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박성호 기자회장의 해고를 확정한 지 9일 만에 최승호 <PD수첩> 전 PD와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을 해고하는 등 모두 12명을 중징계하고 나섰다. 이로써 김재철 사장이 취임한 이후, MBC에서는 지역을 포함해 모두 9명의 해직 언론인이 나왔다.

MBC는 20일 오후, ‘불법 파업 참여와 무단결근’과 ‘장소지정 대기발령 불응’ 등을 이유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한 해고를 결정했다.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모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앞서 MBC는 지난 18일과 19일, 대기발령 1차 통보를 받은 노조원 13명에 대한 인사위원회 진행한 바 있으며, 13명 가운데 1명에 대한 징계는 보류됐다.

MBC는 또, 김민식 <내조의 여왕> PD와 전흥배 <커피프린스> 촬영감독, 이중각 <PD수첩> PD에 대해 정직 6개월을 각각 내렸으며, 김재영 <남극의 눈물> PD, 이춘근 <PD수첩> 전 PD, 강재형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을 각각 내렸다. 아울러, 송요훈 기자에 대해서는 정직 2개월을, 신정수 <나는 가수다> PD, 홍우석 카메라 기자에 대해서는 정직 1개월을 각각 내렸다.

이와 함께, 임명현 기자는 권재홍 보도본부장 퇴근 저지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당시 MBC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회사 쪽으로부터 사과까지 받았음에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 최승호 PD(왼쪽)와 박성제 전 노조위원장(오른쪽) ⓒ미디어스
최승호 PD는 시사교양국의 최고참 PD로 <경찰청사람들>, <MBC스페셜>, <삼김시대>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특히, <PD수첩>의 간판 PD로 지난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보도로 올해의 PD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10년 방송된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성제 기자는 과거 카메라출동 등에서 ‘재벌 회장의 불법’을 고발하는 등 탐사보도, 기획취재 뿐 아니라 세 차례의 총선과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방송을 기획했다. 그는 여론조사 방송으로 방송대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파업 직전에는 뉴스투데이 연출을 하며 방송 3사 꼴찌를 달렸던 <뉴스투데이>의 시청률을 1위까지 끌어올렸다는 공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량 징계에 대해 MBC노조는 “이처럼 뚜렷한 사유도 없이 징계위에 회부하고 중징계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궁지에 몰린 김재철과 부역자들의 정신 나간 ‘분풀이’로 볼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렇게 기준도, 사유도 없는 해고와 중징계는 당사자는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100명이 넘는 언론인들에게 징계를 퍼부으며 탄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는 ‘대학살’이라는 용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난했다.

징계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 드러나기도

그러나 MBC가 파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징계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거나, 잘못된 징계 사유를 대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MBC 단체협약은 ‘그 징계사건과 관계가 있는 자는 징계사건 심의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번 인사위원회에는 징계 사유 중 하나인 ‘권재홍 본부장 퇴근 방해’ 당사자인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인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와 함께, 단체협약에는 ‘징계회부사유’를 인사위원회 개최 4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회사 쪽은 이를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뒤늦게 노조의 요구로 통보한 징계 사유에도 일시, 장소 및 행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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