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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을 뒤로 물릴 수 있는 권력의지를 보여라”민주당과 안철수의 약점을 찌르는 불만 많은 3인의 방담 (상)
한윤형, 윤다정 기자 | 승인 2012.09.28 17:42

편집자 주: 엊그제부터 이 방담을 기획했을 때는 예측하지 못했던 안철수 후보의 ‘다운계약서’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이 어느 정도 수위의 비윤리적인 사건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이후 일 년 간의 준비시간이 있었는데, 그간 안철수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서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뿐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 때 반대파가 공격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었을 땐 별 문제가 없었던 사회적인 약점은 뭐가 있을까?”라는 문제에 대해선 별로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다.

이 대담은 다운계약서 파문이 일어나기 전에 진행되었다. 이번 대선이 3자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이 상황에도 성립될 수 있다. 그것은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들의 약점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스는 민주당과 안철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세 명을 불렀다. 야권에 많은 조언을 했던 SNS 컨설턴트 유승찬, 민주당내에서 일하다가 정치평론가로 나선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야권과 진보진영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문화평론가 이택광이 그들이다. 대담은 9월 26일 오전 10시 미디어스 사무실 근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 대담에 참여한 유승찬 SNS 컨설턴트(왼쪽)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중간)과 이택광 경희대 교수(오른쪽)


미디어스(이하 ‘미’): 워낙 입담이 좋으신 분들이니 다른 주제를 던지기 보다 시간을 마음속으로 반으로 쪼개서 (웃음), 민주당과 안철수에 대해 할 말을 하고, 특히 문제점들을 집중 성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단 바람입니다.

이택광(이하 ‘택’): 안철수가 출마선언 후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 그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얘기해 봐야죠.

: 출마선언 이후 추석 민심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유승찬(이하 ‘유’): 출마 전까지는 안후보가 국민에게 불확실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줬거든요. 근데 출마선언 파장이 예상보다 컸습니다. 당일 SNS 버즈량이 17만건을 기록했죠. 정치인이 만들어낸 일일 버즈량으로 그때까지 최대였어요. 나머지 후보에 대한 언급도 늘었는데 그런 관심을 안철수가 견인했다 볼 수 있죠. 그의 등장으로 중간층이 정치에 대해 말하게 되고 새로운 정치적 관심을 끌어냈다고 봅니다. 일단 그 관심은 기자회견 이후 좀 잦아들었는데요.

이후 행보들은 평균적이죠. 아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언어가 있어요. 긍정적인 쪽으론 ‘새로움’이고 부정적인 쪽으론 ‘무경험’이죠. 상대 후보들이 잘하면 무경험 쪽이 부각되는데, 잘못하면 새로움이란 프레임이 계속 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자회견 봐도 안철수는 그 부분을 부각시키려 해요. 한편 문재인은 긍정적인 쪽으론 ‘진정성’이고 부정적인 쪽으론 ‘유약함’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단 이미지가 있고 자기 문제를 스스로 돌파하는 리더십이 아직 안 보이죠. 가장 큰 약점이 친노 프레임인데 이것을 돌파하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진정성과 유약함이 항상 공존하고 있는데, 후보가 된 이후엔 유약함이 부각되는 쪽이라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강하고 있다 봅니다.
 
반면 박근혜에 대한 긍정적인 언어는 ‘우직함’이나 ‘책임감’이죠. 이것이 강화되면 지지층이 결집하고 일정 부분 확장도 됩니다. 그러나 그의 가장 큰 약점은 ‘불통’의 이미지죠. 과거사 문제로부터 이것이 이어집니다. 이번의 사과로 어쨌든 한 번은 털었다 여겨지지만요. 이렇게 세 후보가 SNS상에서 가진 이미지의 흐름이 있는데, 누가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 끌고 가느냐의 문제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 유승찬 SNS 컨설턴트(왼쪽)과 미디어스 윤다정 기자(오른쪽)

: 대선에서 이 정도로 팽팽한 삼국지가 펼쳐진 적이 거의 없지 않나요? 제3후보의 중량감이 이 정도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겉으로는 3파전이지만 속내로는 안철수 대 나머지로 봐야죠. 여기서 문재인이 박근혜 쪽 이미지를 강화할지 안철수 쪽 이미지를 강화할지가 관건입니다. 문재인의 상태가 정체란 것은 후퇴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문재인은 단일화 여부에 대해서나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안철수의 기자회견이 기성 정치인과 다른 행보라는 이미지를 줬죠. 박근혜도 문재인도 아니라 봤던 이삼십대에게 선택지를 준 겁니다. 민주당이 꿈꾼 건 2002년 대선 구도이고 안철수가 당시 정몽준의 역할을 하길 바랐겠지만, 이렇게 되면 오히려 2007년 구도가 되고 당시 이명박 자리에 안철수가 와 있는 게 됩니다.

