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으로 9회까지 끌려가던 기아, 윤완주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에 이어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던 SK가 유격수 실책으로 패배하는 상황은 야구이기에 가능했던 재미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며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 기아로서는 선두 SK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대반격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최악의 상황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기아, 대반격을 시작하라

2회 선취점을 내준 기아가 만약 일요일 경기를 SK에게 내줬다면 상위권 도약에 대한 기대를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팀 간 실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분위기 싸움을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중요한 2012 시즌입니다. 운도 따라주지 않던 기아에게는 무엇보다 승리를 자주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기에 선두 SK를 상대로 2승 1패를 했다는 점은 선수단 분위기가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시즌 첫 선발에 나서는 박정배와 앤서니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근소하나마 기아의 우세가 예견되는 경기였습니다. 불펜이 불안해진 SK가 5선발 문제로 불펜 자원을 급하게 선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아의 승리 공식은 명확했습니다. 철저하게 박정배 투수를 괴롭히며 빠른 시간 안에 불펜 자원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경기가 승리 방정식이었지만 기아는 오히려 역행하는 방법으로 힘든 승부를 펼쳐야 했습니다.

▲ KIA 선발 앤서니 ⓒ연합뉴스
박정배의 이번 투구는 무척이나 깔끔했습니다. 공이 상대를 압도할 정도로 빠르지는 않았지만 좋은 제구력으로 아직은 부실한 기아 타선을 농락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아의 공격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선발 경험이 미천한 박정배로서는 투구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공략이 손쉬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철저하게 볼을 보며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작전이 주효했지만 기아의 공격은 빠른 공격 타이밍으로 가져가며 박정배를 도와주기만 했습니다.

빠른 타이밍에 배트를 휘두르는 기아 타자들로 인해 박정배는 손쉽게 이닝을 마무리해나갔습니다. 초구나, 2, 3구에서 나오는 배트가 안타보다는 빗맞는 경우들이 늘어나며 스스로 타선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기아의 부진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기아 타선이 좀처럼 박정배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SK는 2회 선두 타자 이호준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던 김강민이 적시 2루타를 치며 팀의 선취점을 뽑으며 부진에서도 탈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회 나온 이 타점이 9회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양 팀 선수들과 관중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양 팀 타자들은 더위를 먹은 것인지 아니면 연이은 승부로 지쳐서인지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나가지 못했습니다.

기아는 4회 1사 후 김원섭이 첫 안타를 신고했지만 믿었던 이범호가 병살로 처리되며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범호의 3루 강한 타구를 최정이 너무나 쉽게 잡아 정교한 병살로 이끌었다는 점이 불행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을 듯합니다.

기아도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지만 SK 역시 2회 선취점 이후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불안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5회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웠을 듯합니다. 선두 타자인 김강민이 안타를 치고, 임훈이 내야 수비 불안으로 루상에 나가며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박경완 타석에서 정공법인 번트를 하지 않고 페이크&슬러시로 전환했지만 투수 앞으로 향하며 3루와 1루 병살로 이어진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이후 앤서니가 김성현과 정근우를 연속 볼넷으로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는 점에서 SK의 5회 공격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안타와 실책, 볼넷을 포함해 4명의 주자가 루상에 나갔지만 단 1점도 뽑지 못했다는 점에서 SK가 이길 수 없었던 것은 5회 공격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기아는 7회 선두 타자인 안치홍이 안타를 치고 번트에 이어 이범호가 고의 4구로 나가며 기회를 잡았지만 조영훈의 평범한 2루 땅볼에 이어 대타로 나선 최희섭마저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플라이로 잡히며 득점에 실패한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선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고 최희섭은 확실한 타격을 했지만 임훈이 수비 위치를 조정해 대비를 확실하게 하며 잘 맞은 타구를 아웃 처리하는 장면은 SK의 힘을 느끼게 했습니다.

