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열린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용자권익위는 회의 때마다 연합뉴스 특파원의 심층기사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 3월 회의 주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보도’였다. 제정임 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연합뉴스의 우크라이나 관련 기사가 3천 건”이라면서 “그런데 제일 안타깝게 생각했던 것은 독자적으로 취재 보도한 기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제정임 위원장은 “연합뉴스의 특파원들이 현지의 신문·방송이나 AP·AFP 같은 국제 통신 기사를 번역하고 정리한 게 대부분”이라며 “연합뉴스 기자가 독자적으로 취재원을 인터뷰하거나 현장에 가서 취재한 기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수용자권익위는 1, 2월 회의에서 연합뉴스 특파원들이 작성한 기사에 심층성이 부족하다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국내 최대 규모, 연합뉴스 특파원 보도의 현주소는)

제정임 위원장은 “(단순 인용기사는) 국내에 앉아서도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가 있는 것들"이라면서 "그런데 바이라인을 보면 워싱턴,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도쿄, 런던, 브뤼셀, 제네바 등 화려하게 달고 기사를 전송했다. 엄청난 경비를 쓰면서 활동하는 수십 명의 특파원, 고급 인력들이 한결같이 외신의 통번역자 역할에 머무르고 있는지 굉장히 안타까우면서도 의아했다”고 지적했다.

제정임 위원장은 SBS·서울신문 특파원들의 보도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김수형 SBS 워싱턴 특파원은 우크라이나 관계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실시하고,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했다. 서울신문의 국제부 기자 2명은 우크라이나 국회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3일 SBS 우크라이나 전 국방차관 단독인터뷰 방송화면

제정임 위원장은 “연합뉴스 정도의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국가기간 통신사가 글로벌 외신과는 다른 독창적인 기사를 전달해야겠다는 마인드를 당연히 가져야 한다"면서 "연합뉴스 특파원들한테는 그런 문제의식이 없는 건가, 아니면 데스크 차원에서 그런 요구를 안 하는 건가”라고 따져물었다.

남상구 위원(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연합뉴스 기사 내용은 대체로 전투와 피난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된 배경,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국제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 건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사는 적었다”고 밝혔다. 남 위원은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이 파괴 위기에 놓였다는 연합뉴스 기사에 대해 “아쉽게도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연합뉴스 기자분들도 이런 독자적인 기사를 많이 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민서 위원(서울대 학보사 취재기자)은 “전반적으로 전쟁 참사나 푸틴의 오판 등 서방 언론 위주의 보도가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며 “전쟁을 바라보는 러시아 내부에서의 시각은 특파원 네트워크 안에서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러시아 내부 시각이나 움직임 등에 대한 기사들도 제공돼서 독자들이 입체적으로 이번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지숙 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수없이 얘기했던 부분인데, 특파원 대부분 현지 뉴스를 보고 베껴서 쓰고 분석기사 단 한 건이 없다”며 “한국에서는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굉장히 높고 정점을 향해 간다. 다른 나라는 검사 체계가 어떻게 다른지, OECD 국가 중 정점을 찍었다가 지금은 안정된 나라들 몇 곳만 비교를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우 위원은 “특파원들이 살고있는 도시들이라도 비교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나라고 비판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잘하는 것이 있으면 더 북돋아드리고 싶은데 지금 이 분야에 대해선 그런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옥철 국제부국장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 내부 르포를 한 번 했다”며 “개전 명령 전에는 독일 베를린 특파원이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갔다. 현장 취재나 오리지널 콘텐츠가 보기 드물다고 지적한 것은 타당하지만 워낙 지금 상황이 현장 취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옥 부국장은 “국제뉴스부 모든 간부들도 특파원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상황이 어느 정도 갈지 알 수는 없지만 모든 네트워크를 다 동원해서라도 국내 다른 어떤 언론사보다도 가장 밀착해서 현장을 취재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프리랜서·외신·SNS가 대신하는 분쟁지역 보도)

(관련기사 ▶ 비교되는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해결 방안은?)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