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성 KT M&C 부문장
지난 해 스카이라이프의 자체채널을 또 다른 자회사로 이관을 시도하다 노조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는 KT가 지난달 사내회사 형태로 미디어&콘텐츠(M&C) 부문을 설립하면서 전사적인 콘텐츠 관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KT는 이를 위해 CJ미디어 사장 출신 김주성 부문장(부사장)을 영입했다.

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한 자회사의 콘텐츠 수급·관리를 KT 본사의 미디어&콘텐츠 부문이 전담할 경우 자회사, 특히 스카이라이프의 구조조정이 동반될 것으로 보여 파문이 예상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M&C의 설립 목적은 전사적인 콘텐츠 조달과 수급 등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직 부문 설립 초기이기 때문에 R&R(Role&Responsibility) 등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은 계획 수립 단계이지만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 역시 M&C 부문에서 관리하고 관여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태언 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 위원장은 “KT 본사가 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를 관리한다면 심각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박태언 위원장은 “KT가 스카이라이프 콘텐츠를 관리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 등이 예상된다”면서 “그러한 상황이 오는 것을 반대하고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막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T는 한국HD방송(주)을 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운 이후 그룹 내 자체채널을 총괄하고 스카이라이프는 외부채널 수급 및 편성, 가입자 유치와 관리, 네트워크 고도화 등 ‘순수 플랫폼 기능’만 가지고 간다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스카이라이프 노조는 성명을 통해 “‘자체채널’을 근간으로 하는 콘텐츠운용사업은 우리 회사의 성장전략 중 핵심”이라며 “자체채널을 내주는 것은 회사의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스카이라이프는 SkyChoice(PayPer View서비스), SkyTouch(양방향방송서비스), SkyPlus(프로모션채널), SkyHD, KidsTalkTalk(유아영어전문채널), SkyEN (남성엔터테인먼트채널), SkyRainbow(블록편성채널), Sky3D 등의 자체채널을 운용 중이다.

▲ 케이티스카이라이프 지분구성. KT가 50.27%의 주식을 지니고 있다.

스카이라이프, IPTV 송출업무만 전담하나?

2일 스카이라이프는 5명의 신규 채용인원의 임명식을 진행했다. 바로 KT로부터 이관 받은 IPTV 송출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직원이다. 이에 대해 박태언 노조 위원장은 “최초 14명을 계약직으로 뽑고 4명을 정규직으로 뽑는다고 우리에게 통보했다”면서 “우리(노조)가 반발하자 5명의 정규직만 먼저 채용하고 나머지 인원은 아웃소싱(Outsourcing)형태로 돌린다고 했다”고 밝혔다.

스카이라이프 내부에서는 IPTV 송출 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것과 KT 본사 미디어&콘텐츠 부문이 맞물리면서 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 부분을 분리하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미디어&콘텐츠 부문이 설립된 후에도 스카이라이프의 콘텐츠 수급 관리는 스카이라이프가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미디어&콘텐츠 부문 설립이 스카이라이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케이블TV 등 업계는 IPTV 송출 업무를 스카이라이프가 대행하는 것은 사실상 한 회사가 전국방송 2개를 가지고 유료방송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방송은 콘텐츠와 송출로 이뤄진다”면서 “이 가운데 콘텐츠는 어차피 제공받는 것이기 때문에 내버려 두더라도 송출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방송 본연의 업무를 다른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송출을 같이 한다는 것은 자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같은 회사가 전국 단위 방송사 2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공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전국단위 방송사 2개를 겸영하면서 유료방송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책임을 방통위가 KT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R용?’, ‘막대한 자본력으로 영향력 행사?’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KT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등장과 IPTV 송출 업무의 스카이라이프 이관을 두고 KT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콘텐츠 시장 전반을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송출 등 기술은 전적으로 스카이라이프에 맡기고 KT 본사는 마케팅과 콘텐츠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KT가 막대한 자본으로 현재의 방송 콘텐츠 시장을 분탕질 칠 준비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R용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 겉치레)라는 평가도 있지만 윈도우 드레싱을 하더라도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액션(투자)이 뒤따를 것”이라며 “기존 콘텐츠 시장에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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