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경제신문과 경영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기관 경영이 노조 쪽으로 기울어지게 될 것이고, 민간 기업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노동이사제에 대한 실제 평가 결과를 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선출되는 이사는 ‘비상임이사’ 1명 뿐이다. 현실적으로 비상임이사 1명이 공공기관 경영을 좌지우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11일 통과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공기관이 과반 노동조합의 추천을 받은 근로자 혹은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근로자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경총·전경련 등 경영계는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돼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1일 국회 본회의 장면 (사진=연합뉴스)

경제신문은 12일 사설에서 맹비난을 토해냈다. 문화일보 자매지인 디지털타임스는 사설 <노동이사제 끝내 법제화… `노조 천국` 한국 앞날 캄캄하다>에서 “노동이사제는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 것”이라면서 “노조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이고 의사결정은 지연될 우려가 크다. 일반기업으로까지 확산된다면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쟁력 하락,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새해부터 친노동 법안의 잇단 통과로 이제 한국은 '노조 천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기업들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읍소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반기업 입법들”이라고 했다.

서울경제는 사설 <기업에 족쇄 채우면서 ‘5강국 新경제’ 향해 달릴 수 있나>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의 담합으로 경영이 방만해지고 공공 개혁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제도가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설 <노동이사제는 대선 앞둔 정책 포퓰리즘>에서 “재계는 노동이사제가 공공부문을 거쳐 곧 민간부문으로 번질 것으로 본다”며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된 우리 노사문화엔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공기업의 경우 건강한 견제보다는 노사 야합을 통한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경영상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며 “청년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노조 기득권을 대변하는 노동이사가 경영진을 압박해 정년을 65세, 70세로 높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층에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노동이사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경영 자율을 해칠 공산이 크다”며 “극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으로선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다는 격이다. 재계 반대를 무릅쓴 강행 처리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노동이사제 도입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일보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노동이사제 도입, 노사 함께 경영 고민할 계기 돼야>에서 “노동자 참여를 통해 공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꾀하려는 노동이사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미 1년 전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정책”이라면서 “강성 노조가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로 경영 투명성이나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이 높아졌다는 실제 평가 결과를 보면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 노동자 정규직화로 갈등을 빚을 당시, 노동이사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냈다. 수출입은행 노동이사 역시 노사 양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사설 <공공기관 경영투명성 높일 노동이사제 입법, 환영한다>에서 “노동자가 이사회 의결권과 발언권을 확보하면 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이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공기관들을 통해 무분별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나서 천문학적 손실을 봤던 게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노동이사가 정부와 소수 이사진에 의한 ‘밀실 경영’을 일차적으로 감시하는 주체가 되고, 나아가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화 등 지배구조 전반을 합리화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경제단체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거대 양당을 포함한 다수 정당이 찬성하는 상황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독일을 비롯한 19개국이 법제화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장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반대만 할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국회 통과, 조기 안착해 성과 내길>에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가 확대돼온 점을 감안하면 재계의 주장은 과도한 우려”라면서 “비상임 노동이사 1명은 평균 10명의 이사가 있는 전체 이사회에서 소수에 불과하다. 비상임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가 경영의 투명성·공공성을 확보하고 노사갈등을 줄이는 성과를 낸다면 민간 기업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며 “일부 재벌기업들이 되풀이해온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경영 행태를 개선하려면 노동이사제의 민간부문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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