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관 경남지사가 2일 오전 도청 강당에서 열린 정례조례에서 12월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두관 경남지사가 오늘 오전 도청 정례회의에서 6일에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8일 땅끝마을 해남에서 대선 출마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조회사에서 미리 준비한 “사랑하는 도민, 청우 여러분에게 드립니다'”란 글을 낭독하고 도청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총선 패배 이후 자신의 몫이 아니었던 대선 후보 출마를 고민하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도지사를 사퇴해야만 했나?

그러나 김두관의 ‘결심’에 대해선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다. 먼저 도지사 사퇴 문제부터 그렇다. 오늘 아침 도청 정례회의에서 김두관이 지사직 사퇴를 발표할 수 있단 사실을 예측해서인지, 중앙일보는 그의 사퇴를 만류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김문수의 사퇴를 반대했듯이 김두관의 사퇴를 반대한다며, 반대하는 근거를 공직선거법의 취지, 보궐선거의 비용, 경남도민과의 약속 등을 들었다.

▲ 오늘자 중앙일보 사설

반면 그간에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도지사직을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라 말해왔던 김지사는 오늘 준비한 글에서 “도지사와 대선 후보의 역할을 동시에 잘 수행하기는 어렵”고 대선 후보 경선이 “사즉생의 각오 없이 이겨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니며, “역사의 부름에 응하면서, 퇴로를 만들 수는 없었”기에 지사직을 사퇴한다고 선언했다.

주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관례인 미국과 달리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 말한 사례가 희소한 한국으로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선택이 ‘선례’가 된다. 김두관의 선택에 대해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의 경우 “사퇴하는게 맞다”고 잘라 말했고 계간 <자음과 모음 R> 편집위원 박권일은 “허용범위 안에 있다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철희 소장은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대권 후보로 나섰다면 그에 걸맞는 ‘결기’랄까,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기준을 한국 상황에 들이미는 시선에 대해 “미국의 경우 주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권후보에 도전하는 게 관례적으로 허용되어 있는데, 이 경우 부주지사가 업무 대행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상당수 주에선 부주지사도 선출직으로 뽑고 있다. 우리 상황에 적용하기엔 환경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 좁은 나라에서 대선에 나가겠다는 사람이 지사직을 가지고 나온다고 하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회의가 들것이다”라고 설명한 그는 “처신의 문제는 최대한 간명하고 분명하게 정리해주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보궐선거의 비용을 따지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란 게 많이 할수록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돈이 든다고 선거를 피한다고 하면 선거를 한 번도 안 하는게 가장 싸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임기 중 절반을 마치고 치러지는 보궐선거 비용 정도는 민주주의의 비용으로 셈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사실 선거를 새로 해야 한다는 것 보다 중요한 문제는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도민들과의 약속을 안 지켰다는 점”이라 설명했다. 도민과의 약속 파기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김두관이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약속을 번복한 행위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박권일 위원 역시 “미국 전통과는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지자체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경우가 현 이명박 대통령 정도 밖에 없는 상황에서, 딱히 기준이 될 만한 것이 어렵고, 굳이 원칙으로 따진다면 경남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권일 위원은 “도민들에게 비판받을 여지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일을 다 잘해낼 수 없다고 김두관 지사가 얘기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도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김문수와 김두관 모두 정치도의적으로 아주 잘못된 일을 한 것은 아니며 할 법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두관은 문재인보다 정치 경험이 많을까?

김두관과 손학규는 현재 민주당 후보 중 ‘탑’을 달리는 문재인을 끌어 내려야 할 입장이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문재인 후보의 짧은 정치이력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 주로 손학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 그런 공세를 펴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과연 문재인 후보에 비해 정치적 경험의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을까.

