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연합뉴스
안철수 교수가 드디어 나선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안 교수의 19일 기자회견이 “역사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교수의 기자회견이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안 교수가 2012년 대선의 유동 ‘변수’가 아닌 부동의 ‘상수’가 되기 위한 3가지 전제조건을 살펴봤다.

단일화가 아닌 본인의 비전을 말해야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시기의 문제도, 방법의 문제도 아니다. 안 교수가 단지 이 흐름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그래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안 교수 스스로 ‘역사의 부름을 받았다’고 표현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안 교수가 후보 단일화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단언컨대 없다.

따라서 안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단일화에 이르는 어떤 공학적 설계를 밝히는 것이 아니다. 일개 개인에 불과했던 안 교수가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근원적 동력을 어떻게 살려갈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제시되어야 한다. 시대적 요구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대선후보 안철수’는 2012년 어떤 응답을 할 것인지를 우선 보여줘야 한다. 그게 본질이고 훨씬 중요한 지점이다.

독자적 비전 없이 지지율에 기반 한 단일화 입장만 밝힐 경우 안 교수는 그 순간 또 한명의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안 교수 앞에 모였던 지지율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단순히 야권 후보 1/n에 대한 몫이 아님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정치적 실험 계획 밝혀야

그러기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실험 계획이 나와야 한다.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복무하는 거대한 사회적 카르텔과 맞설 수 있는 흐름을 어떻게 창조해갈 것인지를 밝혀줘야 한다. 그게 새 시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이다.

예컨대, 안 교수가 선거 캠프를 차리고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후보가 하듯이 선거 운동을 해서 개인의 장점과 기량을 홍보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그런 기존의 정치 문법을 답습하려면 굳이 안철수가 필요하지 않다. 일각의 지적대로, 무소속 안철수 개인의 역량에 공화국의 미래를 맡기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자해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안 교수는 정치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그래서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안철수 세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밝혀줘야 한다. 민주당과 연립 정부를 하겠다거나 하는 수준의 현실적 정치 타협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의 상식 회복을 요구하는 자발적 개인들을 어떻게 정치 주체로 세워낼 것인지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다. 안 교수에게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정치적 과정이다.

새로운 프레임 제시해야

현재 대선의 프레임은 ‘수구보수 vs 민주개혁’의 양자대결 구도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정확히 이 대척점 위에 서있다. 여기에 박 후보의 실책과 이에 대응하는 이슈 파이팅 형태로 제기되고 있는 프레임이 ‘과거세력 vs 미래세력’의 구도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큰 틀에서는 앞의 프레임의 종속 프레임일 뿐이다.

제3후보인 안 교수가 이 프레임에 존재를 인입한다면, 사실의 그의 파괴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그 프레임에 서있는 야권 후보는 있다. 그렇다면 안 교수는 이 프레임 바깥에 새로운 프레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관습적 정치 문법을 파괴하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분법에서 자유로운 세력의 연합, 연대를 구심할 수 있어야 한다.

안 교수에 대한 호감을 표한 정치적 스펙트럼은 우로는 윤여준 전 장관으로부터 좌로는 심상정 의원 까지다. 이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해야 한다. 이 프레임을 갖고 기성 정치권 전체를 깨트리고,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선 구도 전체를 늘 익숙한 구도에서의 차악 선택이 아닌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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