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2일 열린 ‘2022 대선 미디어 감시연대 중간평가 토론회’에서 정책을 밝히지 않는 대선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는 언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지금 대선 보도의 핵심은 공영방송 존재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누구 편드는 것처럼 보일까 무서워 공영방송은 ‘민감하지만 반드시 다뤄야 하는 이슈’를 다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갖 차별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전반적인 선거 담론 방향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건 비겁하다”며 “다양한 의제 시장에서 공영방송이 주요 의제를 선점하지 못하는 건 능력 부족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왜 후보자 간 네거티브 공세, 비리와 의혹 보도만 존재하냐”면서 “청년 문제에 집중할 수도 있고, 코로나 국면 대응 등 공영방송이 선점할 수 있는 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2022 대선 미디어감시연대 중간평가 토론회' (사진제공=민언련)

정 위원은 “후보자들이 공약을 내지 않으면,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기자들은 후보자를 찾아가 공약을 내게끔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아내야 한다”며 최근 자유언론실천재단이 대선 후보자들에게 던진 질문을 예로 들었다.(▶관련기사 : 자유언론실천재단 "피부에 와 닿는 미디어 정책, 공약 없다")

정 위원은 “우리는 대선 후보에게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만 하는데 과연 지배구조가 달라진다고 저널리즘이 달라지겠는가”라면서 “이런 시기일수록 공영방송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존재감을 나타내야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논란이 되기 싫어 회피하는 모습은 이제 그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유권자들이 좋은 보도를 애써 찾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언론은 포털 탓을 하지만 포털이 없을 때도 경마 중심 보도 문제가 있었다. 포털 때문에 그 문제가 더 드러났을 뿐이지 원래 대선 보도가 어땠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서 ▲대선후보 검증 보도 실종 ▲편파보도 ▲여론 왜곡하는 여론조사보도 ▲어뷰징 보도에 가려진 정책 보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포털뉴스 모니터링팀이 1월 24일부터 2월 6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겨레의 <나의 선거 나의 공약>, KBS의 <당신의 약속, 우리의 미래>, 경향신문의 <무가당 프로젝트> 등 대선공약 검증 보도를 후보 배우자 논란 기사, 여론조사 기사들이 덮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28일동안 수집된 기사 1934건 중 92%(1784건)는 비정책 기사로 정책을 단순 언급한 기사는 107건, 상세 분석을 담은 정책기사는 43건에 불과했다.(▶관련기사 : 포털서 여론조사 악용한 함량미달 기사 범람)

'정책 검증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윤지원 경향신문 기자는 정책을 내놓지 않은 후보의 문제를 함께 짚었다. 윤 기자는 “이번 대선은 과거에 비해 유달리 후보 간 공약이나 주목받은 어젠다가 없던 것으로 평가되는데 그 이유는 1월 1일까지 공약이 나오지 않은 탓”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탈모 건강보험료 적용, 윤석열 후보의 사드배치 선제타격론 등 논쟁적인 이슈도 1월 1일 이후 나왔다”고 말했다.

윤 기자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돌파구로 마련한 게 유권자들의 열망을 들여다본 기획 한겨레 <나의 선거 나의 공약>, 경향신문 <무가당 프로젝트> 등으로 볼 수 있다”며 “대선후보자들이 공약을 내지 않자 정책검증 평가 보도를 하지 못해 언론사들이 고안해낸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포털, 공영방송, 언론사 내부 개혁이 없으면 다음 대선에서도 우리는 이 자리에 모여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선미디어감시연대에서 각 언론에 배포할 구체적인 실천방안, 요구사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방송사 주요 뉴스에 일정 시간을 정해 대선 정책 관련 보도를, 신문은 특정 지면에, 인터넷 신문의 경우 하루에 몇 건 이상은 정책 보도를 하는 식의 실천 지침을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2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1월 25일 출범일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여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중간·최종 평가토론회, 백서제작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