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선대위원장이 21일 국회 의원회관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4월총선 선대위 발대식에서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어 가는 상황이다. 공천의 결과는 그 당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오늘은 각 정당의 공천 결과를 설명하고 그 의미를 짚어보며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를 기쁜 마음으로 그려보도록 하겠다.

새누리당, '신사협정'과 '학살' 사이에서 불발된 친이계의 '난(亂)’

일단 새누리당부터 시작하자. 새누리당 공천의 관건은 두 가지 였다. 첫째, 얼마나 현역들을 많이 물갈이 하여 혁신적인 공천이 될 것인가, 둘째, 친이/친박 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로 확전되고 또는 어느 정도까지 수습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친이/친박 갈등이 표면화 되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 2008년의 친박 학살 이후 2012년 총선 시기가 오면 그 반대인 친이 학살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도력으로 이런 상황이 얼마나 통제될 것인가였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 보다는 상당히 수습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눈여겨 볼 지점은 이명박 대통령 외의 주군(?)을 모시지 않은 소위 ‘친이직계’ 중 청와대 출신이 아닌 이들은 어느 정도 살려뒀다는 점이다. 이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맺었던 소위 ‘신사협정’을 상기하게 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갈등 이후 완전히 틀어졌던 서로의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하고 박근혜 당시 의원은 ‘정권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협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일종의 합의를 이루었는데 이는 다시 말하자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을 훼손하는 친이계 학살, 탈당 요구 등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은 분당, 대선주자 교체 등의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문수계를 제외한 이재오, 정몽준 등 대권 잠룡들의 손발을 모조리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가장 반-박근혜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이재오계에서는 오직 이재오 의원만 살아남았고 정몽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여옥 의원이 탈당을 한 후 국민생각에 입당하고 정미경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등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세 번째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은 낙천에 반발한 ‘친이계의 난(亂)’이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공천 결과에 반발한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장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친이계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후 연대, 국민생각 입당 등의 시나리오가 그려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거 친박계의 핵심인사였다가 친이계로 건너간 김무성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하고 불출마선언을 하면서 친이계 낙천자들의 집단적 움직임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만일 김무성 의원이 공천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 등을 결행했다면 친이계의 집단 탈당은 시간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김무성 의원은 친이계 중에서도 어쨌든 가장 친박계와 가깝다. 그런 김무성마저 견디지 못하고 탈당 후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친이계들의 운명도 뻔한 것이지 않겠는가?

물론 김무성 의원의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을 수도 있다.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던 당일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뜬금없는 칭찬을 공개적으로 하였는데 아마도 앞서 언급한 ‘신사협정’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을 가능성이 큰 이 발언은 친이계가 집단으로 탈당을 해도 정권 차원에서의 어떤 배려도 없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총알도 없이 무슨 전쟁을 하겠는가?

결국 몇몇의 친이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결행하고 있긴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협력 플레이로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계가 단일한 대오로 조직적 탈당을 하는 사태는 어느 정도 컨트롤 한 셈이 됐다.

내부 파워게임 내상 심각해진 민주통합당

이에 비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평가가 많다. 공천 작업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면서 이해찬 전 총리가 탈당을 하겠다는 의사를 언론에 흘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이해찬 전 총리의 깊은 실망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지만 내부의 파워게임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힘들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상황은 구 민주당의 486들과 민주당 외부에서 혁신과 통합의 결성을 주도한 친노세력 간의 갈등이다. 구 민주당 486들이란 이인영, 우상호, 임종석 등의 학생운동에서 지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말하며 과거의 계파로 말하자면 ‘김근태계’로 분류됐던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한명숙 대표를 보위(?)하면서 임종석 사무총장을 필두로 전진배치 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시민통합당 계열 정치인들과 공천권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가 난 것 아닌가 하는 직관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이 난리는 임종석 사무총장이 사퇴를 하는 선에서 정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출마를 원했던 친노 정치인들 몇몇이 공천에서 탈락하고 신임 사무총장에는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거의 같은 부류인 박선숙 의원이 임명되었으며 이해찬 전 총리는 졸지에 세종시에 출마를 하게 됐다. 이와 같은 상황은 여전히 민주통합당 내에서 권력의 중심축을 한명숙 대표와 그를 둘러싼 486 정치인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며 외부로 당 내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민통합당 출신들의 ‘접어주기’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외의 마땅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486그룹과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시민통합당 그룹은 앞으로도 충돌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 할양은 성공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 전략이 중요해진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의 경우 공천 그 자체보다는 야권연대에 의한 효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다. 민주통합당과의 공세적인 협상을 벌인 결과 통합진보당은 ‘빅4’로 불린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등을 야권단일후보로 확정하고 그 외 10여 곳의 지역구를 사실상 할양 받는 데 성공했다.

통합진보당이 할양받은 모든 지역구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사실상 통합진보당의 의석은 10석에서 20석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통합진보당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안한 전망일 수 있는데,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의 총선 목표는 야권연대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결과는 ‘이변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진보신당이 원내에 진출할 경우 ‘진보블럭’을 형성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방법 보다는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이에 대한 협상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원내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과반의석을 달성하고 통합진보당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면 원내전략에 심각한 균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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