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선거라는 게 그렇다. 끝나면 이긴 쪽도 진 쪽도 머리가 아프다. 특히 진 쪽은 무엇 때문에 졌느냐를 놓고 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은 예정돼 있던 바다.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무엇을 갖고 싸울 것인가가 문제다.

지방선거 결과로 범위를 좁혀서 보자면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은 이유 있다.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 과정은 혼돈 그 자체였다. 서울시장 출마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꺼낸 얘기인지 처음부터 기획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리한 지역구를 골라 출마한 이재명 상임고문의 선택도 비상식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정치엔 정답이 없다고들 하니, 명분이 없는 출마라도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으면 책임론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고문이 국회에 진출해야만 하는 이유와 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일이 중심 의제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이재명 고문의 선거 메시지는 ‘방탄출마’에 대한 반박으로 채워졌고 이게 오히려 ‘방탄출마론’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재명 고문은 어려운 선거에서 당 전체 선거를 이끌기 위해 출마를 한 것이라는 주장을 재차 펼쳤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가령 막바지 김포공항 이전 이슈는 수도권 일부의 표심에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얘기라는 점에서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출마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어버렸다. ‘이재명 효과’는 없었고 이런 저런 논란만 남은 것이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상황실 (연합뉴스)

지방선거 평가를 하면서 이런 점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은 거기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애초에 불리한 지방선거 구도가 왜 형성됐는지도 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대선 지고 반성과 쇄신이 아닌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택한 이유는 뭔가? 애초에 대선에 진 이유는 뭐였나? 지난 정부 ‘정권교체론’은 더불어민주당의 어떤 정치 때문에 강화됐나?

이른바 당권주자로 불리는 인사들은 전 정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폐쇄적 정치로 일관한 데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 반성이 먼저다. 물론 ‘너도 자격은 없다’는 네탓 공방만 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런 비판을 넘어 제대로 된 반성과 쇄신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한쪽에선 개혁을 더 철저히 하지 못해 졌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특정인의 욕심 때문에 졌다고 하는 구도다. 그런데 개혁이라는 것도 자기들에 도움이 되는, 자기들끼리만 알아 듣는 개혁을 수적 우위로 강행한 것이 문제다. 결국은 양쪽 모두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불충분한 개혁이든 특정인의 욕심이든 결국은 무책임한 정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팬덤의 주장을 자기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팬덤정치’는 이러한 무책임의 토대였다.

8월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정치가 앞으로 또다시 이런 무책임을 되풀이하는 장을 펼치는 것인지, 아니면 5년 후를 준비하는 책임있는 쇄신을 준비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당권주자들의 선택은 오로지 이것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출마를 할 거면 그동안의 정치를 가능하게 한 당 구조 전체와 싸울 각오를 가져야 한다.

지금은 포커스가 패자인 민주당에 맞춰져 있지만, 승자인 국민의힘도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 만만찮다. 당장 이준석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사퇴 후 해외유학을 간다는 둥의 묘한 보도가 이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원론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거취는 징계 여부에 달린 일이지만, 결국 권력의 핵심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너서클’이 선거에 승리한 김에 당 장악력을 제고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한 계획을 실행하면 이준석 대표 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언론은 이준석-윤핵관-안철수의 경쟁 구도를 상정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 맞서는 이준석 대표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이준석 정치’의 효용은 여전하고 이게 윤석열 정권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방문 등은 이를 겨냥한 행보로 읽힌다. 둘째는 명분을 가져가면서 이후 경쟁을 대비한 방어벽을 쌓는 것이다. 선거 직후 혁신위를 꾸려 ‘공천권’에 관한 쟁점을 조기 점화시켜 이를 둘러싼 암투에서 일시적으로 우위를 점한 게 대표적이다. 셋째는 그러면서도 ‘당권재도전은 없다’는 한계선을 분명히 설정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정권에 요구하는 최대치는 임기보장인 셈이다.

물론 이준석 대표의 경쟁그룹들이 이걸 그냥 놔둘리는 없다. 이쪽도 내전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뭘 하든 명분을 갖추고 더 나은 결론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이준석 대표 거취의 핵심이 성상납 의혹이라면 윤리위가 빠른 결론을 내도록 해야 한다. 공천권이 핵심인 당권 문제라면 이준석 대표의 말처럼 ‘자기 사람 심기’로 망한 역대 정권의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이 시점에선 명분을 주장하는 쪽도,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쪽도 결국 물 밑에서 자기 살 길만 찾아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기회는 수렁에서 먼저 빠져나오는 쪽에 주어지기 마련이다. 야당인민주당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풀어야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용산에 큰 칼이 한 자루 있다. 이게 독이 될지 기회가 될지는 두고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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