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하며 팀 창단 이후 두 번째로 전반기에 40승을 달성하고 2위로 마감한 롯데 자이언츠는 후반기 들어 힘겨운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후반기 처음으로 맞이한 이글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 자이언츠는 이글스에게 힘과 집중력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위닝시리즈를 내주었다. 7월 26일 경기도 이미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이글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가동하지 않았던 사이드암 정재원을 3년 만에 선발투수로 올리지 않았다면, 시리즈 스윕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로이스터 감독 재임 기간 자이언츠는 봄하고 여름이 완전히 다른 팀이 되곤 하였다. 여름철의 대반격을 통해 포스트진출을 이루었는데, 올 시즌은 현재까지는 그동안의 행보와는 다른 양상이다. 후반기 현재 4경기를 치른 자이언츠는 1승 3패의 부진에 빠져 있다. 특히 27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자이언츠는 아웃카운트 4개를 남겨 놓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였다. 베어스에게 당한 연패 숫자가 어느새 '4'로 늘어났다.

▲ 롯데 양승호 감독, 전준우 선수 ⓒ연합뉴스
자이언츠는 6안타를 치며 1점을 뽑았는데, 그 1점도 2회초 강민호의 솔로홈런으로 얻어낸 점수였다. 자이언츠 타선은 이용찬의 낙차 큰 포크볼에 철저히 농락당하였다. 특히 5회초 선두타자 박종윤이 안타로 출루하고 포수 양의지의 패스트볼로 얻어낸 1사 2루 찬스에서 전준우는 이용찬의 포크볼에 3구 연속 헛스윙으로 일관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자이언츠에서 전준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수 양면에 걸쳐 상당히 큰 편인데, 전준우가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자이언츠 공격력이 급격한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고 있다.

1-0의 살얼음판 리드를 유지하던 자이언츠는 8회말 안일한 대응으로 결국 동점을 내주고 만다. 1사 후 베어스 고영민에게 안타를 내준 자이언츠는 김성배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좌타자 오재원, 김현수를 상대하기 위해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린다. 이명우는 첫 타자 오재원을 중견수 플라이로 잘 잡아낸다. 그런데 중견수 전준우는 타구를 포구한 후 다소 안일하게 후속동작을 취하지 않았고, 이 틈을 타서 1루에 있던 고영민이 2루까지 내달려서 진루한다. 자이언츠 수비진의 안일한 틈을 타서 감행한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였다.

짧은 거리의 타구라서 고영민이 2루까지 갈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자이언츠 중견수 전준우의 표정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다음 타자 김현수와의 승부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좌타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김현수였던 만큼 보다 신중한 승부가 필요했는데, 자이언츠 배터리는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상황에서 김현수에게 정면승부를 걸었다가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다. 자이언츠 선발투수 이용훈의 8승째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볼카운트가 불리한 상황이었던 만큼 타자 바깥으로 흐르는 유인구나 아니면 타자 눈높이로 들어오는 빠른 직구로 유인했어야 했는데, 이명우가 던진 공은 타자가 가장 치기 좋은 높이로 가운데로 들어온 명백한 실투였다.

▲ 두산 이종욱 ⓒ연합뉴스
자이언츠는 9회초 선두타자 김주찬이 안타로 출루하며 찬스를 잡는다. 1사 2루에서 손아섭이 친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을 겪었다. 선발투수 이용찬, 원포인트 릴리프 김창훈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은 첫 타자 홍성흔을 상대로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고의 4구로 내보낸다. 다음 타자 박종윤을 상대로도 홍상삼은 계속해서 불안한 제구력을 보였다.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홍상삼은 과감하게 몸쪽으로 붙는 떨어지는 유인구를 던진다. 낮은 공을 선호하는 박종윤의 성향을 의식한 승부였는데, 박종윤은 결국 이를 참지 못하고 헛스윙을 당하고 만다. 이 대목에서 승부의 흐름은 홍상삼에게 유리하게 넘어오고 말았다. 박종윤이 끝까지 공을 지켜봤다면 2사 만루의 상황이 되면서 홍상삼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박종윤은 홍상삼이 힘차게 뿌린 직구에 방망이를 댔지만 평범한 2루수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공 하나의 승부가 흐름을 가르고 말았다.

결국 베어스는 자이언츠 이명우를 공략하는 데 성공, 이종욱의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을 이끌어낸다. 자이언츠를 밀어내고 2위로 도약하게 되었고 후반기 3승 1패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이언츠는 후반기 들어 눈에 띄게 타선의 힘이 떨어진 모습이다. 결국 부진에 빠진 전준우를 2군으로 내리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였다. 일단 7월 28일 토요일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예정인 고원준의 역할이 중요하다. 28일 경기마저 내주게 될 경우 자이언츠는 후반기 깊은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 과연 고원준이 자이언츠의 구세주가 될 것인지 28일 경기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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