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총선 전략이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특히 ‘김용민 막말 파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측은 막말 파문이 충청과 강원의 패배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장한다. 김용민 때문에 열 석 정도는 날렸고 그로 인해 과반의석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반면 나꼼수나 그 팬덤 측에서는 그래도 그들 덕에 이 정도 의석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막말 파문 역시 조중동과 야권의 비판이 김용민에게만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와 다른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득을 준 바가 있다고 말한다. 한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공표가 안 된 자체 여론조사를 보면 트위터에서 막말파문으로 내려갔던 지지율이 2~3%는 되지만 선거 직전에 대부분 복구되었다고 설명하면서 민주당의 주장이 다소 무리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김용민’ 문제는 막말파문의 문제로만 바라볼 성질의 것은 아니다. 애초에 김용민을 공천한 것 자체가 당내의 민주적 절차나 검증을 통과한 것이 아니었고, 나꼼수와 정봉주의 인기에 기댄 면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언론은 나꼼수가 개혁시민들 사이에서 ‘대세’로 부상한 이래 끊임없이 나꼼수의 인기를 확인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민주당도 정봉주 측의 적극적인 요구를 수용하여 김용민을 전략공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나꼼수는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인기를 누렸을까? 나꼼수의 ‘정점’은 어느 시기였을까?

우리에게 나꼼수의 영향력 변동 추이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지표는 현재로서는 없다. 부족한 자료를 들춰보며 대략의 추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대체로 나꼼수가 선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던 서울시장 보궐선거(2011년 10월)를 전후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를 정점으로 나꼼수 청취열기는 점차 식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강남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모씨(35세)는 “생각해보면 (다들) 1월까지는 들었다. ‘대세’라고 말들을 하니까 직장인들도 듣고 대화를 했다. 요즘은 내 주변 직장인들은 듣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디어스는 트위터 분석 프로그램인 트윗믹스의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나꼼수에 대한 청취자들의 관심이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그 추이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트윗믹스의 통계는 해당 기간 동안 그 키워드를 포함한 링크를 올린 트윗의 숫자를 제공한다. 단순 트윗 검색어 숫자를 계산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그 키워드를 포함한 정보를 어느 정도나 공유했는지 알려주는 효과가 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트윗믹스의 자료가 제공되는 2011년 8월부터 월별 추이를 분석한 결과, 나꼼수 관련 키워드가 가장 널리 공유된 시점은 2011년 11월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 사람들이 나꼼수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예찬하던 시점이다.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면서 어느 키워드건 감소세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복병이 하나 발생한다. ‘정봉주 구속’이 그것이다. 이 시기 다른 키워드들은 감소세를 보이지만 ‘정봉주’는 세 배 이상 증가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키워드의 총합은 감소하고 있다. 만일 정봉주 구속이 없었다면 나꼼수의 담론적 영향력은 연착륙할 수도 있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후로는 12월에서 3월까지의 전 기간 동안 모든 키워드가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물론 이 시기 ‘나는 꼼수다’와 ‘나꼼수’ 키워드 링크가 줄어든 것은 큰 의미를 보여주는 현상은 아니다. 정봉주 구속 이후로 ‘봉주1화’ ‘봉주2화’와 같은 이름으로 방송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어준’ 등 인물 키워드까지 감소세인 것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3월 들어 예외적으로 ‘김용민’과 ‘주진우’가 폭증했으나 이는 김용민의 출마선언이 이루어지고 주진우의 책이 출판되는 시점이어서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12월에 ‘정봉주’ 키워드가 폭증한 후 감소하면서도 그 숫자가 꽤 높게 유지되었는데도 총합은 계속해서 내려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정도 추측을 할 수 있는데 먼저 하나는 나꼼수가 작년 11월 정도에 정점을 찍은 후 물론 열성적 지지자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중도층에 미치는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키워드 링크의 숫자를 볼 때 그 줄어든 영향력도 서울시장 선거에 미친 영향력에 버금가는 정도는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결과만 보고 나꼼수가 언제까지 중도층에도 어필을 했고 언제부터 기존 지지자들을 결속시켰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추세적으로 영향력은 내려가는 중이었다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진보언론들의 ‘나꼼수’ 관련 보도를 살피면 또 한 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표를 보면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나꼼수에 대해 말하는 건수는 줄어들었지만, 진보언론들이 나꼼수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선거가 가까워올 수록 더욱 많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선거 국면에서 나꼼수가 모종의 역할을 할 거라는 언론사의 기대가 너무 컸던 나머지 이러한 과잉보도가 나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대목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진보언론에서 특히 ‘나꼼수’를 제목으로 뽑아내길 즐겼다는 증언도 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기사 제목에 ‘나꼼수’가 들어갔는데, 사실 기사 내용에서 나꼼수의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나가더라”고 증언했다. 그는 “나꼼수가 대안미디어로서 뜨고 있다면 기존 언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나꼼수가 잘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한계점을 보이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를 차분하게 분석해 줬어야 했는데 그런 역할은 하지 못했고 기사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도구로만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진보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나꼼수의 인기가 결코 허구는 아니었지만 그 인기엔 등락이 있음을 간과한 진보언론 보도와 열성 지지자들의 동향만을 파악한 민주당의 판단착오가 김용민 전략공천 및 막말파문이 터졌을 때의 대응 미숙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인기에 너무 이끌려간 것도 문제였지만, 인기 그 자체에 대한 분석에도 게을렀기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야권 및 진보언론의 현실인식의 수준이 높아져야 제대로 된 선거전략 및 비판도 가능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