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민제(본명 조사무엘민제) 국민일보 회장에 대해 전액 국고로 운영되는 신문발전기금 2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이후, 국민일보가 특별취재팀을 통해 연일 검찰을 향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 조민제 국민일보 회장 ⓒ연합뉴스
국민일보는 기사, 사설, 그리고 사고(社告)를 통해 이번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것 뿐 아니라 이번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를 지목해 ‘엉뚱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 사례를 언급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제1부(부장검사 김영종)는 21일, 신문편집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용역대금을 부풀려 허위 견적서를 제출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신문발전기금 2억 원을 받은 조민제 회장과 강 아무개 국민일보 경영전략실 팀장을 사기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조 회장은 이미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검찰의 수사 발표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2일부터 23일까지 국민일보가 특별취재팀 이름으로 쏟아낸 기사 및 사설은 다음과 같다.

6월22일 <검찰 또 짜맞추기… 허위진술 압박해 사기로 기소> <신발위’ 실사·검증받아 적법하게 추진> <12개 신문사 지원금 집행을 사기로 모는 검찰> / 6월23일 <검 “어쩔수 없었다” 무리수 알면서 기소 자인… 국민일보 신문발전기금 수사> <제멋대로 잣대 휘두르는 검찰>

▲ 6월22일치 국민일보 8면
23일과 23일, 이틀 간 지면을 통해 조민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지적했다면, 25일과 26일 지면을 통해서는 이번 수사를 진행한 검찰 첨단범죄수사부의 지적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 기소권 사례도 언급한다. 이와 함께 칼럼을 통해 “검찰이 바로서야 정의가 산다”며 검찰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6월25일 <검 첨단범죄수사 ‘빛좋은 개살구’> <첨단범죄수사부는… 1,2부 체제 운영 부장검사 2명에 검사 6명> <위험천만한 검찰의 수사권 남용> / 6월26일 <비판 세력엔 매서운 칼날… 입법학회 보고서로 본 검찰의 무리한 수사·기소권> <부실수사 해놓고 법원 탓만… 한명숙 무죄에 “봉사 문고리 잡기”> <검찰이 바로서야 정의가 산다>

국민일보는 또, 26일 지면 1면 하단에 사고를 내어 “창간 20주년을 맞았던 국민일보사의 특수 상황을 무시한 채 검찰이 사기로 몰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신문사 운영의 자율성과 언론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창간한 지 24년이 된 전국종합일간지를 사기혐의로 기소하고 정당한 언론활동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수사 검사와 책임자를 반드시 문책해야 한다”고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6월26일치 국민일보 8면
노조 “검찰 출입기자들조차 모르는 출처 불명 특별취재팀” 비난

그러나 이 같은 국민일보의 행보는 정작 내부에서조차 “무리수”라는 거센 비난을 받는 등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조민제 회장에 대한 반박기사라고 하기에는 수사 주체에 대한 비난만 대부분이어서 논리가 빈약하고 서울지검을 담당하는 해당 출입기자들조차 모르는 출처 불명의 특별취재팀 이름으로 기사가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 지부는 25일 오후 성명을 내어 “중앙언론사 지면이 검찰 수사와 관련해 특정인의 사적 방어에 끊임없이 동원되고 있는 점에 구성원 다수가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빈약한 반박논리로 검찰과 무조건적인 각세우기로 나서는 것이 과연 정론지로서 옳은 일인지, 또 실제 특정인 방어에 도움이 되면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몇몇 회사 쪽 관계자들이 사태를 심각히 오판하고 있다는 지적이 구성원 다수로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특히 지난 22일과 23일 게재된 기사에 대해 “혐의 자체에 대한 법리적 부당성에 대한 반박이나, 불가피한 정황이나 통상적 관례에 대한 차분한 대응이 아니라 첨단범죄수사부라는 수사 주체에 대한 비난이 반박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첨단범죄수사부 관계자들의 과거 이력과 사진까지 게재하면서까지 감정적 대응을 한 것에 대해 사내 구성원들조차 ‘사건 관련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자충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기사들이 특별취재팀으로 작성된 것에 대해서도 “출처 불명의 특별취재팀이라는 바이라인으로 반박기사의 상대방인 서울지검을 담당하고 있는 해당 출입기자들조차 모르는 기사가 이틀 연속 사회면 톱으로 나간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이로 인해 출입기자들이 오해를 받거나 곤란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 이들이 해당 출입처에서 취재를 해나가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런 일련의 상황이 김성기 사장과 김윤호 편집국장, 김경호 회장 비서실장의 오판과 과잉충성 때문에 빚어졌다고 본다”며 이들을 향해 한국 기독교계를 대변하는 국민일보의 위상은 물론, 구성원 전체를 위기로 몰고 있는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이와 관련한 회사 쪽 입장을 듣기 위해 김윤호 편집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중”이라는 이유로 연결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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