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해 12월 3일부터 24일까지 4주에 걸쳐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4부작이 방송됐다. ‘문명: 최후의 섬’은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된 열 명의 생존자들이 무인도에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특히 ‘문명: 최후의 섬’은 OTT 웨이브(wavve)에 선공개한 후 방송됐다.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기획 의도와 제작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2월 27일 ‘문명: 최후의 섬’을 연출한 김종우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연출한 김종우 MBC PD (사진제공=김종우)

MBC 창사 60주년 특집 ‘문명: 최후의 섬’ 4부작이 종영했는데, 소회가 어떤가요?

“출연자분을 어떤 상황에 놓고 리얼리티로 촬영해봤어요. 우선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보통 다큐멘터리는 내레이션으로 끌고 갈 수 있고 어떤 내용을 깊이 있게 취재하는데, 저는 거기서 조금 나아가 예능의 형태를 결합해 시도해보았습니다. 일단 잘 끝났지만 좀 더 재밌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문명: 최후의 섬’이 예능은 아닌가요?

“약간 애매한데, 저희는 팩추얼이라고 부르거든요. 다큐멘터리가 시청자분들에게 존재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아쉬움이 있어 시작한 과도기적인 형태예요. 논픽션에서 새로운 시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OTT인 웨이브에 전편을 먼저 공개하고 12월 3일부터 MBC에서 방송했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OTT 시청자들이 조금 신선함을 가지고 먼저 보는 게 낫다는 생각에 웨이브, MBC와 협의해 몇 주라도 텀을 두자고 했죠. 방송은 웨이브 버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OTT 시청자의 유입을 고려해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

OTT 선공개 후 방송하는 건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OTT 유입자가 생기길 바라는 목표가 하나 있고 그다음에 방송 후 좋은 평가를 받는 것, 두 개의 목표가 있다 보니 어렵기는 했어요. 그런데 앞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는 시청자분들이 이미 OTT에서 시청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준비해야겠다 싶어요. 그러니까 OTT에 올려놓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잘 만들어서 OTT에도 좋은 결과를 주고, 연속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편

‘문명: 최후의 섬’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약간의 가상 상황을 놓고 ‘무인도’라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본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름의 커뮤니티를 만든다든가 의식주에서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어딘가에서 개척해서 살아 볼 수 있을까’라는, 우리가 한 번쯤 해본 생각을 대리 만족시킨다고 할까요. 일반적으로 무인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로망과 재난상황에서의 체험을 실현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일단 제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정서, 좀비물이라든지 개척물에 관심이 많아요. 예를 들어 좀비 영화 등을 보면 각자의 지성과 체력을 발휘해서 공동체를 형성하잖아요. 그래서 무엇을 고치거나, 없는 상황을 이용해서 만들어내는 것을 많이 상상했었어요. 그리고 꼭 예능화된 웃음뿐만 아니라, 우리가 바깥세상의 큰 재난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상황이 되면 이렇게 살아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뭘까 고민하다가 기획하게 됐습니다.”

시사교양 PD로서 이런 장르 제작에 한계를 느끼진 않으셨는지요?

“이제 장르의 경계가 없어지는 추세라, 준비를 좀 더 잘 했어야 된다는 아쉬움은 들지만 한계는 사실 크게 못 느꼈어요. 다만 저희는 길게 찍는 데 익숙해져 있어서, 한정된 시간 안에 뭔가 해내는 부분에 약간 어려움을 느끼기는 했어요. 해외의 논픽션 리얼리티물 중에는 정말 정말 1년씩 사는 프로그램도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건 그런 모습인데 현실적으로 그건 힘들더라고요. 계속 지켜보는 느낌을 주면서 집중력도 잃지 않을 수 있는 형태가 고민이었습니다.”

내레이션을 쓰지 않으셨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내레이션 생각은 계속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해봤습니다. 거칠게라도 그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지금 예능도 사실 대본화된 게 있기는 하지만 그걸 굳이 설명 안 하고 그 상황 안으로 시청자를 데려가잖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맞춰 편집하다 보니 내레이션이 없어도, 어쨌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실행했지요.”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편

처음에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처음엔 상황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던져둘지, 어떤 규칙을 어느 선까지 정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어요. 또 한국에 고립된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4~5월부터 로케이션을 계속 다녔었죠.”

해외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아쉽진 않았나요?

