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누리당의 국회 개원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윤리위원장을 양 당이 모두 꺼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원구성관련 기자회견에서는 10대 8이냐 9대9냐는 상임 위원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다만, 외교통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중에서 1곳을 선택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리위원회를 새누리당이 가져가면 10대 8이고, 민주당이 가져가면 9대9가 되는 상황이라 양쪽 다 모두 배분수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선 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기춘 수석부대표는 상임위 배분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 연합뉴스


79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날치기 ‘제명'사태 이후, 한 차례도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가장 할 일이 없었던 윤리특별위원회는 2012년 19대 초반에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당장,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당선인에 대한 제명논란과 새누리당의 문대성 김형태 의원의 제명요구가 정국쟁점 현안 중 하나인 가운데, 이것을 일차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상임위가 윤리특별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양당의 원내대표가 모두 윤리위원회 자격심사를 통한 본회의 상정을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다만, 대상이 다르다. 민주당은 문대성 김형태 이석기 김재연 모두 해야 된다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김재연 이석기만 하자는 의견이다.

정치권의 복수의 관계자들은 “(윤리위원장) 아마도, 아무도 맡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개원초기 국회의원 제명건으로 '스포트라이트는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은 불가피한 자리”라고 말했다. 현재 핵심 상임위의 배분협상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서로 하기를 꺼려하는 윤리특별위원회의 배분도 19대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속내를 드러낸 것은 새누리당이었다. 민주당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문광위ㆍ국토해양위ㆍ정무위원회 중 한 위원회 배분요구에 대해, 새누리당은 윤리위원장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연히 핵심 3곳의 위원회를 배제한 '꼼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 또한 속내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안인 10대 8을 받아들이겠다. 대신, 윤리위원장은 새누리당이 가져라'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가 대내외 정책의 핵심 요직인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양보할 수 있어도, 민주당의 핵심요구인 3 곳의 위원회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당연히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접점을 못 찾는 원구성 협상. 18대의 8월 26일을 넘기나?

상임위원회 배분과 관련 지금까지 합의된 내용은 18대 때 여당이 하던 것은 여당이 맡고, 야당이 하던 것은 야당이 맡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18대에 제 3의 교섭단체가 맡았던 보건복지위는 민주당이 맡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상임위배분은 한나라당 11개 민주당 6개 '선진과 창조모임' 1개였다. 당시 한나라당 몫은 운영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상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전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토해양위원회, 정보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등이었고, 민주당 몫은 법제사법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성위원회 등이었다. 하나 남은 보건복지위원회는 당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에 돌아갔다.

새누리당은 현재 민주당이 요구한 '문방위ㆍ국토해양위ㆍ정무위원회 중 한 상임위'안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법사위를 주면 생각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방송언론사파업과 관련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며, 민간인 불법사찰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동의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6월 5일 국회법상 열리도록 규정한 국회개원 시한 마지막 날, 민주당 박지원비상대책위원장은 " 오늘이 제19대 국회 법정개원일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늘 개원식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우리 민주통합당은 원내대표 경선 후, 새누리당 또한 경선 후에 계속 원만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오늘 개원식이 지연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앞으로 상생정치를 어떻게 할까, 참 걱정이 된다"며, "박지원 원내대표께서는 얼마 전에 상임위원장이 제대로 결정이 안되면 국회 열어봤자 식물국회 되는 것 아니냐 해서 못하겠다고 했습니다만은 저는 식물국회가 설사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굴 없는 국회 만드는 것은 정말로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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