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료 제출이 완료되기 전까지 인사청문 계획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5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박 후보자 장녀는 정식 결혼(혼인신고)도 하지 않았고, 사실혼 입증 자료도 내지 않고 있다"며 "무슨 배짱인지 장녀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박 후보자 장녀가 재산등록 제외대상인지 서류로 확인해야지 누가 확인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박 후보자는 특혜 의혹도 불거져 있다. 자료를 내고 검증해봐야 특혜인지 아닌지 판명할 수 있다"며 "청문회를 하려면 자료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실시계획서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의원은 “보좌관이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는데, 그냥 끊어버렸다”며 “의혹이 추가되는 게 두려워 자료 제출을 못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 이 상태로는 5월 2일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 역시 “박보균 후보자에게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며 “둘째 딸 채용 의혹을 풀기 위해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문체위원장은 우선 인사청문 계획서를 채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박 후보자에게) 강력하게 요청하겠다”며 “오늘 계획서를 채택해야 내가 리더십을 갖고 청문회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의원들의 뜻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는 “개인 신상과 관련된 자료 제출 요구가 많다”며 “이런 식이면 선출직 공직자 자녀의 취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국민의힘이 딸 표창장 문제를 제기해 (정경심 교수에게) 징역 4년이 나오지 않았는가”라면서 “박보균 후보자가 자료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 맹탕 청문회가 된다. 자료 제출 결과를 보고 계획서 채택 여부를 정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전용기 의원은 “의사일정을 정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며 “우리는 법을 지키고, 박 후보자는 지키지 않는 불상사는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자료 제출에 성의를 보인다면 26일 전체회의에서 계획서 채택에 동의하고, 증인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은석 CJ제일제당 사장, 삼성전자 인사팀장을 증인으로 요구할 계획이었다.

박보균 후보자, 차녀 특혜·재산 축소 신고·일왕 생일파티 참석 의혹

박보균 후보자는 차녀 특혜의혹, 재산 축소신고 의혹, 일왕 생일파티 참석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박 후보자 차녀는 2016년 CJ제일제당 공채로 입사했다. 차녀 보수는 입사 이듬해 3990만 원었지만 2021년 보수는 7999만 원이었다. 4년 새 연봉이 두 배 오른 것이다.

박보균 후보자 차녀의 기본급 인상률은 2020년 19.9%, 2021년 19.5%다. CJ제일제당은 인사고과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는데, S등급의 인상률은 9%다. CJ제일제당 기본급 인상폭은 과장 승진 구간에서 가장 높다. 박 후보자 차녀는 2020년·2021년 대리였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내부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또한 박보균 후보자는 재산을 축소신고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후보자는 비상장주식인 ‘조인스닷컷’(현 SLL중앙) 1650주를 1999년도 취득가액인 82만 5000원으로 신고했다. SLL중앙의 지난해 매출은 5588억 원이며 기업가치는 1조 6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SLL중앙 주식은 비상장주식 거래소에서 주당 1만 9000원에 거래된다. 현 시세대로 계산하면 박 후보자 주식 가치는 3135만 원이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담당자의 단순 실수로 액면가 기준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보균 후보자는 2013년 주한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왕 생일파티에 참석했다. 전용기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총리,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일왕 생일파티에 다녀갔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준비단은 “아베 정권의 역사왜곡·역주행을 취재 중이었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갔다”고 설명했다. 해당 행사는 일본대사관의 초청을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다.

박보균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칼럼을 작성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2020년 12월 <윤석열의 침착하고 강하게> 칼럼에서 윤 당선자를 소설 ‘노인과 바다’의 노인에 빗댔다. 박 후보자는 윤 당선자가 문재인 정권에 외롭게 맞서고 있고, 그의 투혼이 검찰에 깊숙이 주입됐다고 썼다. 또한 박 후보자는 2012년 칼럼에서 “5·16은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근대화 혁명의 시작이었다”며 5·16 쿠데타를 미화했고, 2019년 칼럼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평생 의리를 중시했다.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라고 썼다.

한편, 윤석열 당선자는 박보균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중앙일보 편집국장 재직 시 문화예술, 출판, 역사, 스포츠 기사를 1면에 전진 배치하는 지면 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문화예술과 역사 콘텐츠에 더욱 쉽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신문윤리위원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언론의 사회적 책무와 함께 언론이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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