민단체의 중재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더군요. 나서면 문성근과 김기식을 편들려고 그러는 거냐고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그렇게 소진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전반적인 87년 체제의 약화와 연결해서 봐야 해요. 그간 민주당, 시민단체, 진보정당, 진보적 학술단체 등을 만들어낸 활동가와 지식인들의 연배가 비슷비슷하고 운동 이력이 80년대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87년 체제가 한계에 달하면서, 정당도 약화되었지만 다른 영역은 더 약화되었기 때문에 마치 ‘노아의 방주’에 타오르듯 민주당에 승선하기 시작했고 그 바깥은 텅 비어 버린 상황입니다.

: 그래도 여전히 민주당 외곽에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마 안철수 쪽에도 갈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이 많은데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당이 중심이 되어 쇄신의 기틀을 잡고 그런 분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줬어야 합니다. 안 그러니까 자기 판단에 따라서 각자 행동을 하고 ‘오버’가 나옵니다. 가령 저는 조국 교수의 행보가 안타깝습니다.

   
▲ 지난 12일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에게 대선 후보 선대위 참여를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는 광경이 언론에 포착되었다. 플랫폼의 구축은 조국 교수와 같은 이들이 굳이 선대위에 들어가지 않고도 지금보다 더 활약하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 ⓒ연합뉴스

: 그분은 가끔 보면 야권 후보를 멋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멋있게 보이는데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는 중재가 잘 안 되지요. 

: 저는 조국 교수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분이라 봤는데 지금의 행보는 본인의 이미지를 깎아먹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는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죠. 민주당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안철수 쪽으로 갈 수도 없으니까 애매한 얘기 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역시 플랫폼이 중요하고 필요한 거에요. 조국이나 이외수 등이 역할을 하려면 결국 당이 로드맵을 보여주고 우리가 바뀌겠다고 해야 합니다. 박근혜는 이외수를 찾아가서 그림 좋게 사진 한 장 찍은 상황 아닙니까?

: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한 달을 공들였다고 합디다. 

: 백만대군 응집시켜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당 바깥에 있는 사람을 생각할 때에도, 명망가 중심으로 생각하는 개념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협력의 체제를 만들어야 해요. 플랫폼이라는 게 개념적으로 보면 신용카드에서 최초로 생겨났습니다. 가령 다른 도시에 가서 오전에 밥을 먹는데 지갑을 안 가져왔다 이겁니다. 그렇게 해서 돈이 없는 상황이 되니 부인이 차타고 그 먼 길을 와서 돈을 내줍니다. 얼마나 번거롭고 시간낭비에요? 그래서 이 사람이 생각하길 신용이 확실하면 자기가 당장에 돈이 없어도 밥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한 겁니다.

이런 것이 플랫폼이죠. 1+1의 합이 2가 아닌 10이 되도록 하는 구조를 짜는 겁니다. 잡스가 만든 앱스토어 역시 이러한 룰을 만든 겁니다. 전 세계 개발자가 참여하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 것 아닙니까?  이미 세상 자체가 플랫폼으로서의 사회로 바뀌었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결국 정치만 안 바뀐 거에요. 정치 영역이 이러한 사회 변화를 받아안고 플랫폼으로서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선거 전략의 문제를 넘어 정부 운영에도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논의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플랫폼을 위한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의 단초가 이번 대선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좋은 조건입니다. 그런 논의를 하다 보면 단일화는 어렵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단일화를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정권 교체를 원하는 양 세력의 단일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소통의 틀을 짜야 합니다. 

: 세 분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추석 이후 야권에도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끝>

   
▲ 추석 연휴 첫날 송편을 빚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모습 ⓒ연합뉴스

한윤형, 윤다정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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