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자 조선일보 2면. 이례적으로 1면과 2면에 정정기사가 실렸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대한 분노가 이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관계없는 시민의 얼굴을 1일자 1면에 피의자 얼굴이라고 보도한 건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사안은 1일 오후부터 피해자의 지인을 통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SNS 등을 통해 조선일보의 잘못이 확산되자 급기야 2일 새벽 인터넷판에 정정보도가 올라왔다. 조선일보는 이례적으로 3일자 1면과 2면에 정정보도를 싣는 등 사건을 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겨레 등 기타언론은 오늘자 신문에서 조선일보의 ‘최악의 오보’ 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돌출이 문제가 되었지만 한겨레 등이 지적한 ‘범죄 상업주의’가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가령 1일자 경향신문 1면에 실린 피해자의 그림일기가 피해자 인권을 침해하는 것 외에 사건을 환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특정한 성범죄가 이슈화되면서 언론의 개인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불심검문 등 국가의 개인통제 부활이 시도되면서 화학적 거세 확대 및 성범죄 형량 확대와 같은 엄벌주의가 논쟁에 부쳐지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선 '화학적 거세'와 같은 문제보다 훨씬 오랫동안 찬반의 대립이 있었던 사형제의 경우도 극악범죄가 사회적으로 널리 보도되는 시국에는 찬반 비율이 요동친다. 일시적으로 찬성 여론이 10% 가량 상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런 사건을 계기로 특정한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라는 물음도 제기될 수 있다. 언론보도의 인권 침해 문제나 국가의 개인통제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면서, 한국적 실정에서 성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의 필요성이나 효용성에 대한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도 마련하는 것이 이 시기에 요구되는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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