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배현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장관 인선 기준’을 지적한 MBC 보도를 지목해 "인수위 입장에서 서운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언론보도에 대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언론사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대변인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장관 인선 기준에 지역이나 성별은 고려사항이 아닌가’라는 MBC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이에 배 대변인은 "유능, 실력, 전문성 등이 인사 검증 기준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면서 "어제(7일) MBC 보도도 모니터링을 했는데 인수위 입장에서 서운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MBC 앵커 출신인 배 대변인은 자신을 문재인 정부 '언론탄압 피해자'로 규정하면서 2018년 정계에 입문했다. 인수위 구성과 윤석열 정부 초기 내각 구성이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보고서'(보수·고시·서울대)라는 다수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배 대변인은 MBC 기자와 보도를 겨냥해 "서운하다"고 반응한 것이다.

MBC는 7일 <보수·고시·서울대·5060‥.청년 여성 안 보이는 윤석열 내각>을 보도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일간지가 장관 후보자로 거론한 인사 58명 중 87.9%가 남성이었다. 여성은 전현직 의원 출신 7명에 그쳤다. 서울대 출신 인사는 34명으로 59.3%를 차지했다. MBC는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30대 청년은 한 명도 없다”며 “내정이 확정된 추경호, 최상목, 김소영 경제 라인 모두 5~60대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이 6일 서울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일 브리핑을 마친 뒤 질문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MBC는 “당선자 측은 인사편중 우려에 대해 ‘세대나 지역, 성별보다는 일을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라며 “여성할당, 지역안배 같은 고려요소는 자리나눠 먹기에 불과하다는 당선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MBC는 “인수위 구성부터 서울대, 50대 남성이 대다수였고 실제 장관 지명마저 한 다리 건너 다 아는 '끼리끼리'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목소리를 반영하기에는 다양성이 부족하고 결국 대국민 소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내각에 '30대 청년'을 대거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 윤 당선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공약하면서 “청년 세대가 정부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를 선도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30대 장관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럿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인수위가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이견을 드러내지 않고, 그냥 보도 전반에 대해 ‘서운하다’고 표현한 것은 ‘너희 언론사 맘에 안 든다’라는 감정을 표시한 것”이라며 “언론사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수위는 언론의 감시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분명한 공적 조직이다. 또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이견을 제시하거나 항의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정정·반론보도 청구, 반박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문제제기 절차와 수단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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