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도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지만 수구보수신문들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에 대해 과거와 달라진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며 수박 겉핥기식의 원론적인 지적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가운데 보수신문들의 보도가 소극적 보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박석운·정연구·정연우, 이하 민언련)은 지난 25일 발표한 '강부자 정부에만 너그러운 보수신문의 도덕성 잣대'란 제목의 논평에서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와 관련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를 분석했다.

'재산 형성 의혹'에 소극적인 동아, 중앙

▲ 동아일보 4월 25일자 1면.
동아일보는 공개된 재산 내역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다뤘지만 의혹에 대한 검증 노력은 없었고 중앙일보는 보도 분량 자체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의혹 검증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민언련은 동아일보의 경우 지난 4월 25일자에서 <이 대통령, 빌딩 3채-골프회원권 2개 소유>, <유인촌 문화 140억…장관 평균의 4배>, <청 비서진 10명 모두 10억 넘어>, <4명 중 1명 직계가족 재산공개 거부>, <경제장관 대부분 ‘버블 세븐’에 거주/강만수 재정 31억 중 25억이 부동산> 등 재산 공개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했지만 재산 형성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선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아는 박미석 수석 의혹과 관련, 다른 신문들이 '자경(自耕)확인서'의 진위를 추적하는 등 농지법 위반 여부를 취재한 것과는 달리 "대리경작은 아니다"라는 주민인터뷰를 집중 부각하는 등 의혹 규명 노력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 사설 <이 대통령 '부자의 성에 갇힐까' 두려워해야>에서도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불법이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면 모를까 재산의 다과만을 놓고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런 식으로 '계급적 증오'를 키워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적"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앙은 4월 25일자 1면 <박미석 수석 영종도 땅 투기 의혹>과 4면 <영종도 논, 토지거래허가구역 묶이기 5개월 전 매입>을 통해 박미석 수석의 땅투기 의혹을 다뤘지만, 이동관 대변인과 곽승준 수석과 관련, 의혹과 해명을 같은 비중으로 보도했다.

▲ 중앙일보 4월 25일자 1면.
중앙은 재산공개와 관련해서도 간단하게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다.

과거 참여정부 때 엄격한 잣대 들이대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민언련은 동아와 중아일보의 소극적 보도와 관련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직후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태도를 언급한 뒤 "과거 '이헌재(당시 경제부총리)· 최영도(당시 국가인권위원장)'에 들이댔던 잣대 어디 갔나?"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5년 2월 25일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동아일보는 2월 28일자 사설 <'투기와의 전쟁' 영이 서겠나>에서 "문제의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 공직자 신분이 아니었다고 해도 변변한 집 한 채, 땅 한 평 없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헤아려야 한다"며 "공직자라면 적어도 불법 편법 의혹을 부를 부동산 거래에는 손대지 않아야 옳다"고 이헌재 부총리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2005년 3월 1일자 사설 <위장전입, 이헌재 부총리가 직접 밝혀라>에서 "공직자 재산등록실태 공개과정에서 불거진 이헌재 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신뢰도에 큰 흠집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중앙은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열패감이 너무 크다"며 "불법적인 방법, 특히 부동산 투기의 전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면 어떤 해명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이 부총리를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같은 해 3월 7일 사퇴했고 이 부총리가 사퇴한 직후 3월 17일에는 '신동아' 4월호가 당시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의 부인과 아들이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매입한 사실을 폭로해 3월 19일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역시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3월 21일 사설 <인사검증,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에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도덕적 흠집을 갖고서 약자의 인권보호나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해 봐야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고위공직자의 재산 의혹에 대해 칼날같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던 동아,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아예 관심을 두지 않거나 해명에만 비중을 두는 모습은 참으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박미석 의혹' 상세 보도한 조선일보, 그러나 사설에서 딴소리

▲ 조선일보 4월 25일자 31면.

조선일보는 박미석 수석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동아, 중앙일보와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사설에서 '교묘한' 주장을 펼여 논란이 제기됐다.

조선은 4월 25일자 1면 <박미석 수석 남편 '농지 투기' 의혹>과 3면 <박 수석 남편 땅 매입 4개월 뒤 '영종 하늘도시' 개발 계획 발표>에서 박 수석 남편의 투기 의혹에 대해 "구입 과정 뿐 아니라 구입 시점, 보유 방식 모두 의혹 투성"이라며 상세히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은 같은 날 사설 <다시 확인된 청와대 무신경>에서 "(공직자의)재산 축적 과정이 정당했고, 그 과정에서 납세의 의무를 진짜 정확히 이행했는지 따져보고 싶은 심정적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 정서는 바뀌어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정부가 인사를 통해 쓸데없이 '사회적 증오를 증폭시키거나 부적절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이 주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정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바뀌어야 할 정서'인데 다만 '부자'에 대한 이런 정서가 바뀌기 전까지는 정부가 조심하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경향, 한겨레, "의혹 철저 규명" 촉구하며 적극적 보도

보수신문들이 고위공직자 재산과 관련, 소극적 보도를 한 것과는 달리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일부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친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민언련은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으로 출범부터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겼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급락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물론 보수신문들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지금 제기되는 의혹을 말끔하게 털고 가지 못하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언급한 뒤 "수구보수신문들이 이명박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들고 싶다면, 일관성을 갖고, '비판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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