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조차 어려워 보이던 기아가 힘겹게 1승을 올렸습니다. 확실한 승리를 꿈꿨던 기아는 믿었던 유동훈이 한 타자도 잡지 못하고 4실점 난타를 당하며 찝찝한 승리를 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용규의 시원한 투런 홈런과 김원섭의 역전타 등 그동안 답답했던 타선이 폭발하며 9득점을 올렸다는 점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이용규의 시즌 첫 홈런과 15안타를 집중시킨 기아 타선, 갈증 해소할까?

300여일 만에 홈런을 친 이용규에게나 장타 빈곤에 시달리는 기아에게 이 홈런은 중요했습니다. 좀처럼 터지지 않던 홈런이 김선빈에 이어 이용규에게서 나온 것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번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장타 본능이 깨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마리오와 소사의 대결에서 지난 경기에서 기아와 상대 전력이 좋았던 마리오의 우세가 점쳐졌습니다. 소사 역시 전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들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금요일 대역전극을 이끈 SK의 우세가 점쳐진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는 시작과 함께 마리오가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하며 의외의 상황으로 변했습니다. 마운드에서 투구를 하다 파인 구멍에 발목이 접질리며 정상적인 투구를 하기 힘들어진 마리오가 투구폭을 줄여가며 피칭을 이어갔지만 3회까지 마운드를 지키고 불펜으로 공을 넘긴 것이 SK의 패인이었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변수는 절대 불펜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진 SK에 불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기아는 3회 1사후 이용규가 안타를 치고 2루까지 진루한 상황에서 조인성에게 견제사를 당하는 장면이 아쉬웠습니다. 발목이 안 좋은 마리오를 부담스럽게 하는 과정도 좋았지만 과도한 리드가 아웃으로 다가오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장면은 견제사, 주루사 등이 잦은 기아로서는 좀 더 신중한 플레이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4회 공격에서도 1사후 이범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고, 2사 후 조영훈이 트레이드 이후 첫 안타를 신고하며 득점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후속 타자인 안치홍이 초구를 노려 쳤지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쉬웠습니다.

전날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지만 조영훈이 트레이드되면서 1루 수비가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체력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온 최희섭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조영훈의 기아행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수비에서도 호수비와 더불어 시종일관 안정적인 수비로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기아로서는 만족스러운 트레이드로 남을 듯합니다.

▲ 기아 이용규 ©연합뉴스
4회 아쉬운 기회를 놓친 기아는 5회 1사 후 윤완주가 좌중간 2루타로 다시 기회를 잡자, 이용규가 올 시즌 첫 홈런이자 300여 일 만의 홈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습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가던 상황을 홈런 한 방으로 무너트렸다는 점에서도 이 홈런은 의미 있었습니다.

소사가 완벽한 투구로 SK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 두고 있었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타선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용규의 한 방은 그동안 장타 부재에 시달리던 기아 벤치나 소사 모두에게 행복한 한 방이었습니다.

6회 공격에서도 선두 타자인 이범호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기아 벤치에서는 곧바로 대타로 최희섭을 내보냈습니다. 나지완이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하자 조영훈 효과로 단단해진 지명타자는 이런 효과로 다가왔습니다. 문제는 최희섭이 풀 카운트에 몰린 상황에서 친 타구가 유격수 땅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병살로 이어지며 추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입니다.

6회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음에도 점수를 얻지 못한 기아는 곧바로 SK에게 추격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7회 SK는 그동안 소사에게 막혀 좀처럼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하더니, 1사 후 최정이 안타를 치고, 이호준과 박정권의 연속안타로 가볍게 2-2 동점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잠시 소사가 흔들리는 틈을 타서 연속 안타로 가볍게 득점을 올리는 SK는 정말 무서운 팀이었습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 바로 낮은 팀 타율에도 그들이 선두를 독주하는 이유일 테니 말입니다.

6회까지 SK 타선을 1안타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던 소사는 연속 3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했습니다. 소사가 7회 그렇게 무너지며 역전까지 허용했다면 기아는 2연패를 당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 기아 선발 소사 ©연합뉴스
소사는 7이닝 동안 110개의 투구로 5안타, 무사사구, 6삼진, 2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습니다. 강력한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들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상대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모습은 경쾌할 정도였습니다. 빠르게 투구하며 자신의 페이스로 상대 타자들을 이끌고 빠른 승부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소사가 의외의 가치로 기아에 큰 힘이 되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소사가 비록 2실점으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역전을 당하지 않고 7회를 넘기자 기아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7회 말 1사 후 차일목이 안타를 치고 윤완주의 번트가 절묘하게 투수를 빠져나가며 안타가 되면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은 기아로서는 대량 득점이 기대되는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 이용규가 1루 땅볼로 물러나며 분위기는 무득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용규의 타구를 정상적으로 포구를 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타구를 완벽하게 잡은 박정권의 호수비가 빛을 발하는 듯했지만, 신종길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는 다시 조성되었습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원섭은 적극적인 타격으로 엄정욱의 높은 직구를 통타해 역전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한 방은 경기의 흐름을 다시 기아 쪽으로 돌려놓았고 8회 기아 타선은 다시 폭발했습니다.

8회 선두 타자인 최희섭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잡은 기아는 조영훈이 번트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멋진 페이크&슬러시를 성공시키며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무사 상황에서 안치홍은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때리고, 차일목의 안타에 이어 윤완주가 적시타를 치며 단숨에 7-2까지 점수차를 벌이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용규의 볼넷으로 만루 상황에서 좀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못하던 김태훈으로 인해 이준호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리는 상황까지 매력적이었습니다. 김원섭이 1루 강습 타구로 9-2까지 경기를 앞서가게 된 기아는 마지막 한 이닝을 남긴 상황에서 손쉬운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9회 마운드에 오른 유동훈이 가운데로 공이 몰리며 난타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선두 타자 최정을 초구에 사구를 내주더니 이호준부터 조인성까지 4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대거 5실점을 하며 9-7까지 경기가 좁혀지는 상황은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좀처럼 코너워크가 되지 않는 공은 가운데로 몰리기만 했고 밋밋하게 들어오는 가운데 공을 공략 못할 SK 타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동훈의 피칭은 최악이었습니다.

7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하기를 원했던 기아는 급해졌고 박지훈을 급하게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기는 했지만 유동훈의 불쇼로 인해 일요일 마운드 운용에 차질을 빚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기는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가야만 하는 기아로서는 지난 경기에서도 믿었던 한기주가 말도 안 되는 공으로 역전을 허용하고 다 잡은 경기를 내주더니, 마무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유동훈이 다시 무기력하게 난타를 당하며 무너진 점은 답답했습니다. 불펜에서 좋은 피칭을 하며 한기주 대신 마무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유동훈이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이렇게 난타를 당해버리며 당장 마무리에 누구를 써야 할지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박지훈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는 하지만 올 입단한 신인이라는 점에서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기아였습니다.

비록 9회 유동훈으로 인해 5실점을 하며 불안한 승리를 하기는 했지만 이번 주 첫 승을 올렸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선수단이 의지를 보이기 위해 삭발을 하고 벤치에서는 선수 트레이드까지 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 상황에서 나온 승리이기에 이후 경기에서 보다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앤서니와 박정배의 대결로 펼쳐지는 일요일 경기마저 기아가 잡아간다면 의외로 연승 분위기를 탈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다음 주 경기가 기아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승부를 하고 있는 엘지와 불펜이 불안한 SK와의 6연전이라는 점에서 마지막 대반격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말입니다. 과연 일요일 경기를 잡고 좋은 분위기에서 서울과 인천 원정에서 5할을 넘어서는 승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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