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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란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는 것"[인터뷰] '엄마가 달라졌어요' EBS 김동관 PD
곽상아 기자 | 승인 2008.05.09 16:54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 학습이 필요하다. 영어 교육을 위해 아이를 학원이나 해외로 돌리기 보다 스스로 영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 이는 비단 영어라는 과목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적용된다.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은 양육의 기본 원칙이다."

'자녀 양육'을 집중 조명하고, 집에서 아이 스스로 영어를 배우게 하는 '엄마표 영어연수'를 다룬 EBS <다큐프라임> '엄마가 달라졌어요' 3부작 시리즈가 많은 이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엄마가 달라졌어요'를 연출한 EBS 김동관 PD는 8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양육지식이 많음에도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이전 세대들보다 많이 서툴다"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 학습이 필요하다"고 프로그램 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엄마표 영어연수'에 대해 김 PD는 "모국어를 충분히 습득한 상태에서 'TV끄기 교육' 등 미디어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며 "영어뿐만 아니라 교육 전반에서 부모들은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육에서 엄마 역할만 강조됐다'는 지적에 대해 김 PD는 "그렇지 않아도 양육을 너무 엄마에만 전담하는 것 아닌가 조심스러웠다"면서도 "아빠 문제까지 조명하면 '양육'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 '엄마가 달라졌어요'를 제작한 김동관 EBS PD  
 
-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모성'에 대해 조명해보고 싶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부모의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많이 구속하고 있는데 이는 진정한 애정이 아니라고 본다.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양육지식이 많음에도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는 오히려 이전 세대들보다 많이 서툴다.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가슴으로 알고 있는 것의 차이다. 상식 선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들 많이 생각하는데 그래선 안 된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등 학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에게 각종 맞춤식 코치가 있어야 한다.

1편 '초보엄마아카데미'에는 '아이가 똑똑해지기 위한 놀이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놀이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우리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다. '엄마가 달라졌어요' 시리즈의 1편은 유아를 자녀로 둔 부모, 2편은 초등학교 1~2학년 생의 부모, 3편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했다."

"엄마표 영어연수…'모국어 습득'뒤에 시작하고, 'TV끄기 교육'도 병행해야"

- 자기주도적 학습의 중요성을 알린 3편 '엄마표 영어연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 '엄마표 영어연수'에 대해 더 소개해달라.

"'엄마표 영어연수'의 핵심은 영어 공부를 위해 아이를 원어민 과외나 학원에 돌리는 것보다 스스로 영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선택권을 아이에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영어라는 과목뿐 아니라 교육 전반에 적용된다. 자녀 양육의 기본적 원칙인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믿고 기다려주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엄마의 과감한 결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3편에 나온 가정의 경우 실제로 한 가정만 빼고 다들 사교육을 하던 집이었다. 각종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원어민 교육을 받게 하는 주변의 호들갑에 휩쓸리지 않고 초연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너 그렇게 아이를 방치하다가 큰일난다'는 식으로 주변에서 반응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엄마표 영어연수에 참여한 엄마들은 용기있는 이들이다.

시험기간 때 아이가 공부 범위를 정하고 방법 역시 스스로 선택하게 되면 공부 효과가 높아진다. 보통 그렇게 하면 성적이 떨어질 것 같아 많은 엄마들이 시도하지 않고 있는데, 단기적으론 떨어져도 장기적으로는 아이가 스스로 위협을 느껴 진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3편에 등장한 한 아이의 경우 언어장애가 있었는데 스스로 공부를 하게 나뒀더니 장애가 사라지기도 했다.

다만 '엄마표 영어연수'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모국어를 충분히 습득한 뒤에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국어로 된 독서를 많이 하고 우리말 그릇이 충분히 다져진 상태에서 시도해야 한다. 또 'TV끄기 교육' 등 미디어교육 역시 병행해야 한다. 아이가 TV에 많이 노출되면 영어 비디오보다 더 재밌는 게 많으므로 영어 비디오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기존 환경 완전히 바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게 하려 했다"

- 2편인 '엄마바꾸기' 발상이 도발적이다. 시도한 이유는?

"우리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2004년 방영된 <와이프 스와프(Wife Swap)>와 형식이 유사하다. 다만 <와이프 스와프>가 애인을 바꾸는 상황을 흥미 위주로 다룬다면 우리는 애인이 아니라 집안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엄마를 바꿔 양육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처음엔 난데 없는 시도가 아닐까 고민 많이 했다. 보통 양육방법에 대해 부모들이 아무리 많은 코치와 학습을 받아도 하루 이틀 뒤면 다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존의 환경을 아예 바꿔 엄마가 자신의 양육방법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 것이다. 아이 역시 부모에 대한 태도나 학습 태도 면에서 달라질 것을 기대했다.

제작 전에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엄마를 바꿀 때 당사자들에게 일어나는 부작용 등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실험을 위해 전혀 모르는 가정끼리 엄마를 바꿨을 때 성인의 경우엔 별 문제 없지만 아이들에겐 위험할 거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서로 가족끼리 충분히 알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2편에 나오는 지우와 우인이는 같은 반이며 엄마들끼리 상당히 친하다."

- '엄마 바꾸기'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프로그램에서 4명의 당사자 중 특히 지우 엄마는 주변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딸인 지우가 우인이 엄마를 만나고 행복해하는 것에 진심으로 마음이 상했었다. 낮에 우인이를 돌봐주고 집에 돌아와서 지우한테 쌀쌀맞게 대하기도 했다. 도중에 제작진들도 '괜히 우리가 모녀관계 단절시키는 것 아니냐'라며 걱정 많이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말미에 당초 계획에 없던 여행을 보내게 됐다. 지우 엄마는 부산으로의 여행에서 우인이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상처받았던 마음을 많이 해소한 것 같다. 특별한 계기 없이 사람이 바뀌기는 정말 힘든데 지우 엄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딸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전형적으로 아이를 몰아붙이는 엄마에서 딸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엄마로 변한 것이다."

"단순히 엄마에게 양육 맡기자는 차원 아니다"

- 부모가 함께 하는 양육을 '모성'이나 '엄마'의 역할에만 지나치게 강조한 것 아닌가

"인정한다. 모성 부분도 그렇고 양육을 너무 엄마에만 전담하는 것 아닌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아빠 문제까지 조명하면 '양육'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양육은 '엄마'와 '모성' 부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큐프라임>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아빠가 달라졌어요'는 없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후에 아빠 부분을 다룰 생각도 있다.(웃음)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엄마에게 양육을 맡기자는 차원이 아니다. '양육'을 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객관화시켜 양육방법을 되돌아보고, 아이와의 교감을 위해 부지런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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