사람들이 이명박에게 바란 건 정치는 됐으니 경제적으로 잘 살게 해달란 거였죠. 근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경제적으로도 힘들었잖아요? 그에 대해 중간계급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정치가 중요한 문제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안은 정치개혁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이야기도 하거든요. 성장 담론을 바탕으로 복지를 한다는 이명박 이야기의 되풀이라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걸 봤을 때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 한 뒤 보이는 행보는 성공적이라 봐요.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건 안에 대해서 경험이 없다는 공격이 외려 동전의 양면처럼 참신함의 이미지를 강화시킨단 거죠. 가령 박의 경험 많다는 건 그 아버지와 같이 국정을 운영했다는 겁니다. 그 경험이 박을 유리하게 포장하면서도 발목을 잡죠. 문도 비슷합니다. 참여정부에서 큰 역할을 한 게 장애로 작용하는 면이 있죠. 지금 국면은 경험이 있단 게 장애가 되는 국면입니다. 관료나 각료들은 경험 있는 사람을 쓰더라도 리더십은 참신하면 좋겠다는 그런 패러다임입니다. 무경험은 상대방 후보가 잘한다면 문제가 되는 단점이죠. 근데 지금 판세에서 내놓을 게 없어요. 발표를 들으니 새누리당이 하위 40%까지 등록금을 면제한다는 선심성 공약을 냈습니다. 절박하단 소리죠. 박근혜가 잘했어야 안철수가 안 나올 수 있었고, 안이 안 나와야 박에 유리한 구도였는데, 그게 무너진 겁니다.

이철희(이하 ‘이’): 원래는 박근혜나 문재인도 자기 진영에서 혁신의 이미지였습니다. 그 둘이 정체할 때 안이 등장했고 그래서 타이밍의 효과는 극대화입니다. 추석 이후까지는 그 효과는 간다고 봐요. 그러나 그 다음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는지를 청취해 보면 비관적입니다. 론칭은 잘 됐는데 이대로 꾸준히 기세좋게 갈 수 없다 봐요. 그가 혁신을 말하는데 어떤 과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각론이 잘 준비가 안 되었다 봅니다. 대중이 열광한 건 당장의 선택지가 하나 늘었기 때문이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직이 가지는 의미가 강해집니다. 안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연 앞으로 5년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불가피하게 제기될 겁니다. 그 질문에 대답 못하면 11월의 저주로 끝나는 거죠. 그냥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 안철수 원장이...아니 이제 후보죠(웃음). 후보라고 부르기가 낯서네요. 이게 그대로 지금 정치 지형을 설명한다 봅니다. 안은 앞으로 뭔가 보여줘야죠. 10월까지는 컨벤션 효과가 이어질 겁니다. 민주당이 잘하면 제동을 걸 수 있는데 그렇지는 못할 듯 하고요. 안은 미래고 박과 문은 과거란 프레임이 생겼습니다. 이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건 민주당 뿐입니다. 그런데 아직 새로운 대립구도를 안 보여주고 있어요. 안의 등장과 별개로 박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월요일 사과 기자회견 당시 박이 일일 버즈량 신기록을 갱신했죠. 20만 가깝게 나왔습니다. 이는 박이 가진 결집력과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민주당이나 후보 일각에서 사과의 내용을 갖고 따지는 건 무의미해요. 프레임으로 보면 사과했다는 게 핵심이고, 다음으로 아버지 문제를 딸로서 거론했다는 것이 여성 중간층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부분이 추석 때 회자될 거에요. 박은 상당 부분 과거에 얽매였던 것을 털어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안이나 문 측에서 계속 유신 문제 가지고 거론하는 것은 득이 크지 않다 봅니다. 오히려 지금은 미래에 뭘 할지로 초점을 옮겨야 할 상황이에요. 추석 이후 핵심 아젠다는 민주당의 쇄신 문제가 될 겁니다. 이는 문재인에게는 위기이면서도 기회에요. 민주당 쇄신이 지금 정국의 모든 키를 쥐고 있습니다. 안이 요청했잖아요. 이걸 잘하면 문의 리더십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는 상황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흥미로운게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릅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 상식과는 달리 안과 민주당을 동일시하는 겁니다. 안을 민주당 후보라 생각하는 사람 많은 거에요. 혹은 단일화해서 민주당 후보가 되리라 보는 것이겠죠. 특히 호남지역, 특히 광주 전남지역을 보면 안과 문을 두고 물었을 때 20~30% 차이로 안이 앞서요. 이건 엄청난 차이거든요. 결국 호남 유권자들은 지금 문으로는 박을 이길 수 없다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겁니다. 안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거에요. 이 스탠스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안이 국민이 동의할 만한 정당쇄신을 민주당에 요구했는데 여전히 화법은 모호합니다. 이것은 안에게 짐이 될 거에요. 정치쇄신 니들이 하고 난 내 길 간다, 이럴 수 없거든요. 물론 그의 존재 자체로 정치쇄신을 견인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될 사람은 더 이상 그 정도 역할에 안주해선 안 되죠. 새로운 정치의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단일화도 안에게 고비입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선거 시기가 가까워질 수록 불안해질 겁니다. 삼파전으론 너무 불안한 거에요. 87년 단일화 무산의 아픔도 있고요. 이 불안함을 참을 수 있는 건 안철수 본인 밖에 없을 겁니다(웃음). 이 문제에 안이 어떻게 접근할까요. 안은 지금까지는 단일화 생각이 없어요. 어제 안이 나온 이래 가장 거친 워딩이 나왔거든요. 자기는 다리를 건넜고 그걸 불살랐다고 합니다. 감성적이고 상징적입니다. 물론 이는 전략적 스탠스이기도 하죠. 지금 단일화 얘기하면 문에게 좋지 안에게 불리하니까요. 그럼 대신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뭐냔 겁니다. 출마선언 이전처럼 애매하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호소력이 없어요.