낮은 타율로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강력한 마운드와 함께 환상적인 수비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SK는 강한 팀이었습니다. 7회 기회를 놓친 기아는 8회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김선빈이 안타를 치며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윤완주의 완벽한 보내기 번트에 이어 이용규가 사구로 나가고, 안치홍까지 안타를 치며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기아는 완벽한 역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중심인 3,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이보다 좋은 기회는 오기 힘들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믿었던 김원섭이 외야 플라이 하나치지 못하고 투수 땅볼로 물러나는 상황은 절망에 가까웠습니다. 병살을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답답한 상황에서 이범호마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마운드에 있던 이재영은 환호하고 기아는 침울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 KIA 9회말 1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친 9번타자 윤완주가 1루에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던 기아는 대타 작전으로 9회 조영훈과 나지완, 최희섭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졌습니다. 선두 타자였던 조영훈의 승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피로가 겹친 이재영을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승부는 주요했습니다. 비록 마지막 11구째 높은 직구를 참지 못하고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한 장면은 아쉬웠지만 이재영을 충분하게 괴롭혔다는 점은 기아의 대역전극을 위한 시작이었으니 말입니다.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은 유격수와 3루수 사이 깊은 내야 안타를 치고 살아나간 상황이 중요했습니다. 나지완마저 아웃처리 되었다면 경기는 SK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1루에서 거구의 몸으로 헤드퍼드 슬라이딩까지 하는 허슬 플레이를 펼친 나지완이 실낱같은 기회를 기아에게 부여해주었습니다. 전 타석에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었던 최희섭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자 SK는 김상훈을 고의 4구로 보내고 신인인 윤완주를 상대로 골랐습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경기 경험이 미천한 윤완주를 상대로 8회 기아의 1사 만루 상황처럼 무실점으로 막으려는 SK의 전략은 윤완주의 적시타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8회 이재영이 혼신을 다해 만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이미 40개 가까운 투구를 하던 이재영의 투구로 상대를 압도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선 윤완주는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중견수 앞 안타를 치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1-0으로 질 수도 있었던 경기는 9회 9번 타자이자 김선빈을 대신해 출전한 윤완주에 의해 동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자 천하의 SK도 흔들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용규의 유격수 땅볼을 수비에서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던 최윤석이 허망하게 놓치며 결승점을 헌납하는 상황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병살은 힘들었지만 홈 승부는 가능했다는 점에서 최윤석의 실책은 아쉬웠습니다.

기아는 SK의 실책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가져갔습니다. 분위기상 안치홍이 안타로 결승타를 만들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운이 좋아 이겼다고 볼 수는 없는 경기였습니다. 선발로 나선 SK의 박정배는 6과 1/3이닝 동안 77개의 투구로 2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기아 타선을 틀어막으며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비록 무실점 투구를 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충분히 팀이나 팬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피칭을 했다는 점은 중요했습니다.

앤서니 역시 7이닝 동안 116개의 공으로 5안타, 4사사구, 5삼진, 1실점으로 승리를 올리지 못했지만 선발로 나서 7이닝까지 막아주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상하게도 항상 5회만 되면 급격하게 흔들리는 앤서니의 병 아닌 병이 다시 도진 것이 문제였지만, 상대를 압박하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가는 투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기아의 이번 승부가 중요했던 것은 단순히 1승을 추가했다는 것 그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내주며 역전패를 당하며 최악으로 치닫던 분위기와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겨우 승리로 이끌었던 토요일 경기만으로는 기아의 반전을 이야기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0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9회 대역전극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는 없습니다. 선수들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이후 경기에서 상승세를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이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은 윤완주와 조영훈의 존재가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는 점입니다. 유격수와 2루, 3루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윤완주가 수비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는 점은 내야 자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영훈 역시, 1루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자원이기에 최희섭과 나지완 등 거포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기아의 선수 활용도를 극대화시켜준다는 점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고무적이었습니다. 2연승으로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1위 팀을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기아의 상승세는 시작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선수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고 있고, 선 감독의 팀으로 체질 개선이 완료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6월 마지막 주 승부에서 5할에 근접하는 승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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