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봉주 전 의원의 보좌관은 정봉주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권스' 이탈 소식을 알렸다.

정치인의 트위터 계정 관리자가 그 정치인의 팬클럽에서 이탈하는 흔치 않은 사례가 남을 것 같다. 정봉주의 트위터 계정 @BBK_Sniper 를 운영하는 전 보좌관이 오늘 오후 정봉주 전 의원과의 상의 끝에 미권스를 탈퇴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자신도 문재인 캠프에서 강한복지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용익 의원 보좌관이란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건은 특정후보 지지, 반대와 상관없는 미권스 카페지기의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권스 게시판에서는 카페지기 민국파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권스의 움직임은 이전에도 각 경선 후보들 간의 관심사였다. 카페지기 민국파가 투표를 통해 문재인 후보 지지 입장을 통과시키려고 했을 때, 정봉주 전 의원은 옥중에서 자필편지로 특정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의 입장은 김두관 후보와 손학규 후보의 트위터에서 소개되었다. ‘비문’ 후보들은 미권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중립화시키려고 노력한 것이다.

▲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후보는 정봉주 전 의원의 '중립' 선언을 매우 반겼다.

미권스의 정치적 입장을 둘러싼 갈등은 카페 내부에서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문제겠지만, 한국 정치의 문맥에선 ‘온라인 조직력’의 힘이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과연 ‘온라인 조직력’을 장악하는 쪽이 이번 경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거를 한 곳은 제주와 울산이고, 아직 수도권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회원 대다수가 수도권 거주민일 것으로 추정되는 미권스에 대해 후보들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는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참여인원이 많아질수록 여론조사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칠 여지는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얼마 전 수습된 모바일투표 갈등의 경우 이전에는 각 전화마다 언급되는 후보의 순서가 ‘랜덤’이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고정되었고 문재인 후보가 맨 뒷번(4번)에 위치해 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막상 재검표를 해보니 수천 표에 달하리라던 무효표는 수백 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거 2002년 국민경선에서도 그랬듯 첫 경선지에선 모두들 조직을 닦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대세론’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2002년 경선 제주에서 한화갑이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에 생채기가 난 것을 모델로 삼는다. 그래서 노력을 했을 테고 기대가 있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후보들 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후보의 인지도가 반영된 국민 여론을 ‘온라인 조직력’으로 뒤짚는 것은 과거보다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권스의 갈등 역시 실제로 온라인 여론에서 우위를 점하는 친노인사들의 지지를 확정하느냐는 종류의 것이었지 열세 후보가 온라인 조직력을 통해 선거를 뒤짚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상황은 아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바람’이 불지 못한 건 온라인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을 만들어낼 에너지를 당 바깥의 안철수가 다 가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 분석했다. 손학규와 김두관이 나름의 승부수를 던지며 분투했으나,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이 ‘흥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선 인지도가 높은 문재인이 자연스럽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이 정당정치 내부의 바람직한 변혁의 시도의 동력들을 깎아 먹는 측면이 있고, 그 점이 ‘문재인 대세론’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미권스 갈등과 경선 결과에서 드러난 문재인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에 문재인 캠프가 너무 현혹되지 말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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