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3억원의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며 검찰을 향해 “차라리 빨리 소환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돈을 전달했단 구체적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되며 사건의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연합뉴스

3일자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이 ‘현영희 비례대표 의원의 전 선거사무장 정모씨 제보로 시작됐다’며 정씨는 총선 기간 중에 작성한 ‘노트 두 권 분량의 메모, 선거 관련 회계 자료’ 등을 들고 직접 선관위에 출두했다고 전했다. 정 씨는 "현영희 의원이 현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에게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각각 3억원과 2000만원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 출신의) 조모씨를 통해 전달했다“며 자신이 직접 “그 장소까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정 씨의 진술에 대해 선관위는 "돈이 인출된 시점과 정씨가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 시점이 일치했고, 전달 장소도 관련자들의 동선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관위는 “정씨 진술과 관련자 통화기록, 현영희 의원과 가족의 금융거래 내용을 대조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19대 총선 공천에서 현기환 전 의원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한겨레는 현 전 의원이 “10명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 중 한명의 위원이 아니라 친박계를 사실상 대리하는 위원”이라고 평가하며 “친박계 실세였던 현 전 의원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에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한겨레의 이러한 분석은 현 전 의원이 결백을 호소하며 "지난 4월 총선 당시 공천은 '한 사람이 누구를 공천시킨다든지 낙천시킨다든지 하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항변한 것"을 무색하게 만든다. 한겨레는 새누리당 공심위가 ‘도덕성’을 최우선 공천 기준으로 내세웠지만 역사 왜곡 발언을 한 박상일·이영조 후보,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킨 석호익 후보 등을 공천했다는 점을 환기하며 부적격 후보의 공천에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한편, YTN은 2일 “선관위는 아직 제보자의 진술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제보자가 현 의원 전 수행비서로 제보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A 의원(현영희 의원)이 당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차량에 싣는 CCTV 장면 등 돈 거래 정황을 입증할 증거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YTN의 이러한 보도는 선관위가 혐의 입증에 상당한 물증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련해 검찰은 ”선관위가 혐의를 공개하는 바람에 수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