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스마트한 세상에서 스마트 폰 사용은 기본이다. 스마트 폰 하나만 있으면 은행을 가지 않아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주문해서 집으로 배송시킬 수 있고, 배가 고프면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배달시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스마트 폰 하나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스마트 폰으로 스케줄 관리도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듣고 싶은 강의도 듣고, 책도 읽을 수 있다. 스마트 폰 하나면 슬기롭고 편리한 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단 ‘사용할 수 있을 때’라는 전제가 붙는다.

사실 스마트 폰 사용은 어렵다. 나는 아직도 내 스마트 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떤 숨은 기능이 있는지 잘 모른다. 생활에서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기능을 사용한다. 사실 최소한의 기능만 사용해도 불편함을 모르고 살았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비대면 온라인 강의, 비대면 온라인 접수 등이 많아졌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줌으로 하는 비대면 수업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좌충우돌 야단법석이 따로 없었다. 온라인 교실을 찾아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부터, 들어왔지만 화면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학생도 많았고 결국 그날 수업을 포기해버린 학생도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 수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도, 부모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지금, 현재를 본다면 앞으로 빠른 속도로 비대면은 하나의 상품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럼 어르신들은 스마트 세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어머니가 다니던 경로당이 문을 닫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로당에서 요가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요가 선생님 일자리를 지켜주고, 어르신들이 요가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읍사무소에서는 줌 수업을 생각해냈다.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줌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처음 요가를 노트북으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싫다고 했어, 라는 말을 듣고 그거 어렵지 않아. 줌 설치하고, 방 번호와 비밀번호 받아서 들어가면 되는 거야, 라고 말해주었는데 어머니는 인상을 쓰며 화를 내듯 말했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해. 생각해보니 어머니에게 내가 한 말은 외계어처럼 들렸을 것이다. 줌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것을 어디서 설치하는지도 모르겠고, 방은 또 무슨 말이며, 방에 들어가는데 비밀번호는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결국 설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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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어려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집 앞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겨 사서 할머니들과 나눠 먹고 싶은데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점포에 물건을 파는 사람이 없는지 이상한 일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몇 번 가게에 들어갔다 포기하게 되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어르신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아이스크림 사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여 천천히 알려주었지만, 그때만 알겠다고 고개를 끄떡이고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다. 세탁기도 마찬가지이다. 세제 넣는 법을 몰라 알려주어야 할 때도 있고, 도통 세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가보면 세탁물이 뒤섞여 있는 일도 있고, 탈수로 해 놓은 때도 있었다. 어머니가 가끔 치는 맞고는 왜 그리 업데이트를 자주 하라고 하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또 호출되어 게임 업데이트를 해주고 와야 한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고, 어르신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점점 스마트해지는 세상에서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앞날은 더 험난할 것이다. 정보 격차도 커지고, 새로 도입되는 시스템과 새로운 정책에서 많은 부분 제외되는 소외감을 느낀다.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가르쳐준다고 하여도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

비대면 시대, 스마트 세계에서 어르신만 소외되지 않게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나이 든 어머니가 있는 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김은희, 소설가이며 동화작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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