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 -

4월 29일 MBC <PD수첩>이 ‘[긴급취재]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방송한 뒤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여론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광우병 괴담’으로 치부하며 MBC <PD수첩>이 ‘무책임하게 위험을 부풀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공영방송의 일부 시사프로그램들과 한겨레, 경향신문, 진보적인 인터넷매체 등 몇몇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수입개방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곧 식탁 위에 오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오히려 보수신문들은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며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낸 이명박 대통령을 감싸고 그 논리를 대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도축, 검역 실태를 심층 취재했고, 특히 쇠고기 협상 과정의 문제점 또한 꼼꼼하게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무분별한 수입개방 앞에 무방비로 내몰린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방송 직후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격려가 밀물처럼 쏟아졌고 포털, 블로그, 뉴스 댓글, 커뮤니티 등 인터넷 곳곳에서 네티즌들의 광우병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이런 현상은 그 동안 우리 언론들이 국민들에게 미국 쇠고기의 수입과 광우병 우려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신문들은 <PD수첩> 방송의 의미를 깎아내리고 감정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5월 2일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약속이나 한듯 사설까지 써가며 <PD수첩> 비난에 열을 올렸다. 중앙일보는 사설 <광우병 부풀리는 무책임한 방송들>에서 “일부 방송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재개방을 앞두고 광우병 공포를 자극하는 프로그램들을 내보내고 있다”며 “지나치게 공포를 조장하면 역효과를 부른다”고 주장했다.

특히 “갑자기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TV 프로그램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쏟아지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일환으로 미국 쇠고기 개방을 반대하는 정치적 선동일 뿐”이라고 폄훼했다. TV 프로그램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나 ‘한미FTA’와 관련된 사안을 몇 번이나 다뤘다고 ‘무방비로 쏟아진다’고 표현하는지도 의아하지만, 이를 두로 ‘정치적 선동’ 운운하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중앙일보는 “쇠고기 시장 개방이나 광우병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차분히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PD수첩> 등 방송에 대해 감정적인 주장만 쏟아낸 것은 중앙일보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의 도축, 검역 실태 및 OIE(국제수역사무국)의 신뢰성 문제 등 광우병 안전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반면 중앙일보가 내놓은 반대논리는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미국인은 3명인데, 이 중 두 명은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으로 광우병 공포가 현실화되려면 전 세계적으로 환자들이 2~3년 전부터 집단적으로 쏟아져야 정상이다’라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PD수첩>이 방송에서 거론한 내용이어서 ‘반박’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또 “국내 TV 프로그램이 인용한 하워드 라이먼도 주류 과학과는 동떨어진 친환경 극단론자”라고 지적한 부분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PD수첩>은 하워드 라이먼 씨를 인용한 적이 없을뿐더러, 다른 프로그램이 그를 인용했다는 자체만으로 ‘TV 프로그램들’의 광우병 보도를 싸잡아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중앙일보는 “‘공영방송’이라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러니 방송이 욕을 먹는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야 말로 ‘메이저 신문’으로서 객관적,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정치적 선동” 운운하며 비난하니 보수신문이 욕을 먹는다.

조선일보 또한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사설 <TV 광우병 부풀리기 도를 넘었다>에서 “PD수첩은 TV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여론 몰아가기에 나서면 그 사회적 파장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줬다”며 “TV 속 ‘미국 쇠고기 괴담’은 터무니없이 과장된 내용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가 3마리’ 뿐이라는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1억 마리 소 가운데 광우병 걸린 소가 3마리뿐으로 99.9% 안전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그야말로 일방적인 주장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검역체계가 신뢰할 수 없는 수준으로 광우병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광우병 의심 사례를 은폐축소한 경우가 많아 ‘광우병 소 3마리’는 믿을 수 없는 주장이라 반박한다. 설령, 1억마리에 3마리가 아니라 단 한 마리가 광우병이라 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정부 논리만 나팔수처럼 대변하고 나섰다.

또 조선일보는 “3억 명 넘는 미국인들과 250만 재미교포와 유학생들이 그 쇠고기를 먹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사설뿐 아니라 박정훈 경제부장의 칼럼 <11만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에서도 “미국엔 또한 11만명의 우리 유학생과 215만명의 교포가 살고 있다. 미국 쇠고기가 그렇게 위험하다면 반대 진영은 왜 이들에게 경고하지 않았을까”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이야말로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일단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있다’는 사실은 반박논리가 될 수 없다. 미국 쇠고기를 ‘많은 사람들이 먹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조선일보는 미국의 우리 교포 등을 예로 들었지만, 미국에서도 소 도축장 영상 등이 공개된 이후 ‘식품 안전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질 만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유통되는 쇠고기는 95% 이상이 20개월령 이하라고 한다. 미국에서조차 먹지 않는 쇠고기를 우리나라에 수출하려 하는데, 이를 넙죽 받아야 하는가.

미국 유학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PD수첩> 방송을 본 “그 동안 미국에서 먹은 쇠고기를 다 게워내고 싶었다”며 “많은 재미교포나 유학생들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현지에서 먹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한미FTA 반대세력들이) 광우병을 염려하는 척하면서 ‘미국 소’ 배척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을 “반미 선동”하는 세력으로 몰았다. 지금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은 특정 ‘세력’이 아니다. 남녀노소, 각계각층에서 들불처럼 여론이 번지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 등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될 어린 아이들을 둔 학부모들의 불안이 더욱 크다. 조선일보는 이들이 ‘반미선동’에 놀아나는 사람들로 보이는가. “소비자를 생각하는 진짜 소비자운동이 나와야 할 때”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먹기 소비자 운동을 펼치자’고 선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는다면 그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독자와 국민에게 평가받으라. 그게 아니라 한미FTA 타결을 위해 광우병 쇠고기라도 들여와야 한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한미FTA 타결을 위해 광우병 쇠고기라도 수입하자’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라. 그편이 제 역할을 다한 방송을 엉뚱하게 헐뜯는 것보다는 낫다.

2008년 5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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