: 근데 정치적 대안이란 것과 선거에 이긴다는 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란 게 있어요. 파격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안철수는 정책적 측면에서 혼란스럽죠. 명쾌하지 않아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모릅니다. 국정 운영 능력도 검증이 안 되어 있죠. 근데 이런 것들이 당선과 관계없단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국민이 이런 걸 보고 선택한 적이 없어요. 막말로 노무현은 준비가 되어 있었나요? 준비를 하고 들어간 건 김영삼과 김대중 정도였죠. 노무현은 너무 갑자기 대통령이 되었고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어 꼭 하고 싶은 게 운하파는 것 뿐이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되는 게 어차피 다들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기업 해본 사람이 하면 좋겠단 거에요. 특히 박근혜 지지자들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재밌는 게 안이 출마선언하니 박의 지지자가 안으로 이동합니다. 사적인 그룹에서 봐도 안을 다시 봤다는 박 지지자가 많아요. 안의 행보는 민주당 지지자는 고정으로 두고 박 지지자를 공략하는 행보입니다. 전략적 사고죠. 근데 그래서 안과 민주당의 거래가 가능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종횡무진하는 게 아니에요. 이헌재도 박정희와 박태준의 묘역을 참배하는 상징적 사건 안에 포함된 얘기입니다. 박근혜를 털겠다는 거죠. 그것밖에는 안이 우위에 있는 게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안은 장사꾼 기질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민주당도 어느 시점에서 전략적 사고를 해야죠. 당권만 지키겠다면 정권교체 안 해도 됩니다. 근데 나중에 안이 박과 같은 구체제 정치인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제 전선으로 단일화해달라고 요구하는 순간이 옵니다. 새 것vs옛 것으로 만든 판이 그렇게 갈 수 있어요. 안의 출마선언 후 행보를 보면 이걸 정확히 이해하고 노립니다. ‘다리를 건넜고 불살랐다’는 워딩이 뭘까요? 권력의지를 드러낸 거죠. 나를 장수로 쓰면 기세좋게 싸우겠단 거죠. 이것도 전략적 언행이라 봅니다. 그러면서 유약한 문의 이미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거죠. 추석이 가까워질 때 던진 겁니다.

: 안철수의 의도를 너무 정교하게 해석하고 계시는 듯 합니다(웃음).

