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3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김은혜' 편의 한장면이다.

이날 <무릎팍도사>에는 지난 2월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발탁된 김은혜 전 MBC 기자가 출연했다. 그동안 자신의 청와대행에 대해 '정치하러 가는 게 아니다'라고 줄곧 부정해왔던 김씨가 무릎팍도사에게 상담할 고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청와대 홍보를 통해 기자정신 구현하러 가는데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본다'?

하지만 생뚱맞게도 이날 김씨가 털어놓은 고민은 '청와대행'과는 전혀 관계없는 "아기가 나를 몰라본다"는 것. 하긴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이명박 정부가 아닌가. 기자생활 때도 물론 바빴겠지만, 이제 막 들어선 정부에 몸을 담게 됐으니 과연 아기가 엄마 얼굴을 몰라볼 법도 하다.

'언제나 최초라서 최고인 여인' '도전을 즐기는 여인'으로 소개 된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영화배우 장동건을 섭외하게 된 과정, 수습기자 시절의 일화, 삼풍백화점 등 취재 뒷이야기 등등을 이야기했다. 스타기자였던 만큼 김씨의 과거 에피소드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김씨가 "아기 볼 시간도 없고…아기 얼굴 생각할 겨를도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눈물 흘릴 땐 인간적 면모가 극대화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김씨는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자신의 '청와대행'에 대해선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초반에 무릎팍도사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일하다가 며칠만에 '청와대의 방어막'으로 바뀐 것인데 주변의 우려가 많았을 것같다"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고, "혹시 MBC 후배기자들이 특혜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아무래도 마음이 가긴 가지만,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겠다"라고 지극히 의례적으로 답했다.

결국 무릎팍도사는 "말씀하는 게 너무 정치적"이라고 '한 방' 날렸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각종 취재현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간다" "실제로 기자 때는 일하다 현장에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등 각별한 '기자정신'을 자랑했다. 그렇다면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갑작스럽게 변신한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책 홍보를 통해 기자정신을 구현하겠다"는 김씨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싶다.

김씨가 자신의 청와대행에 대해 어느 정도 솔직한 답변을 하리라 기대했던 이들에겐 이날 방송은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프로그램 말미에서 무릎팍도사는 김씨에게 기를 불어주겠다며 "'은혜롭다'는 말은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는 이'들을 지칭한다. 2008년 최고의 검색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웃자고 하는' 방송용 멘트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인다'는 말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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