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면서 동시에 국내 대학에 등록하고 석사 학위 논문까지 쓰는 것은 가능한 것일까?

얼마 전, 김연아 선수의 교생 실습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선수 생활을 하기에도 바쁜 김연아 선수가 실제 학사 일정을 수행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스포츠 스타를 이용해 마케팅을 하고 스포츠 스타는 학교로부터 특혜를 받는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물론, 이 사건은 김연아 측의 고소와 이후 황상민 교수의 사과 그리고 김연아의 고소 취하로 일단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부실한 학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학교 측이 유명 선수의 명성을 이용해 학교 인지도를 높이고 장사를 하는 것도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는 ‘선수’ 박지성, 석사 학위 받는 ‘학생’ 박지성

한 체육학계 관계자는 “박지성 선수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부터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선수는 지난 2월 ‘한국 유소년 축구의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란 제목의 석사 학위 논문을 쓰고 명지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명지대학교 측은 박 선수의 석사 학위 사실을 알리며 “국제 전화와 인터넷 강의 그리고 리포터 제출을 통해 성실하게 수업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교 측의 설명대로 ‘전화, 인터넷 강의, 리포터 제출’만으로 석사 학위 수업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복수의 교수와 전공자들에게 타당성을 물었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어렵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이들은 모두 박지성 선수이기에 가능한 편법이고, 특혜인데 뻔한 걸 왜 묻느냐는 투로 말했다.

▲ 지난 해 10월, 명지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는 박지성 선수가 석사과정 4학기에 재학 중인데, 석사학위 논문 1차 심사를 위해 한국에 일시 귀국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많은 언론이 이 심사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연합뉴스

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A는 “그런 방식의 수업이 있다는 얘기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며 “직장인들을 많이 모아 학위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특수대학원들의 경우에도 최소한 그런 식의 수업은 안 한다”며 “일반 대학워에서 그렇게 수업을 할 수만 있다면 누가 학위를 못 따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학위를 주기로 미리 정해놓고 수단과 방법은 편의대로 처리된 것이며, 이런 방식이 박지성 선수가 아니면 가능 하겠냐”고 푸념했다.

명지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B는 “박지성 선수가 학위를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가 어떻게 수업에 참여했고 학교에 얼마나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선수가 수업에 참여한 방식을 알려주자 “나도 학교에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수업할 수 있는지”라며 “말도 안 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박지성 선수가 얼마나 열심히 전화, 인터넷, 리포터 제출로 수업에 임했는지 와는 별개로 그런 방식의 수업 자체가 일반 학사 행정에는 존재할 수 없는 특혜라는 지적이다.

박지성이 석사를 한 까닭은...벌써 교수 초빙설이

박 선수의 지도교수였던 박종성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은퇴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영국에 있는 동안 공부를 계속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 얘기의 행간에는 박 선수가 먼저 학위를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학교 측에서 먼저 입학 의사를 타진했다는 맥락이 숨겨져 있다. 박 교수는 “전화와 인터넷 강의, 리포터 제출 등의 방법으로 학기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럴싸한 방법을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얘기도 결국 실제,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명지대 측은 박지성 선수에게 입학 제의를 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수업을 대체해주며 학위를 준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 역시 박지성 선수의 지도교수였던 박 교수의 입에서 나왔다. 박 교수는 “박사 과정까지 마치면 명지대 교수로 초빙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박지성 선수의 학위는 그를 교수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 박지성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박종성 명지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선수를 "교수로 초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박 선수가)향후 박사과정도 우리 학교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박지성 선수가 은퇴 이후에 어떤 행보를 갈지는 전 국민의 관심사라고 할 수도 있는 문제다. 홍명보 감독과 같이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고,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과 같이 축구행정가의 길을 갈 수도 있으며 혹은 일본국가대표였던 나카타 히데토시처럼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박 선수의 미래를 두고 명지대 측이 ‘일단 잡아두고 본다’는 심정으로 교수 초빙을 흘리며, 입도선매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 체육대학 교수는 “모교 출신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투자차원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스포츠 정서상 박 선수가 교수를 하고자 한다면 출신 학교인 명지대에서 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이를 명지대가 먼저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지성 급의 선수의 경우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할 텐데, 명지대는 모교 프리미엄에다가 이제 선수 생활 중에 학위를 하도록 배려까지 해줬으니 보험은 확실하게 든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지대학교 홍보팀장은 "박지성 선수의 수업 과정은 학과에서 문제가 없이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전화 수업과 인터넷 강의 부분은 "교수님들과 박 선수의 특별한 관계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선수의 경우 국가 이미지를 제고한 스타인데, 인정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수업 방식의 문제에 대해선 "예우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