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으로 뜨거운 여름. 우리 선수들의 메달 소식에 열광하고, 안타까운 오심에는 분노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입장으로는 하루 종일 즐거운 TV보기가 가능하고, 새로운 경험이 많아 더욱 신나는 시간들! -물론. 좀 "과하게" 올림픽만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매년 이런 종합대회가 함께하는 것도 아니니 소중합니다.

우리에겐 이런 종합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익숙한 종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종목,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종목, 바로 "양궁"이 대표적이죠.

또 다른 한편에는 아쉽게 놓친 메달에 대한 메달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쉬움이 큰, 오심의 최대 피해작 "펜싱", 하지만 그 조치 과정과 뒷이야기 또한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뭔가 아쉽고 답답한 모습이 자리하고 있다는 거죠.

당연한 금메달?

런던을 찾은 각국의 양궁대표팀, 그 면면을 살펴보면 절대다수의 나라 코치 및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놀랍습니다’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 준결승과 결승 무대에서는 모든 팀들의 지도자가 우리나라 출신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오늘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양궁의 메달인 "남자 개인"을 빼면 여태껏 나온 메달은 모두 3개. 그 가운데 여자 단체와 개인은 우리나라가 차지했습니다만, 놓친(?) 하나의 금메달은 이탈리아가 차지했죠.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령탑은 우리나라 출신 "석동은 감독"입니다.-한국 양궁의 개척자인 고(故) 석봉근 선생의 장남이시죠.-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금메달"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합니다. 올림픽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는 평가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사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표팀=금메달"이란 식의 고정관념, "양궁만큼은, 양궁은, 금메달"과 같은 표현과 그 익숙함이나 당연함은 좀 아닌 듯.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국가대표팀의 이야기. 과연 "양궁" 자체의 저변을 생각하면 답답함이 큰데요. 생활체육으로서의 양궁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죠.

우리나라가 놓친, 남자 단체전을 차지한 이탈리아에서는 양궁이 생활스포츠의 주류를 이룬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4년에 한 번뿐인 "스포츠"로서 "양궁"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결코 그 금메달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할 수 없습니다.

구걸하는 은메달?

이번 올림픽의 아쉬움은 "오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 처리과정에 분노를 더한 사건은 역시 "펜싱". 스포츠 외교력에서 우리의 한계를 보여준 종목 펜싱, 신아람 선수의 "1초 사건"은 우리 체육계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케 합니다.

공식적인 항의보다 뭔가 처리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논란을 불러옵니다. 특별상 수상 수락과 거부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들이 오가더니, 이제는 "공동 은메달"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 과정상의 문제나 불합리함에 대한 논의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만 보여 아쉬움은 깊어진다는 거. 자칫 성사되지 못한다면, 선수와 국민들에겐 더 큰 한탄만 불러올 터, 무리한 추진부터가 문제 있어 보입니다.

어찌하여 우리의 의지(?)가 "은메달"에 이른다고 합시다. 신보람 선수의 억울함과 국민적 분노는 그렇게 풀릴 수 있을까요? 오심과 잘못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고, 그런 논의에는 "메달"을 넘어선 "예의"가 있어야 할 터, 절차가 중요할 듯합니다.

국제펜싱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 모두에게 합의가 필요한 사안인데 과연 그런 외교력이 발휘될지도 사실 의문.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인지, 아니면 뭔가 우리에게 보상을 구걸하는 것인지 알기 힘든 상황입니다. 답답한 노릇이죠.

대한체육회와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혹시나, "메달"에 대한 노력으로 "특별상" 수락의 나쁜 여론을 무마하려는 건 아닌지, 그런 이유에서 "구걸한" 은메달이라면 결코 반갑지 않습니다. 그 속내와 진심이 그저 궁금하고, 결말이 두려워집니다.

여러 가지 "오심"덕분에 울고, 값진 메달과 선수들의 투지에 웃고, 부상과 힘겨움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시간들. 그렇게 절반을 향해가는 런던의 날들. 우리에게, 우리 스포츠에게 이번 올림픽은 또한 여러 새로운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얼마만큼 받아들이고, 얼마나 더 나아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할 듯한데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좀 더 다양한 종목이 늘 생활 속에 익숙할 수 있길, 그런 가운데 우리 체육계의 저력도 더해지길 기대합니다. 이번 올림픽이 준 가장 큰 교훈은 아마도 우리의 "평소" 스포츠에 대한 관점과 접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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