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취재작가로 근무하다 해고된 노동자가 YTN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지난 2월 9일 기각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서울지노위의 결정을 규탄하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23일 성명문을 통해 “서울지노위의 이번 판정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며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잇달아 인정한 최근 판례에 역행한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작가지부에 따르면 취재작가 A 씨는 YTN 프로그램 제작 팀에서 자료조사, 섭외, 속기, 자막 작성 등과 같은 방송사 취재작가의 통상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 2021년 8월 계약 기간을 5개월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해고를 통보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송작가지부는 서울지노위의 기각 사유가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노위는 기각 사유로 ▲A 씨는 메인작가의 필요에 의해 선발됐으며, 이 과정에서 YTN은 관여한 바 없다 ▲A 씨의 업무가 정규직 PD의 업무지시가 아닌 메인작가의 지시를 받았다 ▲YTN과 A 씨가 체결한 계약서에 적시된 ‘을(A 씨)은 본 계약상 업무 외 타 업무에 종사하여 별도의 업무를 창출할 수 있다’는 문구로 볼 때 ‘전속계약’이 아니다 등을 들었다.

‘YTN이 A 씨 채용에 관여한 바 없다’는 판단에 대해 방송작가지부는 “메인작가의 필요에 의해 사적으로 고용한 취재작가에게 대신 돈을 지급해 줄 방송사가 어디에 있냐”고 반문했다. 방송작가지부는 “YTN이 제작비 등을 고려해 인력구조를 결정했고 취재 작가의 근무 조건과 급여를 정한 뒤 메인작가에게 채용 관련 실무를 지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PD의 업무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판결과 관련해 방송작가지부는 “노동부는 ‘메인작가 역시 방송사나 제작사의 협의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YTN과 A 씨의 계약이 전속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대해 방송작가지부는 “A 씨는 야근과 주말 근무도 마다치 않고 하루 평균 8시간 가까이 방송사에 상주하며 일했다”면서 “그런데도 지노위는 YTN이 만든 계약서상의 형식적 문구를 근거로 A 씨가 자유로운 겸직이 가능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작가지부는 “지노위는 취재작가 A 씨와 계약서를 체결한 당사자는 YTN이고, 보수를 지급한 것도 YTN이라는 본질적인 사실을 외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YTN은 20대 청년노동자인 취재작가 A 씨를 상대로 ‘도급계약’을 체결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함석천)는 YTN 프리랜서 직원 12명이 YTN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YTN 측은 프리랜서들이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한 프리랜서라며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은 바 없다는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프리랜서의 업무 전반이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취재작가를 대상으로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방송작가지부는 “그동안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부정됐던 방송사 프리랜서·비정규직의 근로자성이 인정되고 있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중앙노동위는 MBC <뉴스투데이>에서 근무하던 작가 2명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바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총 152명의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너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대체 방송업계 청년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들어야만 하나”며 "정규직의 희생과 착취 구조에 기대 돈을 벌어온 방송사의 자정 노력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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