: 안을 완벽하게 보는 게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서 나왔다 생각하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많이 했거든요. 바람을 타야 대권을 쥘 수 있고 국정 운영을 잘하냐 못하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민주당이 착각하는 건 안이 민주당과 협력해야 대권을 쥘 수 있다고 보는 거에요.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라 안이 대선에선 이길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과 협력하지 않으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민주당과 관계를 가져가야 해요. 민주당은 이 부분을 공략해야 합니다. 미국의 예보면 당 없이 무소속으로 나와서 주지사 된 경우 많거든요. 물론 예외없이 실패했습니다. 그러니까 안을 설득할 수 있는 얘기도 ‘이길 수 없다’가 아니라 ‘잘할 수 없다’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안철수가 납득할 거에요. 지금 민주당이 자기 위치에 앉아서 안이 입당을 하면 받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건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죠.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요. 오히려 민주당은 안을 이용해 위기를 타개하고 정권을 가져와야 하는 단계입니다.

: 이쯤에서 민감한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민주당은 과연 정권교체를 바랄까요.

: 당연히 바라겠지(일동 웃음).

: 너무 냉소적으로 보는 거 아닙니까.

: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위기를 보여주는 거죠.

: 정말요? 당 내부에도 여러 층위가 있지 않을까요?

: 물론 국회의원들에겐 뱃지가 더 중요할 수 있죠. 그러나 그들도 경험으로 알아요. 여야 국회의원이 누리는 권력이 다르단 걸. 그래서 권력을 잡으려고 할 겁니다. 근데 제가 약간 이택광 교수 생각과 다른 게 뭐냐면, 만약에 이게 처음하는 정권교체라면 민주당이 지지율 따라 우르르 안철수에게 몰려갈지도 몰라요. 근데 민주당은 그래도 십 년을 집권한 사람들이고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권을 바꿔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이 바꿨는데도 어떻게 안 되더라는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소속으로 나가면 힘들 거라 봅니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유권자들이 어느 시점까지 안과 문이 단일화 안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을 겁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인데 민주당도 안 붙으면 대통령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다들 압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죠. 그래서 이 모든 퍼즐을 풀려면 결국 민주당의 쇄신이 필요합니다. 설령 민주당의 전폭적 협조로 안이 무소속 후보로 당선되었다 칩시다. 민주당 소속으로도 과반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하기 어려운데 집권하다 일 년 만에 나자빠지면 우린 어떻게 합니까. 진보세력 전체에 아마 심각한 재앙이 올 겁니다. 참여정부도 이런 문제로 힘들어 했잖아요.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 지금은 두 가지 논의가 다 위험하고 위태위태합니다. 단일화도 그렇고 삼파전도 그래요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든 화두가 될 겁니다. 가장 큰 재앙은 단일화해서 지는 거죠.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만 하면 단일화해서 지는 그림 나옵니다. 안이 조건 없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안철수의 새로움이 민주당 프레임에 갇히고 확장성이 떨어지면 그렇게 됩니다. 물론 안이 그렇게는 안하겠죠. 그리고 이제 추석입니다. 추석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모두 있다고 하니까 그러면 정치에선 있는 겁니다. 상징적으로 중요한 명절인데, 안은 기자회견 통해 출마선언했어요. 출마선언은 기대보다 더 시대정신을 잘 반영했어요. 안이 시대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추석 때 얘기가 될 거에요. 한편 박은 과거사에 대한 강도 높은 사과를 한 게 회자됩니다. 근데 문재인과 민주당은 회자될 거리가 없어요. 문재인 측은 이걸 정확히 봐야 합니다. 추석 때 얘깃거리 줘야죠. 안 주면 어쩌자는 겁니까.

민감한 말이지만 사람들이 바라는 건 일단은 하나입니다. 친노가 실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은 친노세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있는 거에요.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친노에 갇힌 프레임을 돌파하기 위해 친노 2선후퇴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해야 합니다. 추석 전에 선언부터 하는 게 좋고 추석 이후에 구체적인 모양새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그냥 용광로 선대위로는 안 되죠. 문에게는 친노를 걷어낼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해요.

