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정부와 새누리당의 갈팡질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거듭 폐기를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일본은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한 한국과의 어떤 협력도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과 관련해 "총리 해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협정을 폐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박지원 원내대표는 7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화낼 일이 아니라 책임질 일이고,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다 된 밥상에 숟가락 놓을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총리 등 관계자의 인책을 요구하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연기'가 아니라 '폐기'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하여, 정부는, 대통령은 몰랐다는 둥, 외교통상부에서 여야 정책위의장에 국무회의 상정계획을 보고했다는 둥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국회논의를 거치기로 한 만큼 정부는 더 이상 책임회피성 변명을 일삼지 말고 국익을 위해 진지한 자세로 국회논의를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단 회의에서 '일처리 미숙'과 관련하여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통부는 자기들이 책임질 일이라며 총대를 메고 나섰다.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즉각안건 상정과 처리 시도에 대한 책임자와 과정은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통령이 '몰랐다'고 발언한 것과 '외교협정에 대한 서명 한 시간 전에 취소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외교통상부 장관에 대한 문책이나 당시 대통령 대신 회의를 주재한 국무총리의 사과 정도는 나와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5%가 반대하고 70%가 추진중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새누리당은 '국회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고, 박근혜 의원도 '절차'의 중요성을 밝혔다. 박근혜 경선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돈 교수는 "차기로 넘겨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MBC 라디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무회의의 즉석 안건 상정 후 처리시도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후, 바로 '반일감정을 이유로 중요한 협정을 반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서명 1시간을 남겨두고 정부에 처리불가입장을 전달하여 한일 군사정보협정에 대한 처리를 막았었다. 국회논의만 거치면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보도와 다른 게 일반적인 협정이라며, 다만 일부조항을 볼 때 미사일방어체제까지도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협정 처리시도 지연의 핵심이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정서'에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일본에 교훈을 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풀이했다.

문정인 교수는 언론보도의 '정부측 해명과 달리 초보적 수준의 협정이 아니다'와 관련해, "주고받는 군사비밀정보의 관리에 관한 합의"라며, "한국과 일본이 어떤 수준의 군사비밀정보를 주고받느냐는 안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국회설명과정에서 '일본과 어떠한 목적으로 어떤 군사비밀정보를 교환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보면 흥미 있는 게 6조 라항의 지적소유권에 대한 얘기"라며, "미국하고 일본은 공동미사일방어에 대한 연구를 지금까지 많이 해왔고 거기에 민간기업들이 참여해 왔는데 민간 기업들이 공유하는 기술에 대해서 우리가 접근했을 때 이것에 대한 소유 특허기술이라든가 지적 소유권을 보호해달라고 하는 것이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러한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이 자체로는 문제적 요소가 있다고 보진 않으나 전반적 정황이 문제"라며, "지난달 미국에서 외교국방장관회의를 미국하고 했고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현 정부가 한미일 3국 군사공조를 강화시켜서 거의 동맹수준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은 결국 북한을 견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과 일본이 주고받는 군사정보의 수준이 어떤 동북아의 새로운 냉전구도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국가 간 외교상 일본에 일말의 빚을 진 것이고 독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언론분석에 대해 문정인 위원장은 "오히려 반대로 본다"며, "결국 독도문제나 위안부 문제 같은 역사적 문제들이 얼마나 한일관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번 사태는) 일본이 한국하고 정치협력이든 군사협력이든 하려면 독도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물러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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