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호주, 영국에서 사이버괴롭힘·유해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호주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아동·성인 사이버괴롭힘 콘텐츠 삭제 의무를 부과하는 ‘온라인 안전법’을 제정했으며 영국에서는 ‘적법하지만 유해한 콘텐츠’로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도서관은 12일 호주와 영국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입법 현황을 다룬 <호주와 영국의 온라인 안전 입법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호주는 지난해 7월 온라인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합한 ‘온라인 안전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온라인 서비스제공자는 아동·성인 사이버괴롭힘 관련 신고가 접수될 경우 48시간 이내에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호주 온라인안전국은 사업자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으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온라인안전국 요구를 거부한 사업자는 민사 처벌을 받는다.

(사진=픽사베이)

‘아동 사이버괴롭힘 콘텐츠’는 의도를 가지고 18세 미만 아동을 위협·협박하거나 굴욕감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을 말한다. ‘성인 사이버괴롭힘 콘텐츠’는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합리적 일반인이라면 모든 상황에서 위협적이거나 괴롭히거나 불쾌하다고 판단되는 게시물을 말한다. ‘심각한 피해’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의미하며 단순한 감정 반응은 포함되지 않는다. 인종차별과 같은 혐오 표현도 사이버괴롭힘 콘텐츠에 포함될 수 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현 국회도서관 법률자료조사관은 “아동의 경우 성인보다 엄격하지 않은 성립 요건을 적용한다”면서 “또한 콘텐츠게시자가 피해 아동에 대하여 사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호주의 법률·시스템은 청소년들에게 사이버괴롭힘에 대항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검색서비스·이용자 간 서비스 사업자에게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온라인 안전법’이 발의됐다. ‘이용자 간 서비스’는 이용자가 자신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법안에 따르면 사업자는 테러, 아동성착취, 아동성학대 등 불법 콘텐츠를 삭제·차단해야 한다. 또한 사업자는 ‘적법하지만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또한 사업자는 ‘연령 인증 방식’을 도입해 아동이 유해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통신규제청은 사업자가 의무를 위반할 시 최소 1800만 파운드(289억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김지현 조사관은 호주·영국의 입법을 참고해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괴롭힘 콘텐츠 규제 조항을 추가할 것을 검토하고, 신속한 게시물 차단·삭제를 위해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조사관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은 사이버괴롭힘 콘텐츠를 충분히 포괄하고 있지 않다”며 “신속한 삭제를 위한 기간도 명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심의 규정이 아닌 법률 조항에서 규제대상 콘텐츠 범위를 확대하고, 서비스제공자의 콘텐츠 삭제 기간을 명시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현 조사관은 “급속히 확산되는 온라인 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할 때, 콘텐츠를 관리하는 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인식이 중요하다”며 “형사 처벌 등의 규제에 앞서 행정기관의 신고 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콘텐츠 삭제 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호주 온라인안전국의 신고 시스템과 민사 처벌 부과 방식은 입법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김지현 조사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명시적으로 서비스제공자의 콘텐츠 유통 방지 의무, 위반 시 과징금 부과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성 착취물 등 불법촬영물에 한정된다”며 유해 콘텐츠를 전기통신사업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안전한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사이버따돌림 등 사이버괴롭힘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마련하여 청소년을 비롯한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 호주와 영국의 입법 동향이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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