그리고 실제로 당내 소통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초선의원들이 말을 잘 못합니다. 예전에는 총선 끝나면 초선을 중심에 세우고 스피커로 만들고 그랬는데 요새는 아닙니다. 예전에는 당 대표한테 섭외 요청 들어오면 신참한테 넘겼는데 지금은 자기들이 나가요. 안 좋은 문화입니다. 이해찬과 박지원이 다 하려 하면 안 됩니다. 당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연설하면 되는데 왜 본인들이 마이너 팟캐스트 방송까지 나가려고 합니까.

이 두 가지 문제만 문이 풀어내면 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도 원하지만 그 이면에는 안정감을 원하는 심리가 있어요. 유권자들은 이제 국가권력이 뭔지 압니다. 의회권력 없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합니까?

권력의지의 가시적인 표현은 측근을 버리는 데에서 나온다 봅니다. 박근혜는 그걸 보여 준 사람이에요. 앞으로 더할지도 모릅니다. 근데 안철수도 그에 버금가는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안이 가진 결의의 표정이 중요합니다. 표정에서 박과 닮은 데가 있다 봅니다.

: 사실 행보도 비슷합니다.

: 이건 중요한 부분인데요. 선거는 게임입니다. 선거에서 바른 정치가 실현되는 건 아니에요. 90일도 안 남은 이 선거는 철저한 게임 구도로 이미 들어갔습니다. 문재인이 인간적으로 좋다는 건 모두들 알아요. 청렴하고 정직하며 진정성이 있죠. 그런데 사람들이 문에게 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문이 요즘 사람 좋게 웃고 다니는데 지금은 웃을 상황이 아니죠. 민주당 지지자들이 볼 때, 지금은 표정을 단호하게 가지고 측근을 버릴 줄 아는 과감한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른바 삼파전 구도 형성하면서 단일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안도 응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이 결연한 표정으로 측근 버리고 민주당 혁신하고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데 안이 혼자 가겠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안은 국민에게 외면당할 거거든요. 지금 저는 문이 선거에 뛰어든 이래로 가장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봅니다. 바로 여기서 리더십을 보여야 합니다. 그걸 못하면 이제 기회는 많지 않아요.

민주당에게 실제로 변하라는 요구까지는 하지도 않아요. 선거 전략상 변하는 걸 보여주는 정도면 됩니다. 총선 때 새누리당이 변했던 정도면 된단 거에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MB로부터 선 긋고 프레임을 이동했습니다. 박근혜가 자기도 MB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물러섰어요. 근데 실제로 먹혔습니다. 빨간색도 굉장한 선택이죠. 민주당은 빨간색을 못 쓰잖아요. 택하면 빨갱이가 되니까. 근데 새누리당은 쓸 수 있었던 겁니다. 공학상 그런데 그러면 대단한 선택이죠. 민주당이 기존 한나라당 색깔 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자꾸 이런걸 민주당 측에선 이벤트라고 비판하는데 제가 말하는 게 뭐냐면 민주당도 제발 그런 이벤트를 하라는 겁니다. 당의 혁신은 짧은 기간에 진행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렇게 혁신하겠단 얘기라도 당장 던지란 겁니다. 

: 김민전 교수가 YTN 인터뷰에서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 했죠? 그런데 민주당이 여기에 대해 화를 냅니다. 이 워딩에 대해 싸울 필요 없어요. 자기들이 중심이란 얘기잖아요. 다들 쳐다보고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면 어찌 보이겠습니까. 큰 위기가 옵니다.

: 측근을 버릴 수 있는 게 권력의지란 표현이 의미심장합니다. 가령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동지를 버릴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해서 사건을 풀지 못했죠.

: 중요하죠. 저는 친노 프레임이 의외로 독하다고 봐요. 박영선이 얘기할 정도면 초선 사이에선 강력하다고 작용하고 부담이 된다는 겁니다. 스탠스를 정하는데 이 장벽이 강하게 느껴진단 거에요. 민주당 의원 만나보면 다 그 얘기를 합니다. 문재인은 이걸 인식을 못 합니다. 왜인지는 알겠어요. 친노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열심히 살았는데 왜 욕을 하냐, 이런 심리죠. 근데 진실 공방을 할 시간이 없어요, 게임 이기기 위해선. 이미 프레임이 그렇게 걸려있습니다. 그걸 깨야 국민에게 확장성을 가집니다.

: 이석기 김재연이 진실공방과 별개로 사퇴해야 했던 상황과 비슷할까요?

