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득 소환’ ‘임석 리스트’ 와중에 ‘문재인’ 또 거론한 <동아>의 속셈
■ <조선>, 민주당 ‘서울대 개혁’에 “盧 어젠다…또 뭘 없애려는가” 윽박
■ ‘한일정보 협정’ 파문…청와대 음모 덮으면서 “체결노력 계속하라”는 <동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언론이 온통 ‘임석(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리스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와중에 동아일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을 ’저축은행사태‘에 끌어 들였다. 오늘자 동아일보 1면 <2003년 “경영난 부산저축은 검사 신중히 해달라” / “문재인, 청서 대주주 앞에 두고 금감원에 전화”> 기사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003년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및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 금융감독원 담당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완화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건 것으로 1일 밝혀졌다”는 것.

'文 앞에서 檢 휘두르는' <동아>?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지난 총선 당시 4월 7일자 <유병태 금감원 전국장 “문재인 수석 ‘신중처리’ 전화 했었다”> 기사에서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자체 취재가 아니라 당시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부산 부산진을)의 폭로를 근거로 한 기사였다. 문재인 후보와 법무법인 부산은 즉각 이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소했다.

오늘자 동아일보 기사가 약간 더 보강한 내용은 문 상임위원이 청와대 재직시 집무실에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과 양길승 당시 제1부속실장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 국장에게 전화했다는 것. 그리고 검찰이 지난달 문 고문을 극비리에 소환 조사했다는 대목이다. 소환 조사 소식을 빌미로 검찰발 기사를 다시 뽑아든 셈이다. 어째 전개되는 방식이 낯설지 않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검찰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도 6면에 관련기사 <文 두드린 檢…‘저축은’ 대선정국 흔드나>를 통해 ‘뒷끝’을 남겼다. 해설을 보자.

"문 고문 측은 검찰의 조사 시점에 대해 ‘검찰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개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야당 유력 대선주자임에도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응했고 결국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식으로 역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동아일보가 너무나 당연한 문 고문 측 대응방식을 미리 알아서 정리해주는 것은 스스로도 이번 사안을 ‘빤한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기사제목 달면서 ‘文 두드린 檢’이라고 재주를 부려보지만 실제로는 동아일보 자신이 ‘文 앞에서 檢들고 춤추는 꼴’이다.

토론과 공론 막는 <조선>의 호통

조선일보가 오늘자에서 힘을 준 기사는 1면 <민주, 서울대 폐지… 청와대·국회 분원 세종시에 설치 공약> 기사다. 이 중에서 특히 ‘서울대 폐지’론에 집중했다.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1일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2017년까지 '서울대'라는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이어 “서울대 폐지론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 교육혁신위에서 국립대 공동학위제 운용을 검토한 사례를 들었다. 이 ‘전례’가 포인트다.

3면에 이어진 기사 <민주 다시 '盧 어젠다'…서울대 폐지·행정수도 부각>에서 일단 서울대 폐지를 ‘노 어젠다’로 규정한다. 또 다른 기사 <민주, 서울대 폐지 왜 들고 나왔나 / '학벌 상징' 때려 다수표 잡기>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서울대 폐지론을 들고 나온 것은 '서울 중심·엘리트 교육의 상징'인 서울대 학부를 없앰으로써 교육·취업 등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지방대학과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서울대 폐지 다음엔 또 뭘 없애자 할 건가>사설에서 한층 더 언성을 높인다. “서울대는 혁명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 대학이다. 그러나 나라가 부강해지고 세계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경쟁을 뚫고 나갈 두뇌(頭腦)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비난했다.

"민주당의 국립대 통합 발상은 지방 국립대와 학부모들의 지지를 끌어내 6개월도 안 남은 대선에서 재미 좀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선거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서울대 다음에 없애려는 대상은 또 무엇인가. 나라는 3류를 만들어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심산인가."

이른바 ‘서울대 개혁’은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으로 이런저런 여러 방안이 있다. 어제오늘의 쟁점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치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그렇게 공론을 모색하는 것이고 그게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말 나오기가 무섭게 “눈에 보이는 게 선거밖에 없는 것” “다음엔 뭘 없애려는가” “나라를 3류로” 운운하며 호통이다. 자신의 공론장 역할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아예 공론장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훼방하는 모습이다. 이제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가 뜬다고 하는데 박캠프의 국정운영에 관한 공약에 대해서도 이렇게 눈을 치뜰지 지켜봐야겠다.

‘한일협정 파문, 네 탓 공방’서 청와대 손들어주는 두 신문

두 신문이 눈길을 끄는 사례는 더 있다.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협정 후폭풍을 다루는 태도가 그것이다. 1일 정부 당국자 발언이 나왔다. 외교부 관련 내용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는 일본 관련, 독도와 교과서 등의 문제를 늘 다뤄왔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을 잘 알고 또 협정 체결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떤 역풍이 불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협정 추진이 온전히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말이다.

한겨레는 이 내용을 <“한-일협정 밀실 처리, 청와대가 지시했다”> 기사로 1면 톱에 뽑았다.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 책임론 확산 / 외교부 “신중 처리 의견냈지만 청와대가 밀실처리 지시”>(경향) <한국일보 한일 군사정보협정 후폭풍 / 밀어붙인 청와대-눈치보던 외교부 ‘책임 떠넘기기’ 추태>(한국) 등 대부분의 신문이 이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가장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국민일보 3면 <한·일 정보보호협정 보류, 한심한 ‘네탓’ 공방…희대의 해프닝 벌여놓고 반성커녕 발뺌만>이다. 이렇게 정리했다. <청와대 “부처가 한 일” / 외교부 “시켜서 한 일” / 국방부 “상관없는 일”>

반면 조선일보는 6면 하단 <총리 해임안 들고 나온 야당…청와대는 “국익 위한 일, 문책 없다”> 기사에 외교부 입장을 살짝 끼워 넣었다. 동아일보는 그나마 보이지 않는다. 반면 <한일 정보협정 ‘망신 책임’ 묻되 체결 노력 계속해야> 사설에선 확실하게 다른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장 난 부분을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야당의 국무총리 해임과 불신임 요구를 ‘지나친 공세’라고 선을 그은 것. 이어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은 외면하면서 실수를 과장해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타일렀다. MB정부는 참 좋겠다, 끝까지 친일의 길로 함께 매진하는 이런 신문들이 있어서….

뉴스브리핑팀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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