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해고하는 등 파업 참여 노조원을 대량 징계한 것과 관련해, 시민들이 안광한 부사장,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백종문 편정제작본부장 등 MBC 경영진 자택 앞에서 자발적인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자신의 자택 부근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4·9 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조사실장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를 이유로 경찰에 고소해, 시민사회 단체들이 “명예훼손을 당한 것은 이 본부장이 아닌 국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MB언론장악 심판‧MB낙하산 퇴출,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정보도 공동행동)은 MBC 노조원 대량징계에 항의하기 위해 25일부터 MBC 경영진 자택 앞에서 ‘시청자 항의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MBC 회사 쪽이 파업 해결 보다는 해고 및 중징계를 남발하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서울 동작구), 안광한 부사장 (서울 양천구), 권재홍 보도본부장 (서울 양천구),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경기 일산동구)의 자택 앞에서 출, 퇴근 시간에 1시간씩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인 시위 첫날인 25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자신이 사는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4·9 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조사실장을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로 동작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 본부장의 고소장 접수와 함께 고소인 접수를 마쳤으며, 이르면 다음 주 안경호 실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4·9 통일평화재단 안경호 조사실장이 25일 오전 이진숙 본부장이 살고 있는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MBC노조
“시청자 고소할 정도, 노조원한테는 얼마나 가혹했겠나”

먼저, 이진숙 본부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안경호 조사실장은 “MBC 파업이 장기화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시청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담담한 입장을 밝혔다. 안 실장은 25일 고소를 당한 이후에도 26일 오전, 이 본부장의 자택 부근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안경호 조사실장은 26일 오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진숙 본부장은 공영방송사의 임원으로 공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시청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시민을 겁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동안 보였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를 이 정도로 고소할 정도면 회사에 있는 노조원들한테는 얼마나 가혹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 본부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1인 시위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MBC 파업이 27일로 149일, 해고자 8명에 징계자 100명이 넘었다”며 “공영방송이 하루 속히 정상화 되어야 하는데 과거 존경받는 기자, 언론인이었던 이진숙 본부장이 후배 동료들을 해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서 이를 지적하면서 이 본부장이 언론인으로서 자기 자리를 잘 찾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MBC의 정상화를 기대하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시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뜨겁다”며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고, 창문 열고 ‘힘내라’ 외쳐주시는 분도 있고, 어제 같은 경우 나이 드신 중년 신사가 음료수를 건네주며 ‘김재철이 빨리 물러나야’고 말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진숙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터에서 해야”

그러나 이진숙 본부장은 ‘MBC 집단해고 책임자! 이진숙 물러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자신의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진숙 본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나도 모욕적인 일을 당하기도 한다. ‘이진숙 물러나라’ 구호를 듣기도 하고 트위터 상에서 등 (이런 부분은) 감당할 수 있지만 동네에서 그러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일터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터에서 해야지 우리 집 앞까지 와서 그러냐. 딸이 중학교 2학년”이라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는 “광화문에서 (나와 관련한) 1인 시위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그 때 사용하는 사진도) 특정한 한 장면을 찍어서 사람 해고하는 데 실실거리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어 불만이지만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남의 집 앞에서 하는 것은 용인 할 수 없다. 나도 가족이 있고 애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안경호 실장이 ‘고소를 취하하면 1인 시위를 안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본인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행동을 중단하고 사과하면 선처를 고려하겠지만. 일터에서 생긴 일은 일터에 와서 하라고 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안경호 실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고소를 취하할 때까지 계속 하겠다는 취지였다”며 해당 발언을 반박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공정언론공동행동은 26일 논평을 내어 “고소당할 사람은 시민단체 활동가가 아니라 공영방송 MBC를 망가트리고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낙하산 사장 김재철과 이진숙 본부장”이라며 “국민의 지탄에도 반성은 커녕 오히려 ‘명예훼손’ 운운하는 이진숙 본부장의 적반하장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두꺼운 민낯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며 이 본부장을 향해 고소 철회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