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협정 추진,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 <경향> <한겨레> 우려

■‘동북아 냉전시대 복귀 움직임’ 비판에 <한국>도 한 목소리

■ <조중동>은 문제의식없이 여전히 진보당 때리기에만 열중

“국민들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지난 6월 14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는 전범국이며 패전국이던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인정하고 한미일이 군사적으로 공조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공동성명에서 일본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명기한 최초의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명에서는 이어 6월 21~22일 중 한반도 해역 남단에서 한미일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22~23일 중에는 서해에서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가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에 중국이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한미일의 연합훈련은 장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물리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한미일 자본주의 해양세력이 북중러 사회주의 대륙세력을 견제하는 구도가 명확해지는 형국이며 북한을 넘어 중국까지 견제하는 한미일의 냉전형 블록이 출현한 셈이다. 냉전식 진영외교와 진영안보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냉전시대로 되돌아가는 동북아

이러한 진영식 논리는 탈냉전 이후 세계화의 추세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다자안보, 공동안보를 위한 진보의 길에도 역행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우리는 총 수출액의 10%를 미국에, 6%를 일본에서 달성하는데 반해 이를 합친 것보다 많은 26%를 중국으로부터 벌어들인다. 90년대 후반의 동아시아 금융위기도 중국이 완충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빠른 시기에 극복이 가능했고, 최근 서방의 금융위기 역시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오히려 동아시아에서는 한중일의 협력을 통한 지역의 안정화와 공동번영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굳이 당장 위험할 것도 없고, 패권의 지위에 오르지도 못할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미일 군사공조를 도모한다는 것은 봉쇄와 견제라는 냉전식 세력균형론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이런 진영식 논리로 우리나라는 절대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상은 바로 해양과 대륙을 두루 아우르는 균형전략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장관회담에 이어 한일 군사협정이 추진되고,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하는 전략이 구체화된다면 이것은 안보의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이상 김종대의 안보통신 <70년 전후질서가 무너진다 http://plug.hani.co.kr/dndfocus/243289 6월17일>에서 인용.

인용한 글에서 우려했던 한일간의 군사협정이 26일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됐다.

28일자 한겨레신문은 <한일 군사정보협정,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이란 제하의 1면 머릿기사를 통해 “정부가 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26일 비공개로 국무회의에서 상정해 의결까지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일본이 과거사 청산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안보질서에 영향을 미칠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정부가 공청회도 열지 않고 밀실에서 기습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밀실에서 이루어진 한일 군사협정 추진 결정

신문은 또 “정부는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일간에 국방교류에 관한 의향서(2009년 4월) 등의 군사협력이 있긴 했지만 정식 군사협정을 맺는 건 해방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4면과 5면 전면을 할애해 이번 군사협정이 갖고 있는 의미와 절차적 문제점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의 4면 머릿기사 <미 아시아 전략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제도적 첫단추>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전격적인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대북한 방어’라는 한국과 일본의 군사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이뤄졌지만, 배경에는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이 숨어 있다“고 분석하면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대표의 말을 인용해 ”한일협정을 통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구축하려 했던 미일동맹의 숙원은 50년만에 풀릴 기회를 맞이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급속도로 빨려들어갈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1면(<한일 군사협정 비밀리 통과>)과 3면(<북한 위협 구실로 삼아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편입>)을 털어 이 협정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다각도로 전했다.

그러나 보수신문들은 표면적 사실 전달(중앙일보), 절차적 문제 지적(조선일보) 등의 수준에 머물러 현저한 대조를 이뤘다.

중앙일보는 <북 핵·군사 정보 일본과 공유한다>는 1면 머릿기사를 통해 단순한 사실전달만 했으며 이 협정이 갖는 의미나 절차적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 역시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차관회의는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통과>라는 6면 상자기사에서 절차적 문제점만 간략하게 지적했을 뿐이다.

‘일본과의 군사협정’ 문제의식 없는 보수신문들

한겨레신문은 <한일 군사협정 중단하고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란 제하의 이 날자 사설을 통해 “한-일 군사협정이 지닌 문제점은 단순히 국민감정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 차원에서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주문해온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오랜 전략 구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한 뒤 “우리 정부는 미-중 대립구도 속에서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서는 잘못된 정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북한·러시아를 잇는 북방 3각 체제의 강화로 이어져 동북아의 대결과 냉전 구도를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사설은 이어 “한-일 군사협력은 일단 시동을 걸면 계속 확대·강화될 수밖에 없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단순한 정보공유 차원을 넘어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솔선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해주는 일을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는 한-일 군사협정 체결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이를 국민적 논의에 부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향신문 역시 <한·일 군사협정 ‘꼼수’로 밀어붙일 텐가>란 제하의 사설에서 “일본은 여전히 군대위안부, 강제징용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온갖 꼼수를 다 부리면서 일본과 협정을 체결하려는 정부를 국민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협정이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가와 외무당국자의 서명이라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아직 체결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본과 정보보호협정 체결 절차를 중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 수렴 절차를 밟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조중동>의 유일한 관심은 진보당 때리기

<조중동> 보수신문은 철저하게 사설에서 이런 사실을 외면했지만 중도적 성향의 한국일보도 <국민 공감 얻지 않은 한일 군사협정>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한일군사협정이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동북아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거라는 일부의 우려는 충분히 경청할만한 지적”이라면서 “이렇듯 심사숙고 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는데 군사적 편익이라는 당장의 이해에만 골몰해 졸속처리 했다는 비난에 정부는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조중동> 보수신문의 관심은 여전히 ‘진보당 때리기’에만 집중돼 있다. 조선일보는 <‘정당’이란 이름이 부끄러운 진보당>(1면) <정당 기능 상실한 진보당...이석기 김재연, 부정확인에도 “사퇴못한다”>(4면) <黨內 민주주의부터 짓밟은 진보당, 정당 자격 없다>(사설) 등을 통해 진보당에 대한 증오를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총공세를 펼쳤다.

동아일보 역시 <민주주의 조롱한 통진당, 보고만 있어야 하나>는 제하의 사설에서 “그런데도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속한 당권파 측은 ‘2차 조사도 부실이며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승복을 거부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뻔뻔스러운 처사다”면서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이런 집단을 야권연대 파트너로 삼는다면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당권파의 상징적 존재다. 이들이 끝내 자진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의원직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내 돈봉투사건이나 당원명부 유출과 더불어 이뤄진 경선부정에 대해서는 침묵과 관용으로 일관했던 태도와는 전혀 딴판이다. 다만 중앙일보는 <이석기, 지금이 사퇴해야 할 때다>란 제하의 사설에서 진보당 자체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석기 개인의 사퇴만을 촉구해 조선일보, 동아일보와는 다른 톤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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