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연합뉴스

칠 전 새누리당이 역사 문제로 논란을 빚은 서울 강남 갑·을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에 대한 전략 공천을 전격 취소했다. 새누리당의 공천취소는 민주통합당에도 영향을 미쳐 금품논란이 제기된 전혜숙 의원과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되는 후폭풍을 낳았다. 새누리당의 공천 역시 잡음이 끊이지 않아, 현재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석호익 후보의 공천 취소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석호익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이야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비판받을 수 있는 일이라도, 박상일과 이영조의 역사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정체성에 걸맞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독립운동 단체는 소규모 테러단체에 불과했다거나, 제주 4.3 사태를 소수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으로 정의하는 그들의 역사관이, 유신시대의 희생자를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받은” 이로 바라보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그것보다 얼마나 더 문제일까? ‘뉴라이트 역사관’이 장기적으로 볼 때 공화국의 ‘상식’에서 배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독재시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새누리당이 정치적 실체로 존재하는 지금으로선 차라리 그들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떳떳하게 내걸고 시민들에게 평가를 요구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 아닐까?

박상일과 이영조 뿐만이 아니라 뉴라이트 운동이 오히려 보수 재집권 시기에 예고한 것처럼 사상투쟁의 보루가 아니라 논공행상을 다투는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여기서 한국의 보수가 이념적 조류가 아니라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일관되지 않은 행동의 총체일 뿐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또한 보수언론들이 늘상 묘사하는 것처럼 한국 정치의 갈등이 이념대립이 아니라는 증거도 발견한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후보를 뉴라이트 역사관을 옹호해야 마땅할 정당이 공천과정의 검증에서도 아니고 공천이 다 이루어진 후에 시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날려버리는 상황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조중동이 노상 동원하는 수사를 활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 현상이다. 자신의 정체성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요, 결국 박근혜의 결단에서 나온 일이란 점에선 박근혜표 포퓰리즘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온갖 사회문제를 포퓰리즘의 이름으로 재단하면서도 이 박근혜표 포퓰리즘은 비판하지 않는다. 조선일보든 중앙일보든 사설에서 공천취소에 대한 우려는 표명하지만 자신들의 이념이 훼손당했다는 지적은 하지 않는다. 문제를 분석하지 않고 "애당초 전략 공천 취지에 걸맞고 새누리당의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들을 내세웠더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태"(15일자 조선일보 사설)라고 말하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하고 무사안일주의로 공천한 데 따른 부작용"(16일자 중앙일보 사설) 이라 말하는 등 애매한 표현으로 에둘러 비판하고 지나가려 한다.

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조차도 자신들의 이념을 숨기거나, 자신들의 이념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한국의 보수정당, 그리고 보수세력의 실체이며, 이런 이들과 이념대립을 하기엔 각이 안 나오기 때문에 민주통합당도 조중동이 비난하는 바대로 '포퓰리즘' 정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온 세상이 포퓰리스트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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