: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또 참여정부에 서운한 호남 사람이 많습니다. 근데 자꾸 친노는 호남에 잘못한 게 없다 하거든요. 뭐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여론조사에서 호남 사람들의 선택은 명백합니다. 민주당 밖에 있는 안철수에게 20% 더 지지를 보낼 정도에요. 박이 과거사를 반성했으면 문도 참여정부에 대해 반성할 부분은 해야 합니다. 진실게임을 하자는 게 아니라 호남 유권자들이 서운한게 있으면 풀어야 합니다. 그게 정치 지도자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잘못을 찾아보면 있지 않겠어요? 참여정부 시절 인사에 영남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다거나,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그렇게 처리한 것 등등. 호남에게 김대중이란 상징이 얼마나 강력한데 그 자체로 감정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심지어 문은 영남 정권이라는 워딩도 실제로 했습니다. 호남이 전략적 선택한 대통령이 호남을 부정한 그런 문제가 있었던 겁니다. 또 참여정부식 했던 불통, 고집 세워 FTA 밀어붙이는 일련의 과정들을 사과해야죠. 설령 그게 좋은 일이었다고 해도 좋은 일을 그냥 협의없이 하는 게 독재 아닙니까? 중요한 건 소통이 부족했다는 거죠. 이런 반성을 하고, 그런 반성을 통해 프레임을 깨고 나오는 게 문에게 중요합니다. 키는 민주당에게 있어요. 이게 정권교체에서 민주당이 주도권 쥘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정권교체는 원래 정당이 하는 거지 후보가 하는게 아니에요. 아니면 박근혜가 해도 정권교체 게요? 진짜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더 시간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습니다.

: 문재인의 브랜드가 살면 친노 세력에게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문재인의 브랜드가 없으니 다들 뭐라고 하는 겁니다. 친노 몇 명만 뒤로 후퇴시키면 대부분의 당직자나 실무자들은 그대로 갈 수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몇 명이라도 후퇴해야 친노 전체도 사는 겁니다.

: 전 친박의 경우 곧 2선후퇴를 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면 친노의 상황과 선명하게 대비되겠지요.

: 박이 쇄신한 상태에서 문이 뒤따라 하면 코미디가 됩니다. 추석 뒤에 박근혜가 본격적인 포퓰리즘 행보로 들어가 인적쇄신한 후 몰려서 하게 되면 상황이 곤란해질 수 있어요.

   
▲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

: 박근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문재인이 쌍용차 해고자 가족 치유센터 ‘와락’에 가서 울었잖아요. 진작 했어야 했던 일입니다. 저는 박이 친박을 2선 후퇴시킬 뿐 아니라 MBC 김재철 사장을 아웃시킬 수 있고 쌍용차도 가서 모종의 약속을 할 수 있다고 봐요. 급하면 그 정도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그렇게 해도 보수 세력이 여전히 자신을 지지합니다. 결집력이 강해요. 그래서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가 가능합니다. 문재인은 보수적 이슈를 그렇게 가져갈 수는 없어요. 지지자들이 반대할테니까요. 그러면 뭐냐, 측근 쇄신은 먼저 하고, 자신들이 가져갈 수 있는 이슈는 먼저 가져 가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부류와 불이익에 저항하는 부류가 그것입니다. 실제로는 후자가 훨씬 강고해요. 매번 선거캠프회의 때마다 느끼는 건 사람들은 불의보다 불이익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거에요. 문재인의 지지자가 결집도가 낮다고 했는데 이 문제는 안철수가 가장 심각하죠. 그래서 안철수도 앞으론 캠페인이 어려울 겁니다. 어떤 실수에 의해 다른 후보의 지지자로 이탈할지도 모르고, 아니면 아예 투표를 안 할 수도 있죠. 원래 무관심층이 안에게 관심 가졌는데 뭘 못 보여준다면 다시 이탈하겠죠.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 역시 시대정신을 갖고 미래라는 프레임을 선점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합니다. 이제는 정책 비전이나 세력에 관한 것이나 사람들이 훨씬 더 구체화된 것을 요구할 거에요. 거기에 응답할 준비가 안은 안 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미완이에요. 그럼 이걸 어떻게 채울 건가요. 그래서 안에게도 민주당이 중요합니다. 민주당만한 정치세력을 어디서 못 구해 옵니다. 양측 모두 새누리당의 전략적 유연성을 고려한 캠페인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계속)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유 공간인 평택 와락센터를 방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얘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연합뉴스

한윤형, 윤다정 기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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