이철희 소장은 “확실히 경험은 다르다”며 김두관의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설식 비서실장은 같은 임명직이라도 후자는 ‘스텝조직’이고 전자는 ‘라인조직’이다. 실제로 일을 담당하는 라인조직에서 부서 전체를 움직이는 리더의 역할에 대한 경험이 김두관에겐 있다. 더구나 문재인에겐 공직 경험이 임명직 밖에 없지 않나. 반면 김두관은 선출직을 통해 성장해온 사람이고, 대중 속에서의 호응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권일 대표는 “한 가지 지점에서의 우위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행정가로서의 우위에 있을 수는 있다. 근데 그런 식으로 따지면 공무원 오래 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서 더 적합하다는 얘기다”라면서 “김두관의 행정가로서의 우위는 있다지만 정무적인 역할까지 해야 하는 대통령이란 역할은 또 다른 차원”이라 설명한다. 정치경험의 미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문재인을 결정적으로 공박하는 길은 아니라고 보는 거다.

김두관을 손학규와 비교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문재인을 극복하는 과정에선 경쟁자라 볼 수 있는 손학규에 비교한다면 어떨까? 이철희 소장은 “손학규와 김두관의 커리어를 놓고 볼 때 큰 차이는 없다”고 평했고 박권일 위원은 “정당 쪽 경험이 손학규가 훨씬 풍부하여 경험치는 손학규 쪽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철희 소장의 경우 손학규가 정당 경험이 더 풍부하긴 하지만 김두관도 당의 최고위원도 해봤고 다만 이미지에서 손학규 쪽이 더 안정감이 있는 정도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또 “반면 김두관은 군수로부터 지사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중성과 도전적 이미지가 강점”이라 설명한다.

또 이철희 소장은 손학규와 김두관이 선거 전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손학규 대표가 수도권과 중도층을 강조한다면 김두관은 서민을 컨셉으로 삼아, 중도보다는 진보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권일 위원의 경우 김두관의 경험이 주로 행정경험에 머무른다면 손학규는 행정경험 뿐 아니라 정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본 경험이 있어 정무적 경험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판단한다. 박권일 위원은 “김두관, 손학규, 그리고 문재인은 장단점이 매우 뚜렷한 대조적인 후보일 것 같다. 어디에 가산점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행정경험은 김두관, 정치력은 손학규, 대중성은 문재인이 앞서는데 세 후보 모두 나머지 영역에선 물음표가 있다”고 비교했다.

‘땅끝마을’ 출정식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마지막으로 대선후보 출정식 장소로 땅끝마을을 택한 것의 함의를 물어보았다. 앞서 출정식을 한 손학규 후보는 세종대왕상을 택한 반면 문재인 후보는 독립문에서 출사표를 던진 후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바 있다. 이철희 원장은, “기본적으로 ‘장사’들을 잘 하는 것 같다. 서대문형무소엔 좀 물음표가 있지만 나머지는 괜찮다. 땅끝마을의 함의는 두 개다. 하나는 호남이다. 친노들이 아무래도 호남의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본인이 친노가 아니라 선언한 김두관은 호남을 끌어안고 가야한다. 둘은 변방이다. 땅끝마을은 한반도의 가장 변방이며, 주변이다. 김두관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이미지를 가져가려 한다. 그게 자신의 인생 이력에도 일치한다. 다소 작위적인 장소 선정이긴 하지만 그렇게 치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않은가”라며 김두관의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권일 위원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괜찮은 것 같다. 참신하다”고 김두관 측의 장소선택을 칭찬한 그는, “대권 도전이란 것은 가장 높고 핵심적인, 중앙으로 올라가려는 그런 시도가 아니겠는가. 중심부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게 대선 아닌가. 그러나 그에 대한 도전을 가장 지방에서, 가장 주변부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 그게 김두관의 인생이력 아닌가. 자신이 출발한 곳이 어디 있는지를 스스로 기억해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해군수라는 변방의 동산을 등정한 뒤 가장 높은 산의 한 능선인 행정안전부장관에 올라섰던 그는, 정권이 바뀐 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그 지역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그러나 이제 그는 얻은 것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땅끝마을로 돌아가 역사의 부름을 말하며 가장 높은 곳으로의 등반을 시작하려 한다. 김두관의 등반은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손학규나 문재인과는 또 다르게 민주통합당이 품어야 하는 어떤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다. 세 사람의 발전적인 경쟁이 필요한 이유다.

▲ 전남 해남 땅끝마을 앞에 있는 맴섬 한 가운데로 해가 떠올라 황홀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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