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MBC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 뉴스프로그램 중단, 보직간부 전원 사퇴 등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사장 반대 입장을 밝혔던 대구MBC노조가 68일 만에 ‘낙하산 출근 저지’ 투쟁을 접는다. 특히, 차경호 사장이 김재철 MBC 사장과의 차별화, 자율경영, 공정방송 이행 방안 등을 노조에 밝히면서 ‘낙하산 논란’으로 시작됐던 대구MBC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앞서 김재철 MBC사장은 지난 4월19일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을 대구MBC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에 대구MBC노조는 4월23일 낮 12시부터 뉴스 등 정규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했으며, 26일부터 본격적인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투쟁에 들어갔다.

▲ 차경호 대구MBC 사장 ⓒMBC
차경호 대구MBC 사장 “김재철 사장과 차별화 할 것”

이런 가운데, 차경호 사장은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 대구MBC본부 집행부와 만나 김재철 사장과의 차별화와 자율경영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

먼저, 차경호 사장은 김재철 사장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차경호 사장은 “김재철 사장과 차별화하겠다. 나는 김재철 사장 체제 하에서 가장 많은 직언을 한 사람이고 그로 인해 피해 아닌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임 대구MBC 사장이 갑작스럽게 경질된 것에 대해서도 “전임 사장에 대한 갑작스런 경질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보직을 사퇴하면서까지 노조 투쟁에 동참했던 간부들에 대해서는 “징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경호 사장은 “보직 사퇴한 국·부장에 대한 그 어떤 보복성 징계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간의 파업과 출근저지를 주도한 노조 집행부에 대한 징계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장을 향해 “정상적으로 출근해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회사 구성원들과의 대화합이 우선”이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차 사장은 지역MBC의 자율 경영에 대해서도 “서울MBC의 관계회사부가 나한테 그럴 수도 없고, 나도 그런 말 들을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다”라며 자율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정치권력 등 외부로부터의 압력, 혹은 우리 내부의 권력을 향한 줄대기 같은 공정방송 훼손 행위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말로 공정방송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 대구MBC노조가 25일 대구MBC앞에서 차경호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해 규탄하고 있는 모습. ⓒ대구MBC노조

대구MBC노조는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계속하면서도 이를 바탕으로 지역MBC 소유구조 개선과 자율경영 확보를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대구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대구MBC 노조가 강하게 요구해 온 지역방송의 근본적인 소유구조 개선과 사장 선임제도 개선은 현 시점에서 끝난 과제가 아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며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MBC의 왜곡된 소유구조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 만큼 앞으로 이 문제는 대구 MBC노조는 물론 회사와 함께 그리고 지역 MBC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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