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방송사 파업 해법에 대해 내부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가운데,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서도 지도부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7일 트윗에 '25일 합의'' 국정조사위원장에 대한 (민주당)양보'라고 표현한 데 이어, 28일 박기춘 수석부대표는 그간의 협의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새누리당의 결재가 늦어져 막판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기춘 수석부대표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13일 여야가 합의를 했다"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했다. 박수석의 설명에 따르면, 6월 13일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 '미진'하다는 여야의 의견이 일치하면서, 새누리당도 새로운 안을 제시하면서 민간인불법사찰은 국정조사를, 내곡동사저에 대해서는 특검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방송언론문제와 관련해 '국정조사도 할수 없고, 청문회도 할 수 없다"고 주장을 해 더이상의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개원을 여는 것이 우선이니 청문회, 국정조사가 걸림돌이 된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고 박기춘 수석부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했다고도 했다. 25일 다시 만난 여야 수석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내곡동 사저에 대한 이전 합의를 확인, 정리하고 언론관계문제는 별도의 방법을 강구하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고 한다. 다만, 이날 민간인 불법사찰을 원래는 민주당이 맡기로 하였는데, 새누리당이 맡겠다고 하여 민주당이 양보했다고 박수석은 설명했다. 또한, 상임위 문제는 기획재정위나 행전안전위원회 중에서 민주당이 하나를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박기춘 수석의 설명에 의하면, 문제는 26일 화요일 발생했다. 25일 저녁에 수석부대표간 합의가 된 상황에서 26일(화) 아침 8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고민하고 있다, 오후에 만나자'했는데, 오후되니 ‘오늘 결정이 안 될 것 같다’며 막판 협상미타결의 상황을 전했다.

또한, 박수석은 “제가 어제(27일 오후2시) 만났다”며,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위원장을 새누리당에서 맡는 걸로 하면 합의해줄 수 있다, 그것이 만약에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특검을 하면 좋겠다,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해서 위원장을 주고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마지막 협상까지도 밝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27일 이한구 대표는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는 절대없다"는 주장을 했었다는 것이다. 수석은 국정조사를 합의하고, 원내대표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는 절대없다는 전혀 다른 입장을 밝힌 셈이 된 것이다. 이날, 이 원내대표는 “우리끼리만 합의돼서 될 일이 아니고 우리는 당에 돌아와서 또 협의를 해야 된다”, “(양당 수석간에)논의가 진전됐든 안 됐든 저로선 그걸 용납할 수가 없다”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양당수석이 새벽에 만났든, 라디오인터뷰 이후에 만났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의 핵심인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제1야당과의 협상내용과 관련하여 다른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둘 중에 한 사람이 (정략적 차원에서) 거짓말을 했든지, 아니면 공식 결재 라인 외에 다른 결재라인이 있어서 빚어진 혼란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수석부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친박진영의 떠오르는 핵심인사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박기춘 수석이 밝힌 것처럼, 여야 협상의 실무담당자는 회의 전 지도부와의 사전조율을 거친 뒤 협상에 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26일 상황이다. 박기춘 수석의 설명에 의하면, 이날은 새누리당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새누리당은 9시에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했는데, 이한구 원내대표는 "아직도 거대 야당이 국회 발목 잡기를 하고 있으면 이게 정치권이 공통으로 욕먹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떠넘기고, "또 선거 때 정치굿판 만드는 세습이 계속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김기현 수석부대표는 "하루 빨리 국회를 정상화 시킬수 있도록 민주당은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드린다며 민주당 때문에 안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었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와 수석이 역할분담을 통해 이런 상황이 발생시킨 것이라면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이고, 내부결정의 혼선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공식대표들이 결정권이 없는 ‘사당화’ 문제제기가 맞는 상황인 셈이다. 민주당 원내핵심관계자는 “의견이 달라서 조율이 안된다기보다는, 청와대도 고려해야하고, 박근혜 의원의 의중도 파악해야 하는 새누리당 '결재권의 소유권문제'로 부터 생기는 문제로 볼수 있다 ”고 분석했다.

박근혜 의원, 김기현 수석부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연합뉴스

28일 홍일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며, "개원지연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또한, 홍 원내대변인은 "당사자끼리 주고받은 협상내용은 비밀에 부쳐주는 것이 정치도의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공개한 원구성협상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기조차 싫다"며 반박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수석의 입장이 달랐던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요구했던 원샷방식으로 원구성협상이 마무리된다면, 이한구 원내대표는 '실권없는 대표'라는 별칭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는 28일 원구성과 관련, “여당이 국회 문을 열자고 야당을 쫒아 다녔지, 야당이 양보하면서 쫒아다닌 것은 처음”이라며, “새누리당이 오늘이라도 싸인하면 내일이라도 국회를 열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공개 TV끝장토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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