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고 김용균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의 원청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중대재해법의 필요성을 일깨운 판결”이라는 언론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일보는 기존 산업안전법으로는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로도 법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영계,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컨베이어벨트 위험성, 위탁용역 계약 문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서부발전 관계자 7명은 징역형·금고형 집행유예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은 벌금형·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김용균 사망' 원·하청 사업주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사설 <중대재해법 절실함 일깨운 ‘김용균 사망’ 1심 선고>에서 “재판 과정에서는 피고들은 김용균씨에게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여 지탄을 받았다”며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업을 해야 하는 현장의 실정에 대해 다들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이들의 태도는 김용균씨 사망을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된 뒤로도 법을 비난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 재계 단체와 일부 언론의 행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한국경제 등 보수·경제신문들은 중대재해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매일경제·한국경제는 “중대재해법은 과잉입법”이라면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단체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7일 사설에서 “기업 하는 죄로 교도소 담장 위에서 살아야 한다”며 “기업을 경영하는 그 자체가 ‘잠재적 범죄'가 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겨레는 “이번 1심 선고가 중대재해법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여 만에 나온 첫 판결에서 단 한 명도 실형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은 법리 판단의 타당성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사고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었다면 원청업체 대표에게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김용균 사망 원청 대표 무죄 선고, 이래서 산재 막겠나>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현행 산업안전법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인데,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피고인들은 무거운 처벌을 면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노동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2주 사이 중대재해가 2건 발생했다.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매몰 사고로 3명이 숨졌고, 성남시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사고로 2명이 숨졌다. 11일 오전 여수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경향신문은 “산재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무슨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촌평했다.

1일 소방 구조대원들이 삼표산업 석재채취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중대재해법 만사지탄…기업, 사회적 노력 받아들여야"

한국일보는 사설 <중대재해법 필요성 보여준 김용균 1심 선고>에서 “이번 판결은 산재 사고 시 원청의 책임을 낱낱이 묻기에는 기존 산안법에 허점이 너무 많다는 그간의 지적을 재확인시켜준다”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제정돼 지난달 말 시행에 들어간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진즉 이 법이 있었더라면 하는 만시지탄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올해 1월 중 건설·제조현장에서 36명이 숨졌다면서 “법제 강화로 산재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삼표산업 채석장 매몰 사고는 산업현장이 여전히 재해 예방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삼표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한국일보는 “안전 문화가 정착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감독 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은 필수다. 무엇보다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산재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경영에 대한 압박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기업 활동의 근간인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선의의 사회적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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