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안타에 묶인 기아의 공격력은 절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수요일 경기에서 12이닝 0-0 무승부를 기록한 기아와 삼성은 목요일 경기에서는 1회부터 점수를 내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득점 응집력이 뛰어났던 삼성은 무기력한 기아를 손쉽게 물리치며 시리즈를 2승 1무로 압도하며 6위에서 3위까지 수직상승했습니다.

완벽하게 무너진 기아, 백약이 무효인가?

이용규의 치명적인 병살타 두 개가 경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바꿔놓았습니다. 믿었던 이용규가 시즌 전체를 봐도 몇 개 나오지 않는 병살타를 연 타석으로 만들어내며 승리할 수도 있었던 팀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철저하게 농락당한 기아는 무의미했던 9회 신종길의 안타를 제외하면 단 두 개의 안타에 묶인 채 허망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김진우와 차우찬의 승부라는 점에서 기아는 내심 승리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차우찬이 삼성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하는 존재임에도 좀처럼 자신의 실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략해볼만한 투수였기 때문입니다. 전날 12회 연장까지 가면서 많은 투수들을 허비한 양 팀으로서는 선발 투수가 몇 회까지 막아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 KIA 선발 김진우 ©연합뉴스
삼성은 시작과 함께 박한이와 최형우의 안타를 묶어 가볍게 선취점을 뽑아냈습니다. 잠시 흔들리던 김진우가 이승엽과 박석민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은 매력적이었지만, 선취점도 지키기 힘든 기아가 선취점을 내주었다는 점이 불안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기아는 2회 차우찬이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나지완과 최희섭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기남의 희생 번트를 부끄럽게 만드는 추가 볼넷까지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갑자기 흔들린 제구력으로 위기를 맞은 차우찬에게 이준호는 쉬운 상대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올 시즌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인인 이준호를 상대로 효과적인 피칭은 가능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간절했던 이준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전 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로 부진에 빠져 있던 이준호로서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그 간절함은 좌측 안타로 이어졌고 경기는 2-1 역전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9번 타자가 안타로 역전을 했다는 사실은 기아에게는 고무적이었습니다. 다음 타자가 믿을 수 있는 이용규였고 이는 곧 상위타선으로 흐름을 이어가며 대량 득점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유격수 평범한 땅볼로 병살 처리되며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이용규의 답답한 공격은 5회 1사 후 이준호가 노볼 2스트라이크까지 몰린 상황에서 어렵게 볼넷을 나가며 기회를 만든 상황에서 다시 나왔습니다. 빠른 주자가 나가있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이용규 타석이라면 기아로서는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공격 기회였지만 다시 한 번 3루 땅볼로 병살 처리되며 모든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기아가 답답한 경기를 보인 것과 달리 삼성은 3회 박석민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5회 2사 1, 3루 상황에서 이승엽이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한 득점력을 보인 삼성과 무기력했던 기아의 차이는 분명했습니다.

어렵게 막아오던 경기는 7회 삼성에 대거 4득점을 하면서 완벽하게 삼성으로 기울었습니다. 전날 경기에서 너무 많은 선수를 쓴 기아로서는 쉽게 김진우를 마운드에서 내릴 수 없었습니다.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우는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자초했고, 최소 실점을 위해 구원 등판한 홍성민이 시원하게 4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경기는 7회 종료되었습니다.

김진우는 6과 1/3이닝 동안 126개의 투구로 11ㅇ나타, 3사사구, 9삼진, 6실점으로 시즌 4패째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6이닝까지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한 김진우로서는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삼진 숫자에서 알 수 있듯 위기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는 모습은 김진우의 강인함을 엿보게 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최다 투구를 하며 고군분투를 하는 김진우로서는 7회 위기 상황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더욱 구원 투수가 어느 정도 막아주기를 바랐지만 투아웃을 잡는 동안 2개의 안타와 볼넷 하나를 내주며 허망하게 무너지며 김진우의 자책점만 늘려준 상황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차우찬은 초반 볼넷을 남발하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7이닝 동안 126개의 공으로 2안타, 6 사사구, 3삼진, 2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습니다. 차우찬에게는 초반 위기가 찾아왔지만 무기력한 기아 타선은 차우찬이 정상적인 모습을 찾도록 도와주었고 결국은 구위와 자신감 모두가 떨어졌던 그를 되살려주는 역할만 하고 말았습니다.

▲ 이용규 ©연합뉴스
삼성이 테이블 세터들과 중심 타자들이 제몫을 다한 것과 달리 기아는 테이블 세터들이 8타수 무안타 빈공에 병살타를 두 개나 만들어내며 자멸했습니다. 여기에 중심타선에서도 10타수 1안타 빈공은 이어졌고 이런 무기력한 타선에서 득점이 원활하게 나올 수 없다는 점에서 패배는 당연했습니다. 삼성의 테이블 세터들이 9타수 4안타, 중심타선에서 10타수 5안타, 4타점이 나온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이범호가 6회 펜스를 직접 맞추는 2루타를 때리며 부활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중심 타선이 긴 침묵을 지키고, 테이블 세터까지 난조에 빠진 기아. 이렇게 주전 노장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인들마저 주눅 든 모습으로 성급하게 경기를 하는 모습은 기아의 부진이 쉽게 씻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물론 문제로 드러난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이 다시 살아난다면 기아는 다시 무서운 팀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완벽한 틀이 언제 다시 갖춰지느냐는 점이겠지요. 김상형이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복귀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과연 그의 등장이 기아 타선에 청량제 역할을 해줄지는 의문입니다. 이범호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여전히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김상현의 복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니 말입니다.

백약이 무효가 된 기아에게 다양한 작전과 전략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깨우치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배가시키지 않는 한 기아의 상승세는 힘겨워 보입니다. 더욱 1위와 7경기 차가 나고, 8위인 한화와는 4경기차로 1위보다는 꼴찌에 가까운 상황에서 분발이 촉구됩니다.

홈에서 선두 SK와 경기를 치르는 기아가 다시 한 번 호랑이들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의 화려한 부활은 당연할 것입니다. 기아의 라인업이 국내 최고라는 점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