“그렇죠.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조금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일단 볼거리가 다르고 또 좀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을 저희가 찾은 거니까 해외 촬영은 사실 또 다른 얘기라고 봅니다.”

지역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일단 서 있을 수 있는 무인도를 찾고 싶었어요. 우리나라에 무인도가 많이 있는데, 일단 서해안은 펄이 많아요. 그래도 해변이 있고 물론 바다에 들어갈 만하고 모여 사는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섬이어야 했죠. 그런데 대부분의 섬은 거의 바위로 된 산이고, 누울 공간도 없는 섬들이 많아요.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아예 촬영이 불가할 수도 있으니까 촬영 공간이 확보되는 곳,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깨끗한) 바다, 그다음에 드론 배송 같은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 등으로 고려했습니다.”

생존 전문가 박은하, 특전사 출신 박도현, 국가대표 상비군 수영선수 박찬이, DIY 전문 크리에이터 마초맨, 셰프 김소봉, 아이돌 트라이비 리더 송선, SDT 출신 체대생 강원재, 집짓기 전문 크리에이터 부식, 토목과 출신 아이돌 위아이(WEi) 장대형 등 10인이 출연했는데, 섭외 기준은?

“기본적으로는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우리 이웃 같은 분들이지만 손을 움직여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튜버분들을 찾아서 섭외했어요. 그다음에 각자 다른 능력이 있어서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약간 합이 맞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분들을 찾아봤습니다.”

섭외가 어렵진 않았나요?

“저희 의도에서는 실제로 자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필요해 섭외했는데 흔쾌하게 받아들여 주신 면이 있어요. 각자 ‘한 번씩은 무인도에 가보고 싶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보겠다’라는 식으로 응해주시더라고요.”

섭외하고 싶었지만 안 된 분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지고 부족장처럼 아우르면서 지혜롭게 위로도 할 수 있는 분이죠. 캐릭터 몇 명 생각해 보기는 했는데 섭외가 안 된 면이 있었죠.”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편

첫날 저녁에 비가 왔잖아요. 그때 어떠셨어요?

“제가 거기 책임자잖아요. 비가 지나치게 많이 와서 상황이 약간 위험하더라고요. 해경이 출연자 및 촬영 자체에 대해 계속 불가하다고 해서 사실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죠. 계속 찍어서 리얼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비가 적당히 오지 않고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나왔습니다.”

드론으로 물품을 수송하시던데 왜 그렇게 했어요?

“이를테면 국가 재난상황이라고 상상을 했어요. 가까운 미래에 보급품이 날아오고 거기에만 기대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랬을 때 그게 어떤 느낌일지, 또 뭘 선택하고 어떻게 해나갈지를 담고 싶었죠.”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더워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무인도 촬영은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더운 데다 기본적으로 씻거나 햇볕을 피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출연자분들과 저희 스태프가 많이 고생했죠. 특히 밤에 보면 습기가 너무 많이 올라오고, 벌레가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여서 출연자분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워하는 면도 있었어요. 본인들끼리 똘똘 뭉쳐서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격려하면서 하시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촬영하다가 더위가 지나가고 해가 져서 약간 한가로워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진짜 거기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와요. 그럼 자기들끼리 노래도 부르고 하면서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곳에서 정말로 개척해나가면서 사는 것 같았던, 그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 ‘문명: 최후의 섬' 편

마지막 최후의 1인을 뽑았지만, 정확히 누구라고 나오진 않고 짐작하도록 했는데

“마초맨이라는 출연자분이 (최후의 1인이) 된 게 맞거든요.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한 건데, 그런 질문이 나오니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나 생각은 했어요. 투표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마초맨이 혼자 앉아 계시니까 그분이 됐다는 걸로 표현한 거예요.”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좀 더 큰 형태라 볼 만한 상상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이죠. 우리가 바다에서 그냥 하루 노는 게 아니라면 어떤 게 가능할까 생각하죠. 낙원을 떠올리면 바닷가에 별장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거기서 양식을 한다거나 실제로 적응을 더 해서 그럴듯하고 근사한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것을 더 하고 싶었어요. 이런 점은 아쉽습니다.”

이런 시리즈를 또 만들 계획은?

“조금 노하우가 생겼기 때문에 이를테면 겨울이라거나, 바다가 아닌 고립된 산속 등에서 또 다른 형태로 좀 더 근사하게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충분히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어떻게 될지 아직 모릅니다. 만약에 다시 제작하게 되면 더 큰 재미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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