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의 경기에서 완벽한 승리를 만들었던 기아가 한화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마운드는 안정을 이어갔지만 극단적으로 무기력해진 타선은 결국 기아를 2연패로 빠뜨렸습니다.

유창식의 호투에 완벽하게 숨죽인 기아, 부진이 커질 수도 있다

일요일 경기에 류현진이 등판한다는 점에서 기아에게 토요일 경기는 너무 중요했습니다. 이미 금요일 경기에서 패배했던 기아로서는 토요일 경기는 잡아야만 일요일 경기에 기대를 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경기는 아쉽기만 했습니다.

기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유창식이었지만 오늘 경기는 달랐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유창식의 모습은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유창식은 기아와의 경기에서 그가 왜 1순위로 선택받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기아는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선취점을 먼저 뽑았습니다. 2회 선두 타자인 나지완이 볼넷을 얻어내고 김선빈의 번트와 차일목의 적시타를 묶어 1-0으로 앞선 기아로서는 에이스 윤석민이 등판했다는 점에서 값진 득점이었습니다.

▲ 유창식 선수ⓒ연합뉴스

후반전 첫 경기에 나선 윤석민에게 오늘 경기는 중요했습니다. 지난 시즌 최고의 투수로 각광을 받았던 윤석민이 올 시즌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답답했습니다. 승수도 방어율도 모두 지난 시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오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다면 후반 대 반격을 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팀 타선이 2회 선취점을 뽑아주며 가벼운 발걸음을 하던 윤석민은 비로소 과거의 에이스 모습을 되찾은 듯했습니다. 4회까지 빠른 볼과 슬라이더 등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잘 살려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윤석민에게 위기는 5회였습니다.

1사 후 이대수에게 3루타를 맞으며 시작된 불안은 한상훈의 적시타로 이어지며 1-1 균형을 잡아갔습니다. 매력적인 공을 지니고 있는 윤석민 이었지만 오랜 만의 선발 등판이어서 그런지 5회 부터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6회였습니다. 비록 1-1이 되기는 했지만 승패를 결정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화의 6회 공격은 대단했습니다. 2사 후 5번 장성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높게 제구 된 직구를 완벽한 스윙으로 쳐낸 장성호의 타구는 시원하게 뻗어나가며 균형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장성호의 홈런만으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뒤이어 나온, 김경언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 되며 연타석 홈런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홈런을 내준 모든 공이 높게 제구 되었다는 점에서 어떤 투수라도 높은 공은 장타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5회 부터 힘 자체는 있지만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윤석민의 교체 타이밍을 놓치고 만듯했습니다. 오랜 시간 쉬웠던 그의 선발 등판은 기대만큼 매력적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퀄리티 스타트를 하기는 했지만 팀의 에이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윤석민의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윤석민은 6이닝 동안 115개의 투구로 7안타, 무사사구, 3삼진, 3실점으로 시즌 5패째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무사사구 경기를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지만 중요한 순간 내준 두 개의 홈런. 그리고 그 홈런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동점이 된 상황에서 기아는 먼저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차일목이 3루 강습 타구가 기록되지 않은 실책으로 인해 진루가 되며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안치홍까지 볼넷을 얻어 나가며 2사 1, 3루 기회를 잡은 기아는 최희섭이 등장하며 역전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동안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만큼 최희섭의 한 방이 중요했지만 유창식의 투구는 기아 타자들을 압도했습니다. 강한 속구를 주무기로 가진 그가 마지막 위닝 투로 선택한 높게 제구 된 느린 변화구는 마음만 앞선 최희섭을 삼진으로 잡아버렸습니다.

역전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기아는 6회 한화의 홈런 두 방으로 역전을 내준 채 끌려가는 경기를 펼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더위 먹어 축 늘어진 듯한 기아의 타선은 결코 유창식을 넘어서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기아는 금요일 경기에 이어 무기력한 타격으로 2연패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유창식은 7과 2/3이닝 동안 107개의 공으로 1안타, 4사사구, 5삼진, 1실점으로 시즌 5승을 올렸습니다. 기아의 에이스 윤석민과의 맞대결에서 완벽한 투구로 이겼다는 점은 프로 2년 차인 유창식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성과일 것입니다.

비록 4개의 볼넷을 내주기는 했지만 단 1안타로 기아 타선을 묶을 정도로 유창식의 투구는 대단했습니다. 중간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완벽한 투구로 기아 타선을 농락한 유창식은 불안했던 한화에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기아는 9회 말 3-1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 타자로 나선 김상현이 안타를 치며 2안타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차일목의 득점타를 제외하고 완벽하게 한화 투수들에게 묶인 기아는 연 이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스윕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승패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금요일 바티스타에 막히고 토요일 경기에서는 유창식에게 굴욕적인 1안타 경기를 한 기아는 위기입니다. 후반 위닝 시리즈를 만들며 대 반격을 시작하는 듯하던 기아는 후반기 좋은 경기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한화를 맞아 경기를 지배당하며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이던 김원섭이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중요한 순간 안타로 기아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던 그가 좀처럼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습은 기아에게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최희섭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더욱 불안하게 다가옵니다.

마운드는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선의 급격한 변화는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힘들게만 합니다. 최소한 평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모습이 너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기아의 문제는 의외로 오래 지속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서재응과 맞대결을 하는 류현진을 과연 기아 타선이 공략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류현진에게 극도의 부진을 보이는 기아 타선이 두 경기 동안 단 2득점에 묶인 공격력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화에 스윕을 당하며 롯데와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기아입니다. 급격한 실력 차를 보이는 롤러코스터 경기력이 언제나 안정이 될지 알 수 없는 기아. 이범호가 복귀하면 그나마 이런 불안함이 좁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