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로 MBC 사장에 대한 선임 및 해임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8기 이사진의 임기가 오는 8월8일 마무리된다. 특히, 8기 방문진 체제는 150일 이상 이어지는 유례없는 장기 MBC 파업 사태를 목도했지만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은 현 상황에서도 또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야 합의를 계기로 오는 8월 구성될 9기 방문진 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지난 2009년 8월에 임명된 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한 달 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장기화 되고 있는 MBC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 방문진 이사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이후 MBC 내부에서 일어났던 보도 공정성 논란, 조직 개편 등 사안을 사실상 방관했던 현 방문진을 향해 사태 해결 촉구하는 것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방통위, 방문진 향해 노력 촉구했으나…

방문진 이사들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상임위원 전원의 명의로 “150일이 넘는 MBC의 파업사태와 관련하여 MBC가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속히 정상화 되도록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또렷하게 감지되는 방문진의 행보는 없다.

정상모 야당 추천 이사는 2일 오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난 번 이사회에서 ‘노사 간 대화를 하도록 주문하자’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이후 진전된 것이 없다”며 현 방문진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남은 임기 한 달’이라는 시간적 여건 때문에 MBC 사안에 대한 합의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광동 여당 추천 이사는 “방문진 회의가 열릴 때마다 정상화 방안이라든가 파업 해결이라든가 지속적으로 논의는 진행돼 왔지만 특별히 이 문제 해결 대안,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합의를 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의체로 운영되고 있기에 개별적인 논의, 대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9명의 합의된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렵거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임기는 7월로 끝난다. (남은 한 달 동안)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역할을 다 하겠지만 8월 이후부터는 9기 방문진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여야 합의문에 대한 여, 야 이사들의 입장도 갈렸다. 지난 2009년부터 3년 내내 MBC 사안에 대해 6:3 구조로 갈렸던 방문진 이사들의 이견은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문진 이사의 경우 사실상 청와대 몫 3명, 여당 몫 3명, 야당 몫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지만, 실제 회의 과정에서는 여당 성향의 이사 6명과 야당 성향의 이사 3명으로 나뉘면서 대부분 의결 표수는 6:3으로 갈렸다.

여야 합의문 두고도 이견

먼저, 김광동 이사는 이번 여야 합의문에서 MBC사태를 언급한 것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통합당 뿐 아니라 MBC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김재철 퇴진 합의’에 대한 경계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 표현 자체만 가지고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발표된 내용으로 봤을 때 MBC가 하루 속히 정상화 된 방송으로 공적책임을 다하라는 의미가 있을 뿐이지 특별히 사장에게, 노조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거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방향성은 보이지 않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 방송사 사장을 그만두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노사가 협의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정치인들이 결정하고 그걸 받아들이라는 것은 방송 자유나 독립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 김재철 MBC 사장 ⓒMBC
그러나 정상모 이사는 이번 여야 합의문을 계기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물론이고, MBC 사태를 비롯한 언론 청문회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먼저 “방문진 이사회의 일원이지만 MBC사태를 이 지경까지 되도록 한 것에 대한 8기 방문진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사태는 한국 방송사 가운데 최악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방송 폐해를 낳았기에 불공정 방송의 책임을 져야하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은 물론이고 언론청문회는 당연히 열려야 한다”며 “불공정 방송의 문제는 좌우, 여야 정당의 문제를 초월하는 알권리 차원이기에 이 기회에 공정방송의 제도를 확고히 마련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당 추천 이사들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그는 “올 해 야당 추천 이사 3명의 이름으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내기 전에 여당 추천 이사들에게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임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반응이 없었다”며 “결국 (방문진은) 김재철 사장 경호 역할만을 하다가 끝날 거 같다. 그런 면에서 MBC사태에 대한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지만 그런 김 사장 경호에 급급한 여당 이사들도 책임이 있다”고 여당 이사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더 나아가 8기 방문진 이사들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용마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은 “현 방문진은 시작될 때부터 전형적인 낙하산, 허수아비 이사였다”며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이 공개적으로 고백했던 것처럼 청와대 하명으로 김재철이 온 뒤 수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수하비 역할만을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의 위치, 역할을 알지 못하고 MBC에 대한 감독 기관임에도 초반 이명박의 허수아비에서 이후 김재철의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제 8기 방문진 체제의 이사회는 오는 11일과 25일, 공식적으로 두 번 남았다. 현재 논의 안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 방문진이 아닌 현 방문진 체제에서 남은 임기 가운데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남은 임기 한 달이라는 시간적인 변수때문에 “가능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지만, 9명 이사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해임 안건에 대해 찬성한다면 현실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특히, 지난 3월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야당 추천 이사들이 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직접 움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광동 이사는 “일부 이사들이 그런 표현을 하고 구상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다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임기가 한 달 남은 방문진에서 사장을 교체하고 새 사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제도적, 도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상모 이사는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도 (김재철 사장 등 MBC 현안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며 “여당 이사들 사이에서 오갈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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